대숲의 바람
김 원 정
겨울 대숲엔 바람이 살았나 보다
우우 소리 내며 울던 대숲 밭
이 생에 태어나 한 번이라도
화사하게 여자인 적 있었던가
눈꼬리 사알짝 올리며
옷 매무새 매만지는 여인네인 적 있었던가
함지박만 하다고 느꼈던 할머니 그 손은
무얼 그리 담고 살았던지
당신 주검앞에 놓인 것은
해진 속옷과 조각이불 같은 겉옷
바람이 으스러지게 대숲을 흔들던 밤
이생을 놓아버린 할머니
지랄맞게 저릿한 기억을
대숲에 놓고 가셨나 보다
바람 난 빨래
만져봐 아직 축축해
여기 더 있다 갈래
따사로운 햇살도 먹고
바람 따라 온 밤꽃향도 마실래
저기저기 네 가슴 울렁이게 만드는 여자 좀 봐
온통 치자향으로 물들였나봐
아, 달콤해
아......
어지러워
밀지마 심장이 두근거려
터지려나 봐
볕 좋은 날 어쩌다 하는 마실
어쩌다 네 눈과 마주쳐서 불이 붙었네
살아서
이렇게 취해 보는거 써억 괜찮은 거 같어
집
구멍 숭숭 보이던 돌담집을 굴삭기가 와서 허물던 날
돌담속으로 밀어 둔 내 어린날 같이 무너졌다
젊은 날, 한때나마 아버지만한 굵은 팔뚝 자랑하며
등짐으로 져 나르던 할아버지 돌들도
거친 울음 쏟으며 쓰러져 갔다
이제
할아버지의 정지에서 밥상 위 큰 양푼에
고봉으로 밥 퍼 놓을 일 없을 게다
난간에 할머니 흰 고무신 나란히 놓아 드리는 일 없을 게다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별들에게 풀어 놓던 내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잠들 것인가
벽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어버지 집은
해도 담아 놓고 달도 담아 놓고
무너진 내 어린날 잔잔히 일렁이게 연못도 들여 놓았지만
딱딱한 평상에 누워 세상을 향하던 내 헤일 수 없는 꿈들은
보이지가 않는다
당선소감-
막상 날개를 달았다는 것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앞으로의 내일은 더 힘이 들어 주저앉고도 싶겠지만
잡고 놓기를 여러번 하던 연필 버팀목으로 의지 하렵니다.
언제나 준비만 하던 저를 시작하게 해 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늘 제게 힘이 되어 준 구좌문학회, 제주관광대학 평생교육원 원우들
그리고 나의 가족들...... 같이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내 글들이 온통 아우성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약력>
김원정/ 구좌문학회 회원 제주관광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