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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회 욱이 절로 가고
“너는 지금 어느 절에 있는 겨?”
“희방사에요.”
“거서 뭐혀?”“기도 하고 공부하지요.”
“집에 신경 좀 써라”
“그래서 불공드려 드리려고 왔지 유, 집안이 너무 시끄러워서요.”
“기도 하면 보여?”
“그래서 왔어요.”
“네 형은 어디 있냐? 이런 때 와서 도와주면 좋으련만””미국 하버드 대학 법대로 간 것 아시잖아요.“
“그놈은 언제나 공부만 했지, 집을 위해 한 게 뭐여, 하버든지 합바진지 원”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돌아오면 한자리 할 거 예유”“당장 답답한데 공부하면 뭐하고, 기도 하면 뭐혀, 아쉬울 때 도움이 안 되는 것을 ........, 언제까지 기다려”
“모두 업입니다. 철이가 순이하고 결혼을 하는 바람에 집안의 한쪽이 찌그러지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기도하면 됩니다.”
“잘 좀 해봐라, 나도 모르겠다.”
배 강복이는 먼저 송이를 안고 떠났다.
돌이는 배 강복이 뒤를 따라 나섰다.
“어르신 제가 송이를 안고 갈게요.”
“그려 그럼”
돌이가 송이를 안아도 송이는 보채지 안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도 순이는 깨어나지 못했다.
“엄마 엄마”
순이가 소리치며 의식이 드는 것 같았다.
“아가 이제 정신이 나는 거야?”
“어 어머니! 철이와 안 된다구요?”
순이는 눈을 뜨고 권 수인을 바라보더니 다시 정신을 잃었다.
“야 정신 차려! 이놈의 팔자가 더러워서 이렇게 아이들이 고통을 받으니 내가 죽어야지”
권 수인은 화장실로 가서 창문에 수건을 걸고 목을 맸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온 간호사가 발견하여 순이 옆자리에 같이 눕게 되었다.
“자살을 기도 하시다니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제가 죄인이라서 죽어야 되요.”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내 목숨이라고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죽을 명이었으면 아마도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자매님의 자살 시도를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살아서 무엇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뭘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말하는 간호사가 교회 다니는 분인지는 잘 모르는 여자였다.
이런 말을 들은 권 수인은 옆 침대에 누운 순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근데 저분은 뇌에 충격이 많아서 건강관리 잘해서 회복하도록 도우세요.”
“예 잘 알았습니다.”
순이는 그렇게 보름이 지나서 퇴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순이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송이의 젖을 물리는 것도 싫어해서 밥물을 끓여서 먹이니 아이가 점점 쇄약해졌다.
병원에서는 송이가 영양실조라고 입원시키라고 해서 송이를 입원 시키니 순이는 희죽희죽 웃기만 했다.
송이는 입원하여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순이와 가족들은 송이를 뽕나무 밭에 묻었다.
송이가 죽자 순이는 머리를 산발하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돌이가 순이를 잡고, 집으로 데려다 놓고 옆에서 지켰다.
밥도 챙겨먹지 못하니 돌이가 밥을 해주고 집안 살림을 하다 시피 했다.
서 영은은 이런 돌이 모습이 안타까웠다.
“돌아 순이는 유부녀여! 네가 순이를 돕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겨, 너무 붙어 있지 마!”
“괜찬아유 아픈 친구 돌보는 거구만유”
“그래도 남의 눈을 감출수가 없잖아, 다들 이상하게 본단 말여, 복이나 만나라”
“복이는 수녀원에 갔잖아유”
“내가 먼저 복이 엄마와 찾아 가 볼게”
“쓸 데 없는 일 하지 마세요.”
“네가 순이 좋아 하니까, 복이가 수녀원에 간 겨 뭐”
“제가 알아 유?”
서 영은은 복이네 집으로 찾아 갔다.
“복이 엄마‘
“어이고 형님이 웬일이유, 나 시방 복이가 보고 싶어서 찾아 왔네!”
“복이가 수녀원에 있잖아유”
112회 복이가 보고 싶어
“그건 아는데 우리 돌이가 보고 싶다고 하니 수녀원에 한번 가보세”
“만나줄까요?”
“하여간 가보기나 하세”
서 영은은 돌이를 구할 사람은 오직 복이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복이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
복이는 작은 촛불이었다.
어둠을 밝히듯이 복이라면 어두운 돌이의 인생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복이 엄마 신 순자와 서 영은이 서울 길동 성당으로 갔다
보은에서 차를 타고 영동으로 나와서 기차를 타고 두 사람은 소녀들처럼
기쁘게 여행을 했다.
“곧 가을이 오는 가보지! 바람이 겨드랑이로 파고드는 것을 보면 말 여, 호 호 호 ”
“호 호 형님 가을바람 나시겠네”
한복을 차려 입은 서 영은이 마주 웃었다.
딸을 보려가는 복이 엄마도 마음이 들뜨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윽고 길동에 도착해서 수녀원 지하로 내려갔다.
입구에서 안내인을 따라 갔다.
“엄마 왔다고 전해 주세요.”
이내 복이가 까만 수녀 복을 입고 나타났다.
“오지 말렸더니…….”
“돌이가 너 보고 싶다고 해서 먼저 와 봤다.”
신 순자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도 잘했다.“맞어”
서 영은은 돌이가 순이 따라 다니면서 인생 망칠 것 같은 절박함에 복이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네가 돌이를 살려주면 좋겠다. 유부녀 순이를 보살핀다고 난리니 내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제가 좋아서 여길 온 것을 어떻게 해요?”
“기도는 너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아? 돌이도 좀 살려주라 응?”
“복아 돌아와”
신 순자도 거들었다.
“그냥들 가세요. 전 이미 교회로 출가한 사람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다.”
복이는 싸늘하게 말했다.
“너도 돌이 좋아 하잖아, 돌이가 죽으면 어떻게 해?”
서 영은은 절박했다.
“사랑하는 순이 곁에 있는 데, 죽다니요?”“너 철이 알잖아, 그놈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안 봐도 뻔하다, 복아, 돌아와서 우리 돌이 좀 살려주라, 사람이 기도해도 나만을 위해서 기도 하는 게 아니지 않나”서 영은은 복이의 수녀 복을 잡고 눈물로 애원했다.
“저는 예수님과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 예전 사람 때문에 배신할 수가 없어요, 안돼요.”
복이는 단호했다.
복숭아처럼 하얗고 빨간 빰을 한 복이를 떠나면서 서 영은은 마음에 아까운 것을 놓친 기분이라 더 답답했다.
“돌이가 오면 마음이 변할 라나?”
서 영은은 혼자 중얼거렸다.
한편 돌이는 소고기를 사와서 굽고 된장을 끓이고, 겉절이와 함께 밥상을 차려 한복입고 멍하지 앉아있는 순이 입에 밥숟가락을 넣어주었다.
순이가 받아먹으면서 웃었다.
“철아 네가 있으니 행복한데, 우리 송이는 어디 가서 뭐해?”
“송이는 아파서 죽었잖아, 이제 잊어라”
“여기 있잖아, 우리 송이”
순이는 베개를 들고 젖을 먹인다고 젖가슴에 가져다 댔다.
“이러지 마, 송이는 죽었어.”
“송이가 어디 있는 데, 우리 같이 가보자 돌아”
“그래”
돌이는 순이 손을 잡고 들로 나갔다.
벼이삭이 누렇게 소복이 익어가며 황금들판에 출렁출렁 파도를 쳤다.
“순아 저 봐라 곧 벼가 누렇지! 이제 정신 줄 좀 잡아라. 이렇게 좋은 데 바보처럼 있으면 안 되지”
“그래 벼가 익으면, 송이 하고 그 속에 들어가서 숨바꼭질 해야지, 송이야”순이는 논에 들어가서 휘젓고 다녔다.
돌이가 순이 팔을 잡아 끌어내서 논두렁에 앉혔다.
그래도 바람은 선선한 것이 가을 논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멀리 보는
서 영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저런, 저 저 녀석을 어쩐다.”
서 영은은 복이가 너무 그리웠다.
철이가 저런 모습을 본다면 가만 안 있을 일이었다.
돌이를 순이에게서 떼어 놓을 사람은 오직 복이 뿐이었다.
“봤다 봤어, 철이 봤다.”
철이가 동네에 숨어들었다는 소릴 칠득이가 하고 다녔다.
분이 엄마가 서 영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돌이가 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는데 개들이 심하게 짖었다.
밤이면 풀어놓고 기르는 홍실이가 창고 앞에 가서 짖어댔다.
거기서 인기척이 나면서 거지 차림을 한 철이가 나타났다.
“아니 너 집에 안가고 여긴 웬 일이여, 순이가 기다리잖아”
돌이가 놀라서 말했다.
“집으로 가면 맞아 죽어”
“순이가 미쳐서 죽어가고 있는데, 여기 숨은 너는 인간이여! 짐승이여”
“부탁한다, 네가 가서 순이 좀 데리고 와라, 먹을 것도 좀 주고”
돌이가 순이를 데리고 와서 철이와 만나게 해주었다.
서 영은과 한 점수는 깜짝 놀랐다.
“잠시 쉬고 빨리 너희 집으로 가라”
순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 철이는 남의 눈치를 살피며 집안에서 순이를 재웠다.
순이는 고분고분 철이가 달래는 말에 잘 따랐다.
그렇게 밤이 되어 잠이 들었는데, 언제 왔는지 한쪽 옆으로 이 동주가 철이 팔을 베고 누웠다.
옆에 누은 이 동주가 소리쳤다.
“아 어 나 죽어 나 죽어”
그 소리에 순이가 잠에서 깨어 이 광경을 바라보더니 고함을 질렀다.
“이년아! 어디서 이 짓을 하는 겨, 나쁜 년아, 죽어라”
113회 권 수인도 절로 가고
순이가 방망이를 들고 이 동주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
이 동주는 발가벗은 채로 도망갔다.
순이가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뒤따라 가다가 넘어졌다.
순이의 머리와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났다.
철이가 상처를 닦아 주려고 하자
“개새끼야 아무나 하고 붙어 먹냐? 이 나쁜 놈아, 내 생각 좀 해라. 이원수야, 나를 이렇게 만들고도 성에 차지도 않고, 미안하지도 않냐?”
“미안하다, 참 미안하다.”“맨날 그 놈의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만해라 집에서 나가 썩을 놈아”“한번만 봐주라,”“입에 발린 봐주라! 미안하다! 이젠 지긋지긋하다, 고만해, 어떻게 이모 같은 사람하고 붙어 먹냐?”
그러더니 순이가 다시 쓰러졌다.
철이는 어머니 권 수인과 같이 순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실에서 순이가 눈을 떠서 권 수인을 보더니 다시 의식을 일었다.
“내가 없어져야지, 저 얘는 나만 보면 기절을 하니 말이다. 네가 내말을 안 듣고 순이 하고 사니, 재앙이 온 집안에서 떠나지 않는 구나, 나는 절로 갈란다.”
권 수인은 가로막는 철이를 팔로 밀고, 그길로 절로 가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출가득도 하게 되었다.
욱이는 어머니가 삭발할 때 옆에서 도와주었다.
권 수인은 그렇게라도 본인이 기도로 속죄하여 어지러운 집안의 귀신들을 달래 줄줄 알고 스님이 되었다.
집안이 비록 험난한 길에 들어섰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다.
석이는 엄마가 스님에 되었다는 말을 듣고 당장 집으로 돌아왔다.
늙은 아버지와 늙은 개 곰지만 석이를 반기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백내장이 진행한 흐릿해진 눈으로 석이를 만나자 마자 말했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고 허허로운 가재도구들이 널려있었다.
석이는 철이 하나 때문에 집안이 엉망이 된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철이는 도박과 도적질의 잡범으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 있었다.
석이가 아무리 고시에 합격하고 일어섰어도, 집안을 정리하는 데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어머니를 찾아가도 권 수인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얼굴을 한번 보고는 뒤로 돌아 앉았다.
“돌아서 가거라, 그리고 순이와 철이를 헤어지게 해라, 그래야 근심이 떠난다.”
“그래도 제수씨가 불쌍해요.”
“걱정마라 도울 사람이 이미 있어”
“누구요?”
“돌이다, 그리고 너희라도 잘 살아야지, 다 내가 저질른 씻을 수 없는 잘못 때문이다.”
권 수인은 선을 그었다.
“형 가자, 더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욱이가 말했다.
“어머니 왜 그러세유”
석이가 울부짖어도 어머니는 조용히 부처님만 바라보았다.
“그 까짓 점쟁이가 뭐라고 점쟁이 말을 믿고 이러셔유. 하여간 엄마 또 올게요.”
“오지 마라”
권 수인은 차갑게 말했다.
“못난 것들 하고는”
권 수인은 맘속으로 자책했다.
한나절을 어머니 곁에 있던 석이는 욱이가 바래다주는 절 앞에서 헤어졌다.
법원과 검찰을 방문해서 철이의 행적을 찾아보았다.
철이는 노름하면서 상대를 속이고, 상대방에게 폭력을 쓰고 도적질을 하는 등 여죄가 많았다.
석이는 돈이 많이 걸린 죄들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철이와 제일 많이 엮이는 설 빙수는 마약까지 동원하는 등 중범죄를 짓고, 송 사리 내외를 차사고로 죽이는 일에도 관여한 범죄인이었다.
석이는 특별 수사팀을 꾸리고 설 빙수와 장씨 일당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막상 수사를 시작하자!
석이가 사는 집에 돌이 날라 들어오고, 출퇴근 시 미행차량이 따라 다니고, 차를 운전하면 바퀴에 못이 박혀 펑크가 나는 등 각종 사고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석이는 이런 장애물부터 하나 하나 걷어내기 시작했다.
철이를 찾아가서 심문을 했다.
“설 빙수에게 당하고 있는 데, 네 약점이 뭐냐?”
“형 다 돈 때문이지, 그 사람은 폭력단 우두머리고 용서가 없어, 형이 나 좀 살려주라.”“네가 묻는 데로 자세히 말해야지, 감추면 너만 손해야, 그 사람 때문에 제수씨가 병들고, 조카가 죽고, 어머니가 절로 가서 집이 폭삭 망했는데, 원수를 갚아야지, 우리 집에서 소작농 하던 놈이 나쁜 길로 들어서서 온 마을을 더럽게 하니 죄를 물어서 처단을 해야 한다, 네가 최대한 사실을 직고해야 한다.”
“알았어, 형”
114회 일당 체포
석이는 경찰을 동원해서 설 빙수 일당 10여명을 검거했다.
거기는 건달 장씨나 엿장수까지 온갖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연줄연줄 엉켜있었다.
엿장수는 그간 석이의 뒤를 따라다니는 첩보원노릇을 하고 있었다.
설 빙수는 이런 사람들과 모의하여 서울과 경기 인근 및 보은에 주택,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부하들과 호의호식 하면서 재벌처럼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돈을 모으게 된 것은 처음에는 노름으로 남의 돈을 뜯어내다가, 그 돈을 밑천 삼아 공무원들을 구워삶고 매수해서, 배 강복이가 토굴에서 금을 캐낸 것을 알고 집중적으로 찾아가서 금광도 몰래 도굴했다.
그리고 옆의 토굴도 개발해서 무연탄을 대량으로 캐냈다.
무연탄을 캐는 과정에서 마을의 생명줄인 맹탕개울의 물줄기가 마르고, 시커먼 물이 개울에 흘러내렸다.
그리고 설 빙수는 고향에다 리조트를 건설하고 골프장을 만들고, 종놈 선산을 왕능처럼 거창하게 꾸몄다.
설 빙수는 이미 노름판 건달이 아니라, 정부를 끼고 도는 거물이 되었다.
“누가 누구를 검찰에서 조살 한다구?”“철이 형 석이가 검사가 되어서 회장님을 조사한다고 합니다.“
“이비서 청주지검장 연결해”
“여기요.”
“형님, 설 빙수유”
“왜 그랴, 또 사고 쳤어?”
“아니유, 지가 가만히 있는데, 배석이란 검사가 조사를 한답니다.”
“보고 받았어, 걱정 말고, 그냥 대답만 잘해, 나 물고 들어가지 말고 아니?” “야 걱정 되서유, 형님에게 돌아 갈 것이 줄어든 단 말입니다.”
“쉿 그런 말 하지 말고, 이렇게 철이 없나! 쩝, 전화 끊고 기다려”
석이는 이런 모든 정황을 간파하고 있었다.
잘못 하면 석가래 청주지검장의 먹이가 될 수도 있었다.
“배 검사 그만해, 설 빙수는 당신의 고향 선배잖아”
석 가래 지검장은 설 빙수를 두둔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분부 잘 받들겠습니다.”
배석은 지검장의 방을 나오자마자, 경찰을 동원해서 보은군청과 석가래 지점장 집을 압수 수색에 착수하였다.
배검사 뒤에는 하바드 법대 동문들의 밀리지 않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대노했다.
“보은군 공무원들과 석 가래와 설 빙수 일당을 중정으로 끌고 가, 특별지시야”
대통령은 쥐똥나무 마을을 잘 알고 있었다.
벼가 익어갈 즈음 농촌의 민정을 살피려 보은읍에서 추천하는 쥐똥나무 마을에 들러서 농민들과 벼를 추수하며 느티나무 아래서 노인들과 막걸리 잔을 주고받을 때였다.
“어르신들 금년 농사가 어떻습니까?”
“농사는 잘 됐는데 각하! 어려운 마을 사정이 많습니다.”
갑동 노인이 말했다.
“무슨 일이요, 제가 적극적으로 해소해 드릴게요.”
“광산의 무연탄 광물 찌꺼기가 마을 냇가로 흘러내려서 물색이 검어지니 마을 사람들이 물을 못 마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사람이 죽거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집도 있습니다.”
“설 군수! 알고 있었어? 사람들이 물도 못 먹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조치가 늦어서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면 다야! 사람들이 식수가 없어서 물을 못 마시고 있다니, 거기다 새마을 사업할 때,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도박을 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지시 했는데, 이렇게 하나도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 이런 상황에서 설 군수는 죄송합니다만 하면 다야? 당장 그만둬! 비서실장 임자가 내대신 직접 나서서 무연탄 광산 원상복구 시켜서, 물이 지하로 내려가게 하고, 광산 대표와 노름꾼들은 다잡아 들여!”
“각하 이미 검찰청에서 조사중입니다.”“임자가 나서서 담당하는 검사가 누군지 적극 지원해“
“네 각하”
얼마 후에 석가래 검찰 청장, 비리 공무원들과 설 빙수를 포함한 도박꾼들이 일망타진 되었다.
설 빙수와 도박꾼들은 물론 철이도 중정의 어두운 방에서 거꾸로 매달려 물고문과 닭다리 체벌도 당하며 시달렸다.
배석은 동생 철이를 한 치도 도와주지 않았다.
모든 죄는 낱낱이 들어났다.
철이의 모든 죄가 하수인 인 것이 판명이 나서 형벌이 가벼웠다.
철이는 집행유예의 형을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검찰 지청장과 공무원들은 반신불수의 고문 후유증과 함께 재산은 몰수당하고 10년 이상 징역 처분을 받았다.
군수는 도박을 몰아내는 쥐똥나무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몰수한 범죄인들의 재산으로 보은 지역 산업화 개발에 쓰도록 했다.
도박꾼들은 마을과 건강한 시민사회의 적폐로 간주하고 강하게 체벌했다.
115회 도박 없는 마을
마을 입구에 [도박 없는 쥐똥나무 마을] 간판을 세우게 했다.
일은 하지 않고 남의 돈을 도박으로 끓어내서 치부하는 설 빙수와 그 일당을 엄벌했다.
배석은 젊은 나이에 검사장으로 특별승진 하였다.
승진하던 때 화분이나 인사 방문을 일체 사절했다.
정신이 난 순이가 석이를 찾아갔다.
“저 송이 아배하고 이혼 시켜주세요. 남편이 가족을 보살피지 않고, 송이도 죽었어요, 그 사람을 기다려 봐야 먹고 살 아무 희망도 없어요. 애정도 없어요.”
순이가 울었다.
“제수씨 잘 알았어요, 이 서류에 도장 찍고 가세요. 철이를 불러서 사정을 이야기 할게요.”
배석 검사도 동생과 제수씨의 일이라 눈물을 흘리면서 처리하기로 했다.
철이가 형에게 불러갔다.
“이혼장이다, 그간 가족을 보살피지 않아서 제수씨가 너 이상 너하고 살고 싶지 않단다.”
“순이와 저는 사랑으로 ....”
“사랑이 굶겨 죽이는 일이냐?, 너는 가족이 아냐, 이혼해”
철이가 남은 인생을 자기 주변을 잘 정리 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며 이혼시켜 버렸다.
116회 복이 오고, 순이 가고
[복이는 행복에 겨워
“당신 또 그 소리
당신은 나의 주인
원조사랑이 잖아요.”
아낙들은 돌이와 복이가
쥐똥나무
울타리 너머로
한참 부럽지만,
먼 산에 큰 학,
작은 학이
어울려 춤을 추면
어느새 흰 적삼 입은 돌이는
왜 따라 춤을 출까!
첫사랑이 가슴을 저미나!
연민이 남은 생을 이어가나!
순이가 간 저승과 이승 사이에
돌이는 쥐똥나무 울타리가 되어
추억을 넘나드는 향기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
서 영은은 한 점수를 엄동설한에 자기 집으로 불러서 살려 냈듯이, 돌이를 살리고자 복이가 있는 서울 수녀원에 열 번도 넘게 찾아갔다.
“사랑을 버리고 수녀가 된들 무엇 하냐?”
복이의 가슴에 자꾸 불을 질렀다.
수녀원에서 복이가 천주님 꿈을 꾸었다.
“천주님이 돌이의 손을 잡아주고 ‘같이 잘 살아라’” 했다.
돌이야 건강하고 재산도 있고 마음이 착했다.
복이는 원장수녀에게 갔다.
“저 세상으로 나가야 겠어요.”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던가?”“예, 천주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저와 남자친구의 손을 잡아주고 ‘같이 잘 살아라’ 했어요.” “그럼 나가야지, 여기 더 있어봐야 기도가 안 되지”
그날로 복이가 수녀복을 벗고 수녀원을 박차고 나왔다.
“돌이야 마음이 착하고 선하잖아”
수녀원을 나서면서 하던 서 영은의 말을 곱씹었다.
순이야 커다란 눈과 얼굴의 선이 갸름해서 예쁘다고 하지만, 복이는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발갛게 빛이 나는 여자였다.
복이가 쥐똥나무마을에 도착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복이 엄마 신 순자는 마당에서 빨래를 널다가 깜짝 놀라며 반겼다.
“네가 웬일이냐? 이자 집으로 돌아 온겨?”
“야”“잘했다, 잘했어”설렁했던 복이 집이 환하게 빛났다.
신 순자는 얼른 밥상을 내왔다.
“배고프자! 수녀원에서 먹는 것이 힘들었지?”
“아니유, 좋아요. 엄마 밥이 먹고 싶었네”
“여그 네가 좋아 하는 고추물금하고 고등어구이다 마이 먹어, 근데 놀랍다
네가 싫어서 나간 세상을 다시 찾아보다니.....,”
117회 천주님의 계시
“꿈에 천주님이 돌이와 손을 잡으라는 계시가 있어서요.”“그럼 얼른 돌이네 가보자, 반가워 할끼여”신 순자는 신이 났다.
딸이 돌아와서 내 옆에 있어준다니 행복했다.
신 순자와 복이는 돌이네 집으로 갔다.
“웬일이여?”
돌이는 말 할 줄 몰랐다.
“너하고 살려고 왔다.”
복이는 하나도 보태는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강하게 말했다.
“누가 너하고 산다고 .......”
돌이는 엉뚱한 말에 엉뚱하게 답했다.
“다 인연이 있는 겨”
복이는 돌이의 팔에 안기면서 따뜻하게 말했다.
순간 돌이는 주변을 살폈다.
거기는 돌이 엄마 서 영은과 신 순자가 나란히 서서 웃고 있었다.
“잘 왔다, 사람 살리는 일이여, 아무도 이렇게 돌이를 살릴 수 없어”
서 영은은 복이를 얼싸 안고 말했다.
돌이가 멋쩍게 웃고 서있는 그 모습이 한 점수와 겹쳤다.
한 점수가 배 장사를 망쳐서 다 죽어가는 것을 살려서 결혼하지 않았던가!
돌이를 순이 때문에 망칠 수는 없었다.
그런 엄마의 사랑이 복이를 불러 내렸다.
“근디 어떻게 결심을 한기여”
“모두 천주님의 뜻이지요.”
“천주님이라니 …….”
“천주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나와 돌이의 손을 잡아주고 ‘같이 잘 살아라’ 했어요.”
“그게 다야?”
“그럼요, 모두 아주머니가 기도하신 덕분이지요.”
“하여간 고맙다, 돌아, 어서 복이 손잡고 같이 가서 살아, 천주님 말씀이란다.”
서 영은은 너무 기뻐서 당장 결혼식을 올리자고 신 순자에게 말했다.
돌이 결혼식은 며칠 뒤에 갑동 노인의 주례로 느티나무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새신랑과 신부는 하얀 쥐똥나무 화환을 두르고, 향기를 풍기면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신랑 신부 맞절”
그렇게 새 신랑신부는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잘 진행되었다.
돌이가 결혼하는 곳에서 분이는 울고, 우 민자도 토라졌다.
칠득이는 분이를 달래고 우 민자를 데리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그간 분이가 돌이를 은애한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아서 창피하기도 했다.
“돌이가 좋은 짝을 만났으니 마을에 좋은 일만 있을겨”
병동 노인이 말하며 웃었다.
할배들은 서 영은이 내 놓는 막걸리에 취하여 밤새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새 신혼집은 돌이네 집에서 차려졌고, 밤에는 마을 사람들이 방 창호지 문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면서 즐거워했다.
[순이가 개울에서
홀라당 옷 벗고
자주 멱을 감으면
돌이가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도
순이는 철이만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친 이른 새벽
순이는 개울물에 빠져
허옇게 눈을 뜨고 죽어있었다.
돌이는 모두 떠난
쥐똥나무 그늘에 앉아
옛이야기처럼
풍기는 향기를
담배 연기에 꿰어서,
밤마다 쥐똥나무 담장에
초롱불로 달아 두고
[돌아가자고 그 옛날로
다시 돌아가자고....... ]
순이도 송이도 가고 없는
담장에는 쥐똥나무 꽃잎인지
머리 하얀 돌이인지
분간을 못해도
송이 무덤에 쌓인
쥐똥나무 꽃잎들이
차마 노랗게 변하며
그 작은 무덤이
바람에 날려 평지가 된
수십 년이 지나도
옛날이 그리운 돌이는
담장 옆에
세월의 머슴처럼
그리 서있었다.]
118회 순이 죽음
돌이는 나이 들어가면서도 언제나 편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10월 들판에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순이가 정신병원에서 다니려 나와도
복이가 챙겨주었다.
배 강복이는 망신스럽다고 순이가 나타나자 집에서 쫓아냈다.
그래도 순이는 항상 히쭉 히쭉 웃고 다녔다.
그러나 순이는 철이를 만나려 갈 힘도 정신도 없었다.
“철이 보고 싶어?” 돌이가 물었다.
“응” 순이는 철이가 보고 싶었다.
[여보 잘 있나요? 당신이 어디 있던지
비 오는 날은 비 온다고 생각,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분다고 생각,
맑은 날은 거울 보듯 생각,
꽃이 피면 핀다고 생각나요.]
그러나 철이가 있는 곳에는 이 동주가 늘 옆에 버티고 있어서 정신없는 순이 혼자 갈 수가 없었다.
돌이는 그런 순이를 늘 뒤따라 다니며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복이는 평상에 앉아서 순이와 공기놀이를 하는 돌이와 순이에게 꿀물을 타 주었다.
“엄마 고마워”
순이는 그런 복이를 엄마처럼 보았다.
더 이상 순이가 건강해질 거란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고, 순이가 하자는 데로 내버려두었다.
마른 논에 학이 날라들자, 순이는 학처럼 팔을 벌리고 논 속으로 날라들어 갔다.
돌이도 학이 되어 순이를 뒤따라갔다.
돌이네 논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복이는 순이와 같이 놀아 주는 돌이의 착한 심성에 감복했다.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었고, 들에는 들국화가 향기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누가 만들어 주었는지 순이는 머리에 국화꽃 관을 쓰고 다녔다.
소나무에 집을 짓고 살던 학들이 모두 떠나가는 새벽 날 순이가 맹탕개울 앞에 있었다.
“송이야 엄마 간다, 송이야 같이 가자”
순이는 소리쳤다.
어느 날 국화꽃 화관이 물에 동동 떠내려가고, 순이도 허옇게 떠내려갔다.
그 아침에 먼저 나온 돌이가 개울에서 순이를 발견하고 울부짖었다.
“순아! 착한 순아, 이렇게 가면 안 돼, 이게 뭐야 순아”
돌이가 우는 소리에 칠득이와 복이가 나오고 서 영은도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순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마침 소식을 들은 철이가 남루한 옷을 입고 나타나서 순이를 안고 금화산으로 올라 갔다.
철이가 순이를 안고 산으로 오르는 길은 국화꽃이 만발하고 학들이 쌍쌍으로 날라 다녔다.
무너매 어미가 무당춤을 추면서 이들을 맞이했다.
“이승에서 못다 한 사랑, 털고 가세, 저승에서 행복하도록 부처님이 도와주소서”
순이를 신당에 눕히고 철이는 목탁을 치면서 무너매 어미의 굿에 합류했다.
순이 장례식에는 먼데 논에는 하얀 학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었다.
돌이는 쥐똥나무 꽃을 사와서 화환을 만들고, 순이의 혼례복을 만들어서 송이가 묻힌 산소 옆에 얹어두었다.
때늦은 쥐똥나무 꽃이 신기한지 온갖 나비들이 무리지어서 순이 산소 위를 날라 다녔다.
119회 철이 스님
마을은 대청소 하듯이 모두를 떠나보내고 맹탕개울은 여전히 맑게 흐르고 있었다.
돌이가 복이와 짝을 이룬 여러 해가 지난 새벽녘이었다.
모두 잠이든 시간에 창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와 인기척이 있어서 돌이가 선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여니 거지 차림의 철이가 담벼락 밑에 서있었다.
“철이 아녀?, 뭣이여”
“나 지금 배가 고파”
“누구예요?”
“철인데, 배가 고프다는 군”
“들어오시라고 해서 밥을 차려 드려야지요.”
복이는 착하게 말했다.
돌이가 부엌으로 철이를 불러서 밥상을 차려주었다.
“어디 가서 뭐하다가, 이 밤에 배가 고프다고 그랴?”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토굴에 숨어 있었어”
“집으로 가지”“아버지 혼자 있는 데, 맞아 죽으려고?”
“너는 맞아도 싸”
철이는 이 말을 들으면서 밥솥을 껴안고 밥을 먹는 한편으로 펑펑 울었다.
“내가 죽일 놈이여, 착한 순이와 송이를 죽이고, 마을을 망치고 다녔느니 내가 죄인이여, 죽어도 싸지”
“이제 어디로 갈기여?”밥을 다 먹은 철이에게 물었다.
“엄마 한테 가야지”
“절에 가셨잖아”“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가! 우리 엄마”
철이는 엄마 찾아서 절로 갔다.
그리고 얼마 뒤에 철이도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노인들이 이 동주가 철이를 망치고, 순이를 망쳤다고, 마을에서 떠나가라고 했었다.
이 동주는 집도, 논도, 밭도 팔고, 하얀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면서 마을 입구에서 큰절을 하고 떠났다.
철이가 스님이 되고 난 뒤에 이 동주는 그 뒤를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따라 갔다.
얼마후에 설 빙수 패거리들도 모두 마을을 떠났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늘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맹탕개울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맑게 흘러갔다.
바보는 바보대로 사랑 많은 사람들은 사랑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쥐똥나무 마을에도 평안이 찾아오고 있었다.
갈 사람들이 다 떠나고, 마을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철이도 머리를 깎고 참회스님이 되었다.
철이네는 엄마 권 수인, 욱이, 철이 까지 한 가족에 세 명이 스님들이 되는 바람에 무너매 어미의 말처럼 나쁜 싹을 제거하기 위한 기도하는 스님들이 되었다.
갈 사람들이 다 떠나고, 마을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그즈음 철이는 따뜻한 남녘 땅 거창 벚꽃고장 장팔리로 가서 절을 봉헌하니, 이 동주가 와서 더불어 살았다.
이 동주는 드디어 철이를 밤낮으로 품고 자며 행복을 잡았는가! 했다.
그러나 철이는 불공의 이유가 가정과 집의 행복이 깨지고, 어머니를 절로 가게 한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후회하고, 속죄하며 지내려는데 몸이 뜨거운 이 동주가 자기 품을 파고들어서 비비대는 것이 싫었다.
120회 병이 깊어
막상 잠자리에 들면 이 동주가 가슴을 파고들어서 도박처럼 환희의 물결이 몰려오니 그도 못 참을 지경이었다.
그럭저럭 세월만 가고 순이와 송이가 그리운 날은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서 이 동주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내 신세를 망친여자여”
“이놈아, 어른도 모르고 치고 자빠졌냐?”
“어른은 무슨? 너는 마귀 아니여, 너 때문에 집안이 사단 나고, 순이가 미쳐죽었잖아?”
“네 잘못을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난리여, 내가 너 하나 좋아서 절 지어주고 밥 해주고, 재워 주는 데 주먹질이여?”
“이년아! 다 필요 없어 가버려”
“갈 태면, 네가 가라, 내 절이여”
절 안에서 둘이 싸우는 것을 신도들이 몰려와서 말렸다.
신도들은 이 동주가 보살이겠거니 들인 처 겠거니, 했다가 부부 사이로 발전한 것을 눈치 채고 살가운 이 동주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말린다고 끝나지 않았다.
철이는 날마다 술을 퍼마시고 행패를 부렸다.
“너는 중도 아니여, 주정뱅이여”
“나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너야 너란 말여, 이 웬수야”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하네! 돈 주고, 몸 주고, 다 준 나를 홀대 하면 천벌을 받는다, 이 나쁜 놈아”
절간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도 둘 사이에 아기는 없었다.
철이는 점점 폐인이 되어갔다.
철이는 과음에 따른 위암, 폐암, 당뇨 등의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니, 집으로 가라고 해서 절에서 마지막 죽음을 준비 하고 있었다.
온갖 구박을 받은 이 동주가 남아서 그나마 철이를 간호해주었다.
“고마워요, 이모”
“고맙다! 철아! 나는 너하고 사는 동안 일생에 제일 행복했는데, 네가 죽으면 나도 같이 죽을 거야”
이 동주는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펑펑 울었다.
한편 석이는 근무 중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검사장님, 제씨가 몸도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으니 방문해주십시오.”
“누구신지요?”
“개화사 배철 스님의 신도입니다.”
“철이가 스님이랍니까?”
“그렇습니다.”
“거기가 어디입니까?”
“거창군 장팔리에 있습니다.”“어떻게 거기까지 갔지요? 하여간 위중하다는 거죠?.”
“며칠째 식사도 못할 정도입니다, 가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석이가 차를 몰아서 절을 방문하니 절은 모두 잠겨있어서 밖에서 불렀다.
“철아?”철이는 안에서 신음 소리를 내다가 봉창에다 대고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사람이 올 겁니다.”
그러나 1시간여를 기다려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오가는 사람도, 소식도 없었다.
분명히 절 안에는 신음하는 철이가 있었다.
석이는 운전기사와 함께 창문을 뜯었다.
방안에 들어서니 철이가 음료수 통을 머리맡에 두고, 발아래는 오줌을 싸서 담아둔 비닐봉지가 있었다.
“짜식아, 나도 무심하지만 어디가 아파서 이 모양이냐?”
석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다.
“나는 위암과 폐암에 당뇨가 겹쳐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
철이는 당뇨로 멀어져가는 눈을 뜨고 말했다.
“집으로 가자”
석이는 오줌 싸서 냄새나는 철이 몸을 물수건으로 죄다 닦아주고, 철이 물건을 챙겼다.
순간 이 동주가 나타났다.
“검사장님이 오셨어유?”
“동생이 죽어간다고 연락을 받아서 이렇게 왔지요. 아주머니는 여기서 뭐하세유”
“나유? 철이하고 살지요.”
“그런데 사람이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었나요?”
“고향에 일이 있어서 일주일 다니러 갔었는데 이게 뭐야! 나 없으면 꼭 이렇다니까.”
“아주머니가 진심이면 아픈 사람 두고 어딜 다니러가요! 본인 욕심 채우려다 사람 망쳤잖아요.”
“무슨 개 짖는 소리야, 검사장이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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