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5) 2005-11-28 16:27:29
[50차] 광교산 후기 2005. 5. 30. / 우진운
산행일 : 2005. 5. 29. (일), 맑고 무더움.
코 스 : 수지성당-체력단련장-맷돌바위-시루봉-비로봉-형제봉-(남능선)-경기대 정문
참가자 : 광용, 병효, 길래, 진운 (총 4명)
집결장소가 우리 아파트 육교 건너편이 되어 아침에 좀 느긋하게 일어나 천천히 산행 준비를 하는데, 광용이한테 7시40분쯤 전화가 왔다. 조금 늦게 그 장소에 도착할 것이라고. 7시 55분 집을 나서 육교를 건너 정확히 8시에 집결 장소에 도착하다.
내가 산행 공지를 할 때, 집결지가 우리 동네 안이라 보니 찾아 오는 길이 어려워 길 묻는 전화가 많이 오리라 기대하고 집결 장소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길 묻는 전화라곤 한 통 없고 광용이한테 지금 미금역 근처 통과하고 있다는 전화만 왔다. 8시20분쯤 병효가 모는 산타페가 도착하고 내리는 사람은 병효, 광용, 길래 뿐이다. 여기에 늦게 도착한 이유를 알겠다. 오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병효가 고덕에서 수서로, 분당으로 다 들렀다 보니 늦게 올 수 밖에 없었으리라.
나도 자주 빠지지만 임시 대장 되어보니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더라. 지난 2월에 용마 산악회에 참가해보니 작년 참가 실적에 따라 개근상 주던데, 우리도 개근상 내지 아차상(1~2 번 빠진 경우)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는지?
8시25분, 수지 성당을 출발했다. 약간 가파른 길을 25분쯤 올라 뒷산 체력 단련장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북동쪽에서 동쪽을 거쳐 남서쪽까지 탁 터여 있는지라 문정동 쪽에서 성남을 거쳐 분당, 죽전, 구성, 기흥, 수지, 수원쪽을 바라보면 온통 아파트 숲이다. 산 바로 아래쪽에는 산 기슭을 깎아 아파트 부지 조성이 한창이다.
약간 숨을 돌리고 평탄한 길을 따라 20분쯤 가니 서쪽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맨 왼쪽이 형제봉, 가운데가 비로봉, 오른쪽이 시루봉이다. 우리가 오늘 역순으로 거쳐갈 봉우리들이다. 수지 성당에서 시루봉까지 대략 6.5Km쯤이니 여기까지 1/3 정도 온 셈이다. 5분쯤 지나 9시 20분쯤 멧돌바위를 지나니 산길을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시루봉 턱밑인 철탑 아래까지 대략 30분간을 평탄하게 걷는다. 가파르지도 않으면서 소나무로 우거진 이 한적한 길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 숨을 몰아 쉬지 않으면서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철탑 아래 벤치에서 숨을 가다듬고 시루봉 정상까지 가파른 길을 준비한다. 바로 전에 시루봉까지 2.1 Km 란 표지판을 봤다. 그런데 보통 시루봉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단 내 말에 그 표지판이 잘못 된 것이라 얘기하며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0분쯤 오르니 다른 날과 달리 땀이 많이 나고 다리가 약간 뻣뻣하다. 지난 2주 동안 심한 목감기로 약을 계속 먹은 탓인지 보통 때완 달리 속도가 떨어진다. 뒤따라 오는 병효가 '빨리 잘도 간다'라는 말을 할 때 속으로 '오늘 왜 이리 힘들지' 하면서 억지로 올라 가고 있었다.
중간에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니 마침 아이스케키 파는 총각이 있다. 좀 쉴 겸, 네 명이 아이스케키 하나씩 물었다. 그런데 네 명이 모두 팥들은 비비빅을 먹었다. 산에서 아이스케키 먹을 때 발견한 공통점 한가지를 재확인 했다. 보통 나이들은 중년 이상은 팥들은 비비빅을사 먹고, 좀 젊거나 어린 친구들은 시원하게 보이는 하늘색 아이스케키를 먹더라고. 아마 우리들은 옛날 먹던 석빙고 맛을 잊지 않고 비비빅을 찾지 않나 상상해 본다.
10분 후, 드디어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우리가 올라 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사진 찰깍. 그리고 시루봉 상징인 돌기둥 옆에서도 사진 찰깍했다. 시각은 10시30분. 2시간 남짓 걸려 오늘의 목적지에 온 셈이다. 거리로는 6.5 Km 정도인데,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길이 평탄도 했지만 4명만 오다 보니 기동력도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형제봉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리막 길을 약간 내려가 간식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오이, 떡, 수박, 방울 토마토 등등. 특히 길래가 가져온 오이 찍어 먹을 막장이 일품이다. 땅콩, 잣 등을 갈아 된장과 고추장에 버물어 만든 것이다.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면서 '퓨전' 된장을 맛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11시쯤 자리를 접고 내리막 오르막을 두세 번 반복하면서 11시 30분쯤에 비로봉에 도착했다. 봉우리 이름에 걸맞게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라고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팔각정에 올라 땀을 식히려고 자리에 앉았지만 바람은 불지 않고 한낮의 찜통 더위만 느껴진다. 그때 광용이가 냉커피를 탄다. 두 잔의 냉커피를 돌려 마시면서 냉커피의 진가를 확인한다.
이제 형제봉을 향하여 약간 가파른 흙 길을 내려오고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오르막 길을 오를 때 앞 사람이 발을 옮길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가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조금이라도 먼지를 적게 마시려고 앞 사람들을 자꾸 추월한다. 이럴 때마다 우리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뒤에서 광용이가 말한다. "오늘도 호흡조절 실패했다."
12시쯤에 형제봉에 도착하여 마지막으로 사진 찍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걸려 경기대 후문에 도착하니 1시 10분. 오늘의 출발 지점인 수지 성당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 마을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택시를 타면 시외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1시 40분쯤 음식점에 도착하여, 보쌈에다 막걸리, 콩나물 국밥, 칼국수를 배불리 먹었다. 나오면서 음식값 계산하는데 모두 36,000원이란다. 오늘 4명 회비가 모두 40,000원인데 시루봉 근처에서 먹은 아이스케키 값 4,000원을 더하면 딱 맞다. 오늘은 정말 장사 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