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復 (반복) 4/1부
작가: 이은집
『원 애두…! 다 큰 것이 여태까지 잠을 자다니….
얘! 어서 일어나거라!』
하는 재촉에 그녀는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눈을 떴다.
확 붉은 햇살이 시신경을 자극해 왔다.
그녀는 반쯤 열려진 미닫이 틈에서 어머니의 굳어진 얼굴을 발견해야만 했다.
순간 그녀는 이불자락을 뒤집어 썼다.
끈적끈적한 짜증이 머릿속에서 점점 부풀어 올라왔다.
그녀는 재촉질이 없었더라도 일분 안으로 일어났을 것을 상상했다.
일어나는 것부터 참견 하실게 뭐람!
그녀는 폴싹 숨을 배알아 냈다.
『쯧쯧쯧!』
어머니의 혀차는 소리가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녀는 발딱 퉁겨 일어났다.
미닫이가 막 닫혀지는 순간에서 조금 벗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 몸을 한번 비틀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창문을 열고 이부자리를 개켰다.
거울속에서 우울한 얼굴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번엔 카렌다가 들어왔다.
一〇월 七일, 월요일…. 그러니까 오늘은 첫 시간에 강의가 있지.
책상위의 사발시계는 七시 五분을 가르키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도 七시 정각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서둘러야 한다는 일과가 주어지고 있었다.
미닫이를 열었다.
수돗가에는 비누거품을 함빡 뒤집어쓴 오빠의 머리가 기다리고 있었고,]
대문에는 커다란 책가방을 든 육학년 짜리 조카 성애가 밖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세수, 화장, 조반…. 그녀는 잠시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틀림없이 八시 정각에는 집을 나설 수 있도록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물방울을 흘리며 안방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
수도물은 꽤 서늘하게 느껴졌다.
『고모는 잠꾸러기야!』
덜 영글은 목소리가 등뒤에서 흘러왔다.
그녀는 비누칠을 한 얼굴을 물로 씻어내며 돌아다 보았다.
신주머니와 스켓취・북을 들고 책가방에 눌린 삼학년 짜리 성인이 중문지방을 위태롭게 넘고 있었다.
부엌앞을 지날 때 식모 길자의 비쭉 내민 입술이 퍼뜩 띄었다.
그녀는 못 본 척 머리에 매어달린 물방울을 튀기며 방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빗질하면서 시간표에 눈을 돌렸다.
첫째시간은 국문학개론… 둘째는 비어있고, 셋째시간, 영어회화….
<살아있는 마네킹>. 모두들 그렇게 불렀다.
전임강사인 그 MRS・는 푸른 눈동자와 갈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상 갖다 놓았어요.』
뒤에서 볼풍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거울로 시선을 바꾸었다. 길자가 입술을 비쭉하다가 멋적은 듯, 황급히 사라지고 있었다.
밥, 국, 김치, 찌개…. 조그만 상에는 이러한 것들이
언제나처럼 같은 그릇 안에 담겨져서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먹었거든 좀 상이나 내다 주어라. 그러니까 네 오라비댁이나 부엌애가 비쭉거리지!』
세살짜리 성철을 잔등 위에 올려놓은 어머니가 알맞게도 시간을 마추어 나와가지고는 한마디 던진다.
그녀는 가방을 참기고 있는 중이었다.
상은 곧 길자가 와서 가져 갈 텐데 뭘!
『쯧쯧쯧!』
어머니는 멀어지며 혀를 찼다.
오빠가 출근을 하시겠지. 그녀는 스커트를 내리며 머리속으로는 그러한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골목을 빠져나오다가 어머니와 마주쳤다.
『일찍 좀 들어 오너라. 왜 그렇게 매일 늦어오니?』
잔등을 타고 앉은 성철은, 출근하는 오빠를 졸랐던 모양으로 사탕을 녹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손목에 눈을 주면서 빠르게 어머니로부터 멀어졌다.
어머니는 합승정류장까지 갔다 오시는 길이겠지.
일분만 일찍 나왔더라면 어머닌 저만큼 멀어지는 딸의 등에다 대고 웅얼거리셨을 텐데….
버스정류장과 합승정류장이 서로 반대쪽에 있는 것을 토대로,
그녀는 이러한 명확한 추리를 해내고 있었다.
『뭐야? 땅만 보고 걷자?』
굵은 목소리가 보도에 부딪쳤다가는 튀어 올라왔다.
그녀는 닥아오는 기다란 그림자를 주시하며 박 진의 조금 미소띠운 얼굴을 그려 보았다.
『왜… 저기압?』
삐이삑 내지르는 차량들의 소음을 밀어내고 그의 낮은 음성이 파고 들었다.
『아니!』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그럼?』
그도 짧게 물어왔다.
『어떻게 보였는데…?』
『글쎄… 뭐랄까? 아래만 보고 걷는 모습이 퍽 우울해 보였어.』
T자를 들고 다니는 그는 항상 말의 속도가 불규칙했다.
『그럼 위를 보고 걸었다면…?』
『그야 즐거운 일이 있다고 보아 틀림없겠지.』
『그게 바로 과학정신이시군?』
그녀는 놀리듯 지껄였다.
『이건 과학적인 추리에서가 아니라 단지 나의 육감일 뿐이야.』
『아래를 보면 우울하고 위를 보면 즐겁다. 퍽 과학적인 육감이신데….』
『여하튼 국문과생은 다르신 데가 있어.』
그는 말이 몰리면 항상 『여하튼 국문과생은 다르신 데가 있어.』하는 것으로 피리어드를 찍었다.
과연 나는 우울했을까?
언제나처럼 어머니가 잠을 깨우셨다.
짜증이 났지만 다음 순간 퉁겨일어나 이부자리를 개켰고 세수, 화장, 조반의 순서로 서둘었다.
그리고 골목을 나오다가 어머니와 마주쳤고 다음엔 진을 만났다.
길자가 입을 비쭉거린거나 성애와 성인이 학교에 간 것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상황에 따라 적응하여 생각했고, 그에 따른 행동이 되어졌을 뿐이다.
그러니까 진도 그 대로의 추측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아.
결국 인간은 상황에 의하여 묘하게 조종되어지는군.
『내일 오후 일곱시에 시간 좀 있겠어?』
진의 목소리가 좀 급하게 몰려왔다.
『왜…?』
『정각에 녹원으로 나와줘!』
그의 목소리는 버스의 엔징소리와 함께 멀어져갔다.
어느새 정류장에 와있었다.
그녀는 저만큼 멀어지는, 그가 탄 버스를 바라보며 입속으로 대꾸를 했다.
『무어 멋대로야! 내 의사는 들어보지두 않구….』
삐익삑 빠앙빵! 그녀가 자신으로 돌아오자 거리의 소음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 들었다.
버스가 올 적마다 무리들은 파도를 일으켰다. 그녀도 휩쓸려 어느듯 버스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무표정한 얼굴들이 눈앞으로 육박해 왔다.
그녀는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오가는 사람들─남자, 여자, 젊은이, 늙은이, 학생, 공무원, 노동자….
상점들도 문을 열었고 상품은 다시 진열되어 있었다.
『너였구나? 난 또 누구라구….』
그녀는 퍼뜩 시선을 옆으로 조절했다.
현숙의 가냘픈 미소가 쏴아 밀려들어 왔다.
『또 만났구나? 호호….』
첫댓글 이 소설은 서점에서도 품절된 작품을
저와의 소중한 인연으로 한국문인협회
이은집 부이사장 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탐독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