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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1-16 17:34:12
제 124차 예봉산(시산제) 산행기 - 신경호
1. 일시; 2007.1.13(토) 09;00 ~ 15;30
2. 산행지; 예봉산(683M)
3. 참석자; 재봉(산행대장),경도,경호,계형,광열,광용,길래,덕영,병욱,병효,부종,상국,섬훈,승한,은수, 인식, 효용 (총 17명)
4. 산행코스; 재봉 선사 사무실- 철문봉- 예봉산 정상- 남서쪽 능사면- 재봉선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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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亥년 새해가 밝은지도 보름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그 옛날, 아무런 감흥없이 흥얼거리던 노래가사가 이토록 애잔하게 가슴속을 후비고 드는 것은, <가는 년 붙잡지 아니하고 오는 년 말리지 않는다?>던 젊은 날의 호기도, 세월의 무상함에 묻혀버리고 만 탓이리라.
그래도 오를 山이 있고, 오를 수 있는 健康을 지니고 있고, 같이 오를 親舊들이 있으니....
<註; 산지기 서총님의 산행기 代筆명령(?)에 제대로 악다구지?도 한번 못해보고 그냥 꼬랑지를 내린, 내가 갱호다. ㅠ,ㅠ "깨갱~깽깽!">
1. 1월 13일 새벽, 우리 집에서
최근들어 잠을 제대로 푹 자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벌써 나이탓은 아닐게고.... 이런저런 상념과 까닭모를 불안감에 거의 한,두시간 간격으로 잠을 깼다, 자다를 반복하다보니 낮에도 영 찌뿌덩한게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마눌한테 어디가 좀 안좋은 것 같다고 슬쩍 말을 붙였더니, 아니나 다를까....섬뜩한 대답이 돌아온다.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시소. 나중에 밥술이라도 제대로 얻어묵을라카몬...."
(이건 듣기에 따라서는 완전히 공갈,협박보다 더 한 이바구다. 늙고 병들면 밥도 안주겠다는 거 아닌가? ... 지금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오늘 새벽에도 밤새 뒤척이다 5시쯤에 일어나 행여 마눌이 깰세라 조심 조심 신문을 가지러 현관문을 향하지만 우리 <러브>가 이런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이 넘은 어릴 때부터(참고: 올해 14살) 누워있는 사람옆을 지나갈라치면 그냥 보호본능을 발휘해서 지나가는 사람이 주인이건 아니건 "으르릉"대며 짖어대는 묘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터라, 요즘들어 계속 거실에서 주무시는 마눌곁을 지나쳐야 하는 상황이 새벽마다 난감하기 짝이 없다. (예전에 아들내미들이 집에 있을 땐 거실이 내 처소였는 데... 요즘은 마눌님 차지다.왜냐구? ...글쎄...상상 PLUS다..)
어쨋든 미안함을 무릅쓰고 신문가져와서 볼일보고 세면하고 물끓여담고.... 배낭을 다 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애절하고 미안한 목소리로....."보소, 김치 한통만 싸 주소"
가만 생각하니 목동 우리집에서 집합장소인 수서역 가본 지도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시간이면 가던가? 시간 반이 걸리던가? 오늘따라 집합시간도 늦는 데다(8시30분), 집을 나서는 것도 빨랐지만(6시30분),마을버스나 지하철이 내 발길 닿는대로 제깍제깍 코앞에 대령한다. 내참.... 이런 경우에, 이건 <Murphy의 법칙> 인가? <Sally의 법칙>인가?.. 아침부터 엄청 헷갈린다.@~@
약속장소인 수서역 김밥집에 도착한 시각이 정확하게 7시40분.....으이구~ 우라질, 오늘따라 날은 더 춥고....... 밤사이 약속장소가 6번출구 앞으로 바뀌었다는 광용대장의 전화에 김밥집에서 육계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시간 맞춰 김밥집을 나서다가, 아침부터 방향감각 상실?로 수서역 지하도를 헤매고? 있는 뱅욱님을 만나 6번 출구로 향한다. 실로 수개월 만에 보는 효용고수께서 <스타렉스>를 대령해 놓았겠다. 조금 후,광용 대장이 덕영 쫄과 함께 등장하시고, 9인승 승합차에 5명이 탑승... 당초 수서역에서 합류키로 한 설펭(광열)님은 아침에 광용 대장이 통화하니, 어제 밤의 숙취가 안풀려 계속 고주망태의 상태라나?
집결지인 재봉 선사 사무실로 출발한 시각이...8시35분
2. 재봉선사 사무실- 선사와 마나님
오늘의 산행대장, 재봉선사... 자기 <나와바리?>인 예봉산의 산행 대장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없다며, 하물며 丁亥년 시산제까지 겹쳤음에야 더더욱 그러하다고.....어젯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자 마자, 오늘 산행을 위하여 꼭두새벽부터 마나님 앞세우고 산행 대장으로서의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나 뭐래나?......뜨거운 밤?
어쨋든 덕분에 아리따운 재봉 선사 마나님께서 직접 타 주시는 모닝 커피 한잔에 모두들 <돌쇠>가 되어버리고....<마~님! 커피 정말 맛있더이다~>
작년 시산제 때 보고 꼭 1년만에 보는 오 섬훈군을 위시해서 삼성 쫄 승한님, 계형님 등등,.....서로 신년 덕담을 나누며 반갑게 손을 잡는다. 재봉 선사 사무실이 꽉 찬다. 작년 시산제 참석인원 19명에는 못 미치지만 16명이나 모였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재봉 선사가 대장을 맡은 산행은 항상 사람이 넘친다.
<산행대장의 人德과 참가자 수는 비례한다?...... 그런다고 향후 산행대장의 呼客행위는 절대 안됨!ㅋㅋ>
3. 오름 길
재봉 선사 마나님의 배웅을 받으며 사무실 앞 도로를 건너 곧바로 등산로 초입으로 들어서면서 16명이 한줄로 죽 늘어서서 산행을 시작하니 그 또한 장관이다.
맨 선두의 산행대장....재봉 선사,어제밤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뜨거운 밤?을 보낸 사람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만큼 발걸음이 가볍고 날래다. 근 30여분을 한번도 쉬지않고 치고 오르니 뒤따르는 쫄들의 아우성이 예봉산을 메아리친다.
"야! 대장! 니 중국가서 무신 약 묵고 왔제? "
"물 한모금 마시고 좀 쉬었다 가자"
"아이고~ 내가 이래서 산엘 잘 안온다카이~"
"야~들이 나이를 꺼꾸로 묵나? 우째 저리 펄~펄 날아가노? 으잉?"
"으이구~ 죽겠다. 일년만에 왔더니....장난이 아이네...."
"어매,더운거~,재봉이 저거는 무신 힘이 저래 좋노? 나이를 거꾸로 묵나?"
"야들아! 빨리 빨리 올라가자! 땀 식는다. 벌써 헥헥거리고... 너거 그래가 되겠나? ...ㅉㅉㅉ" (펭 사부님 말씀)
4. 예봉산 정상(683M)
오늘 산행에서 펭학님 얼굴을 도통 볼 수가 없다. 아까 첫번 째 쉼터에서 빨리들 안 올라간다고 막 다그치더니만....혼자서 鶴이 되어 훨~훨~ 날아가신듯 하다.
지난 주 신년 첫 산행인 도드람산이 너무 낮아서 참석을 안하셨다더니만.... 펭학님이 AP(After Penguin)시대를 연 이후로 너무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간 것 같아 한편으론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철문봉을 거쳐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11시30분경?
조금 늦게 올라온 섬훈 님을 기다려 단체 사진 한장 박고..... 오늘의 주행사인 <시산제>를 위하여 올라왔던 길로 하산을 서두른다. 재봉 대장이 정상에서 파는 막걸리에 부산 오뎅 하나 사먹고 싶은 눈친데, 아무도 동조를 안한다. (나중에 보니 잘 안먹었다. 시산제 음식이 남아서....)
철문봉에서 예봉산 정상까지는 殘雪과 얼음 빙판길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한다.올해들어 가장 추운날이라는 기상예보에 걸맞게 사진 찍느라 내놓았던 손가락이 아릴 정도의 추위에 그래도 겨울산행 맛이 난다.
"어이! 저기 막걸리하고 부산 오뎅하고, 좀 묵고 갈래? 으이?"
" ..........."
(그때는 산행대장 직권으로 명령을 내리셔야지...." 야! 총무! 저~저 가서 막걸리하고 오뎅 사온나! 묵고 가자!"라고...)
5. 시산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산제용 시루떡을 준비해 주신 허 쌤님께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고마움을 서 총님에게 대신 전한다. 작년에는 삼성 쫄 승한 님이 짊어지고 올라오는 수고를 해 주셨는데, 올해는 대사(병효)님 께서 그 많은 쫄과 병들을 다 물리치시고 직접 짊어지고 올라오시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다.
그 유명한? 허 쌤 소나무 아래쪽 斜面 안쪽의 아늑한 분지안에 祭床을 차린다.
서 총께서 직접 쪄서 가져온 돼지수육(작년에는 지농이가 있어 필요없었던)을 비롯하여, 북어, 떡, 각종 과일, 막걸리 등등 보기에도 풍성하다. 지극정성으로 祭床을 차리는 솔고(부종)님과 길래 선사의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두 번째로 맞이하는 <30 산우회>의 시산제의 압권은 단연 <天祥雲集>이라는 四字成語 글귀다. <하늘의 좋은 기운이 구름처럼 몰려든다>라는 뜻이라는데.... 시산제와 우리 산우회에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서 총(상국)께서 매년 시산제때 마다 이 플랭카드를 활용해야 된다면서, 시산제 고정멤버(?)가 되어버린 오 섬훈 쫄님에게 내년 시산제까지 보관을 命한다.(섬훈 쫄님, 올해는 쫌 자주 나오시소~ ^_^)
서총(상국)님의 祝文 낭독
"유세차~ 단기 4340년, 서기 2007년 1월 13일, 산을 사랑하는 친구들의 모임 30산우회....."
6. 즐거운 점심시간, 그리고 하산
오늘은 시산제 음식까지 해서 그야말로 산해진미, 진수성찬이다.
특히나 서 총(상국)님께서 직접 손수 쪄서 가져왔다는 돼지고기 수육은 모두들 한입씩 먹어보고서는 맛이 일품이라고, 서로 한 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난리법석이다.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나는 맛을 보는 둥 마는 둥, 입맛만 버렸다. 회원들의 열화같은 성화에 목에 힘이 들어간 서 총(상국)께서, 이번 주중에 날을 잡아 초청할테니 용인에 자리한 서 총집으로 수육먹을 사람들은 다 모이라는 데 이건 내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포도청일 다 때리치우고 산 넘고 강 건너서 목동에서 용인까지 오라꼬? 그것도 평일에? 저녁 7시까지 시간엄수라꼬??............행여 못 올줄 미리 짐작하고, 아니 내는 오지 말라고... 약만 올리는 거다....... 세상 그리 살지 마소......내가 묵으면 얼매나 묵는다고......... <참 나쁜 서 총님>ㅋㅋㅋ
산우회에서 3번 연속 산행 참가시 나눠주는 의자를 받지 못한 섬훈 쫄과 계형 쫄......
꿇어 앉아 벌서는 듯한 자세로라도 먹고 살려고 분투(?)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래도 집에서는 어엿한 家長이요, 회사에서는 社長님들이.... 山에만 오면 쫄이라...ㅋㅋㅋ
풍성한 점심을 먹고 한껏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일어서려는 데, 설펭(광열)님으로 부터 재봉 대장 손전화로 전화가 왔다. 지금 재봉 선사 사무실에서 예봉산 정상쪽으로 산행을 시작한단다. 여기서 예의 재봉 대장의 기지가 번뜩인다.
우선 설펭님에게 중간에서 만나자고 길을 가르쳐주며 올라오도록 산행을 지시한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설펭님 몸에서 땀이 좀 났을즈음, 우리 도착 예정 시간에 맞추어 설펭님에게 전화를 걸어 하산을 지시하며 재봉 선사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하산 길이 여러갈래라 애시당초 중간에서 조우하기는 무리였슴)
뒤늦게라도 산행에 참가한 설펭님의 열의도 놀랍고, 이왕 산행을 왔으면 몸에 땀이라도 좀 흘리라는 재봉 선사의 배려도 놀랍다....
7. 뒷풀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남서쪽 능사면으로 하산하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1시간 10분?
기다리고 있던 설펭(광열)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재봉 선사 사무실에 주차해 둔 차량들을 나눠타고 재봉 선사가 미리 예약해 둔 단골 음식점으로 이동, 점심 먹은 게 아직 소화가 안 되었으니 오늘은 뒷풀이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저마다 한마디씩 궁시렁 대더니만....... 돼지족발에 파전, 빈대떡에...... 재봉 선사 단골집이라 특별히 내어놓는 직접 담근 잣술, 오디술, 복분자 주에 모두들 말 그대로 "헬레레~"가 되어,언제 점심을 먹었느냐는 듯이 잘들 먹는다. 마지막으로 매운탕에 공기밥까지.....허걱!
오후에 또 다른 약속이 잡혀 있는 효용고수를 필두로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재봉선사께서 시산제 산행대장 기념으로,(아니, 산우회 경비 좀 아껴쓰라는 의미에서) 회비로는 엄청 모자라는 음식값을 자기가 지불한다.
재봉 대장님! 잘 먹었습니다. 근데요... 새해 벽두부터 밥사고 술사면 일년내내 사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죠? 그라지 말고 올 한해 계속 산행대장 하이소~ ^_^
2차없이 집으로....., 그래도 밝을 때, 집에 돌아왔더니만, 우리 마눌이 하시는 말씀.
" 우짠일로 저녁도 안 묵고 이래 일찍 왔소?, 희한하네?"
(저녁을 차려주기 싫어서 진짜로 먹고 들어 왔으면 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山에 갔다가 그나마 술 많이 안먹고 일찍 들어와서 잘했다고 하는 말인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분간이 안가네????)
그날 시산제에 부득이 하게 참석하지 못하신 2공 대장 긴~인섭님,송파동 호루라기 경남님, 나발수 진홍님, 택술 의~사님, 쫄고 민영님, 신림 거사님, Rainshower 문수님, 길수님, 재명님, 석모님, 청천 웅식님,키큰 오빠 광호님, 병순님..... 등등을 위시하여, 그동안 산우회에 한번이라도 참석하여 주신 모든 친구분들과 앞으로 참석하여 주실 모든 同期분들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30산우회를 대신하여 이 平卒(평생 쫄)이 삼가 인사드립니다. 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