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고전소설, 창선감의록
●줄거리
병부상서 화욱(花郁)은 심부인(沈夫人), 요부인(姚夫人), 정부인(鄭夫人) 등 부인이 셋이 있었다. 요부인은 딸 태강(太姜)을 낳고 일찍 죽었고, 정부인이 낳은 아들 진(珍)은 매우 영특하였으나, 그가 장성하기 전에 정부인이 죽는다. 심부인이 낳은 아들 춘(瑃)은 이복형제 가운데서도 가장 맏이었으나 사람됨이 용렬하였으므로 화욱은 진을 편애하여 심부인과 춘의 불만을 사게 된다.
화욱은 조정에 간신이 득세하는 것을 보고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맏아들 춘을 성혼시켰지만 딸 태강과 아들 진은 정혼만 한 채 성혼시키기 전에 죽는다. 화욱이 죽은 뒤 심부인과 화춘은 갖은 방법으로 화진과 그의 아내를 학대한다.
화진은 과거에 장원하여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생의 출세를 시기하던 화춘이 불량배와 결탁하여, 화진을 윤리와 기강을 어지럽혔다는 죄로 모함하여 귀양을 가게 하였고, 그의 아내도 누명을 씌워 내쫓는다. 그러나 화진은 물론 그의 아내도 심부인과 화춘에 대하여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다.
화진이 유배지에서 도사인 곽공(郭公)을 만나 병서를 배우고 있을 즈음에 해적(海賊)인 서산해(徐山海)가 변방을 소란스럽게 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다. 화진이 백의종군하여 해적을 토벌하여 공을 세운다. 화진의 능력을 인정한 조정에서는 그를 정남대원수(征南大元帥)에 봉하여 남방의 어지러움을 모두 평정하게 한다. 화진이 남방을 평정하고 개선하자, 천자는 그에게 진국공(晋國公)의 봉작을 내린다.
한편, 심부인과 화춘도 개과천선하여 착한 사람이 되었으며, 내쫓겨 종적을 감추었던 화진의 아내도 돌아와 심부인을 지성으로 섬겨 가정의 화목을 이룬다.
●핵심정리
▶연대 : 이조 숙종 때 (17c)
▶성격 : 교훈적, 유교적
▶형식 : 고전 소설, 가문 소설, 도덕 소설
▶주제 : 충효사상의 고취와 권선징악
▶출전 : 한글본 - 구활자본(신구서림판)
▶특징 : ①교훈적 주제의식을 지님 ②인물의 개성이 부각됨 ③ 치밀한 구성으로 소설적 흥미가 풍부함.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본 ․ 한문본이 있다. 작자에 대하여 김태준(金台俊)은 그의 ≪ 조선소설사 ≫ 에서 정준동(鄭浚東) ․ 김도수(金道洙) 등을 기록한 바 있다. 뒤에 나온 증보판에서는 조재삼(趙在三)의 ≪ 송남잡지 松南雜識 ≫ 에 선조 졸수공(拙修公)이 어머니를 위하여 〈 창선감의록 〉과 〈 장승상전 張丞相傳 〉을 저작하였다는 기록을 들어 조성기(趙聖期)가 지었다는 설을 첨가하였다.
김태준이 김도수 저작설을 제시하게 된 것은 전언인지 문헌에 의거한 것인지 밝힌 바 없고, 또 저작과 관련되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믿기 어렵다. 정준동 저작설의 근거는 한남서림본(翰南書林本)의 서언에서 나온 듯하나, 그 서언이 저작 당시의 것이 아니고 활자본으로 출판될 때 쓴 것이므로 확인할 만큼 믿을 것이 못 된다.
이와 같이 김도수 ․ 정준동의 저작설은 믿기 어렵기 때문에 조성기의 저작으로 보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1830년(순조 30년)에 필사된 한문본이 전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저작연대는 1830년 이전임을 알 수 있다.
이본으로는 창선감의록 彰善感義錄 〉, 창선감의록 昌善感義錄 〉 ․ 〈 창선감의록 創善感義錄 〉 ․ 〈 감의록 感義錄 〉 ․ 〈 원감록 寃感錄 〉 ․ 〈 화진전 花珍傳 〉 ․ 〈 화문충효록 花門忠孝錄 〉 ․ 〈 화씨충효록 和氏忠孝錄 〉 ․ 〈 화형옥전 花荊玉傳 〉 등이 있다.
14회의 장회소설로서 한문본에는 각 회제(回題)가 한문 대구로 되었으며, 국문본의 회제는 한문본 회제의 음역에 불과하다. 또 양본을 면밀히 대조해 보면 국문본이 한문본보다 자구의 누락이 많은 것으로 보아 한문본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은 조정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쟁탈이나 변경에서 해적과 싸우는 전쟁 등의 사건이 있으나, 내용의 중심무대는 화진의 가정이다. 결국 가장 강조된 사상은 효 사상이며 부차적으로 강조된 것은 형제간의 우애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을 부귀와 연관시켜 위선자필창(爲善者必昌) 위악자필패(爲惡者必敗) 한다는 관념에 따라 귀결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작품의 서두에 인생은 남녀와 귀천을 막론하고 충효로써 근본을 삼고 여타의 다른 덕행은 모두 이에서 나온다.고 적고 있는 부분을 통해 뒷받침된다. 또 작품의 종결에서도 충효는 성(性)이요 사생과 화복은 명(命)이니, 운명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성만을 다할 뿐이라 한 것도 참고 된다. 이로써 보면 당시의 전통 관념을 중심으로 한 도덕소설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작품은 내용에 반영된 주제가 전통 관념을 고수하여 비록 참신성은 없다 할지라도 구성이 치밀하고 무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소설적인 흥미도 많은 작품으로서 우리나라 고소설 가운데 우수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국립중앙도서관 ․ 서울대학교 도서관 ․ 고려대학교 도서관 ․ 장서각도서 등에 소장되어 있고, 개인 소장의 이본이 많이 전하고 있다.
≪ 참고문헌 ≫ 朝鮮小說史(金台俊, 學藝社, 1939), 彰善感義錄譯註(車溶柱, 螢雪出版社, 1978),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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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의미 : 창선(彰善)은 남의 착한 행실을 드러냄이란 뜻이므로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은 착한 행실을 널리 드러내고 의로운 행동에 감동받는 이야기란 뜻임.
▲의의
이 작품은 주제 의식이 전통적 관념의 고수에 있기 때문에 참신성은 없지만, 치밀한 구성으로 소설적 흥미가 풍부한 작품이다. 또, 창작 동기 면에서 <구운몽>과 같이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구성 면에서는 <사씨남정기>와 유사성이 많아 17세기 소설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씨남정기>나 <창선감의록> 등은 구성상 부녀자들의 역할이 돋보여 <규방 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여성 독자들에 의해 애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독자 계층이 여성으로 확대됨에 따라 고전 소설은 비약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구성
<발단> 명의 상서 화욱의 세 부인 심씨, 요씨, 정씨 중, 요씨가 일찍이 딸을 낳아 정씨에게 부탁하고 죽었고, 화욱은 심씨 소생의 장남 춘이 용렬하매, 정씨의 소생의 아들 진과 요씨 소생의 딸 빙선(=태강)을 편애하였고, 이에 심씨는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과부가 되어 집에 와 있는 시누이 성부인의 위엄으로 불만을 표하지 못하였다.
<전개> 간신 엄숭이 득세하자 화욱은 사직하고 낙향했는데, 이 때 춘은 부덕을 갖춘 임 소저와 혼인하며, 또, 화욱은 진의 배필로 윤 소저와 남 소저를, 빙선의 신랑으로 유 공자를 정해 놓고 죽고, 성부인이 집을 비우자, 심씨와 춘은 진과 빙선을 학대하였으나, 그들은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았고, 성부인이 돌아와 진과 빙선을 각각 성례시켰으나, 심씨는 진의 부인 윤, 남 두 소저를 미워하였고, 춘은 방탕해져서 불량배 범한, 장평과 사귀면서 임 소저를 내쫓고 간사한 조씨를 정실로 삼았으며, 이때 진과 성 부인의 아들 성준, 빙선의 남편 유생은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고 있었다.
<위기> 심씨는 조씨와 결탁하여 남 소저를 독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진은 춘의 참소로 투옥되며, 조씨가 범한과 간통을 하자, 춘은 장평과 짜고 그들을 없애고, 윤 소저를 엄숭의 아들에게 주려 한다.
<절정> 윤 소저의 동생이 어사가 되어 악당들을 처벌하며, 한편 유배지의 진은 신인을 만나 도술과 병법을 배워 해적의 반란을 평정하는 무공을 세운다.
<결말> 심씨와 춘이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와 가문이 화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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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 주제의식 : 이 소설은 상당히 길고 플롯도 복잡하지만 주제의식은 작품의 처음과 끝에 명시되어 있다. 남녀 귀천을 막론하고 충효를 근본으로 해야 하며 형제간의 우애나 선행은 다 여기서 나온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교훈적이다. 또, 주요 인물의 하나인 화진은 큰 어머니 심씨와 이복형 춘이 터무니없이 자신을 모함하여도 변명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자기가 변명하여 사실을 밝혀 심씨와 춘이 화를 당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누명을 쓰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가히 효성심이 뛰어난 인간형이라 하겠다. 이 작품에 이와 같은 인간형이 설정되어 있는 것은 독자가 그의 효성심을 본받기 바라는 작가 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조성기(趙聖期)
1638(인조 16)~1689(숙종 15). 조선 후기의 학자. 본관은 임천(林川). 자는 성경(成卿), 호는 졸수재(拙修齋). 아버지는 군수 시형(時馨)이며, 어머니는 청송 심씨(靑松沈氏)로 참의에 증직된 정양(廷揚)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힘써 일찍이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였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과거에 응시하여 사마시에 여러 번 합격하였으나, 몸에 고질이 생겨 학문에만 전심하였다. 사람들과 접촉을 끊고 심실(深室)에 들어앉아 공부하기를 30년간이나 계속하여 천지만물과 우주의 이치에 통관하였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이미 〈이기설 理氣說〉을 지어 이(理)와 기(氣)에 대한 고차원적인 정의를 내려 이기는 서로 혼합되어 분리할 수 없음을 주장하였으며, 20세에는 〈퇴율양선생사단칠정인도이기설후변 退栗兩先生四端七情人道理氣說後辨〉을 지어 이황 (李滉)․이이(李珥)의 학설을 논변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사단칠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기 위하여 본연명물(本然命物)․승기유행(乘氣流行)․혼융합일(渾融合一)․분개각주(分開各主) 등 4종의 설을 세웠다. 임영(林泳)과 학문적으로 깊이 교유하였다. 저서로는 한문소설인 ≪창선감의록 彰善感義錄≫과 문집 ≪졸수재집≫이 있다. ≪참고문헌≫ 肅宗實錄, 國朝人物考, 三淵集, 拙修齋集, 松南雜識.
▲작품의 의미
이 소설은 플롯이 복잡하지만, 주제 의식은 남녀 귀천을 막론하고 충효를 근본으로 해야 하며 형제간의 우애나 선행은 다 여기서 나온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시종일관 교훈적이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진은 큰어머니 심씨와 이복형 춘이 터무니없이 자신을 모함하여도 변명하려 하지 않는데, 자기가 변명하여 사실을 밝혀 심씨와 춘이 화를 당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누명을 쓰는 쪽을 택한다. 이것은 뛰어난 효성심의 발로이며, 작가는 이런 인물을 독자가 본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 소설은 다른 고전소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50여명이나 되며, 인물의 유형은 고전소설이 다 그렇듯이 선인과 악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인물들은 전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개성적인 인물들을 표현하여,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이 되고 있다.
▲인물 처리 방식
고전 소설에서 악행이 드러나는 방식이 대개 '춘향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처럼 선인이 악인의 죄를 밝히는 것이 있고, '창선감의록'처럼 악인들 사이의 내부 갈등에 의해서 그들의 죄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악인들이 처벌을 받는 것보다 악인을 선별 처리하여 개과하여 구제하고 있다.
▲문학적 의의
14회장(回章)의 한문소설로 작품의 구상과 묘사가 치밀하여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에 버금가는 소설로 꼽히기도 한다. 내용은 중국 명(明)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일부다처와 대가족제도 아래서 일어나는 가정의 풍파, 즉 제2부인 소생(所生)을 제1부인이 시기하여 죽이려 하는 줄거리로서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주제이다.
첫댓글 "창션감의녹"을 검색해 보니 2003년에 수능에도 나온 바 있는 글이라서 비중있게 취급되고 있었습니다. 글이 길어 읽기에 부담스럽습니다만 혹 수능생을 둔 부모님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자녀에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