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0 관악산 추억산행
서울로 복귀한 지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출퇴근하며 눈앞에 보이는 관악산과 수리산. 문득문득 생각이 스쳐간다. 캬캬캬캬캬캬캬캬캬~~~~~. 한번은 다녀와야겠다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영~~ 쉽지가 않네. 토요일이라야 가능한 스케줄인데 매번 무슨무슨 일이 겹치게 되고…… 오늘에야 겨우 실천에 옮겨본다.
어디 코스로 갈까? 여러 궁리를 해보지만 관악산, 수리산은 내 전공이 아니라 딱히 좋은 코스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니 관악산에 어떤 코스가 있는지조차 생각이 없다.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웃음소리에 16년 전으로 돌아간다. 20051002 신입회원 펭귄이 대장을 맡아 신림, 재봉, 광용, 상국, 경남, 진홍, 무상(총 8명)을 인도했던 산행, 그 코스 그대로 함 가보자.
주섬주섬 배낭 챙겨 나서는데 말랑이는 자기 안 데려간다며 마구 짖어댄다. 얼떨결에 눈 비비며 따라 나온 곁님한테 말랑이를 맡기고 현관문을 나선다. 컵라면 하나 사 들고 사당역으로 가려는데 교통편도 익숙지 않다. 버스 타고, 수서역에서 지하철 3호선으로 갈아타고,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데 사당역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어허이~~~~ 이제 모든 감각이 하나하나 둔해진다. 나사가 풀어지니 조심조심…. 그래도 강남역 방향 열차를 타지 않은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는다.
사당역 4번출구…… 출구 찾는데도 한참 걸린다. 3호선 하차하면 4호선 방향으로 돌아가야 4번출구가 있는 모양이다. 4번출구 지상으로 올라가니 기억에 남아있는 게 하나 없다. 모든 게 변했나 보다. 친구들 기다리며 잠시 쉬어갔던 오뎅집도 다른 업종으로 바꿨나 보다. 들머리가 어딘지도 애매하고 옛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산행객들을 따라 가보는 수밖에…….
16년 전의 기억으로는 늙수구레한 노인들만 다니던 길에 젊은이들의 환한 얘기소리에 귀가 즐겁다. 우중충한 복장보다는 가을빛으로 치장한 활기찬 단풍 의상이 눈도 호강 시켜주는구나. 단지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젊은이 대부분은 운동화 차림이다. 바위도 많은 산에 등산화 아닌 운동화가 나중에 짐이 되지나 않을지 사뭇 우려스럽다.
관음사 아래 들머린가 보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자켓을 벗고 오르기로 한다. GPS도 켜고, 스틱도 길이 맞춰 조정하고 출발이다. 10여분 올랐을까? 뒤돌아보는 풍경이 아예 보이질 않는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둘 다를 합한 건지? 소위 ‘SMOG’인가보다. 오늘 산행이 능선 산행인데 주변 조망은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호흡이 차츰 편해지고 몸은 적당히 데워질 즈음, 마당바위(?)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길은 온통 새로 설치된 데크/계단이다. 펭귄과 재봉선사가 ‘누가 땀을 많이 흘리나?’ 내기를 했던 곳인데, 내 기억력의 한계로 그냥 지나치고 말았나 보다. SMOG를 핑계로 주변도 잘 보이질 않아 어디쯤인지 가늠도 힘들고 동서남북조차 헷갈린다. 사람들이 많으니 앞서가려 해도 여의치 않다.
‘관악문’이라고 페인트로 적어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워버린 흔적이 뚜렷하다. 문을 통과하면 촛불바위도 잘 견디고 있었구나. 한참을 더 올라 위험구간이라 생각되는 쇠사슬로프횡단구간에는 계단으로 정비해 놓았다. 다시는 아슬아슬하게 횡단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고, 펭귄의 애절한 SOS 신호도 들을 수 없게 되었나 보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오른 탓에 마지막 힘을 다하면 기상대 안테나를 둘러싼 울타리가 발길을 옆으로 돌려놓는다. 비탈진 너른 바위 연주대 정상석이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각자의 주인공 사진을 찍으려는 젊은 남녀들의 줄서기가 약 100미터는 됨직하다.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곳에서 그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구나.
어디 좋은 곳 찾아 점심이나 챙겨먹자꾸나. KBS 송신안테나 쪽으로 이동하고, 좁지만 안정적인 장소에 햇살을 등지고 앉는다. 컵라면, 커피, 초코바,,,, 필요한 당을 보충한다. 어디로 하산할까나? 케이블카능선?? 동으로 뻗은 완만한 등선이 조망이 좋아 자주 찾았던 그런 능선길이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남으로 좀 가야 할 모양으로 저 멀리 보이는 케이블카 기둥 찾아 이동이다.
‘관악사터’로 알고 있는 곳인데 ‘연주암’이라고 명찰이 붙어있다. 연주대 옆에 있는 암자가 확장 이전한 모양이네. 그때는 깨진 기왓장이 나뒹굴고 있던 조금은 음침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맴돌고 있어 빨리 벗어나고자 했던 기억인데 많은 등산객들이 늦은 점심을 이곳에서 챙겨먹고 있구나. 사람이 모여드니 음침했던 기운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나 보다. 사람 볼일 좀 보고 내리막으로 간다.
어이구, 바로 옆이 케이블카 기둥이네. 하나 둘,,,, 몇 개가 지났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기둥 위에서 웅웅~~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뭐지?? 아마도 케이블카가 이동하는 걸까? 조금 지나니 저 위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저 멀리 아래에서도 조그만 점이 이동을 시작했다. 이 능선에 몇 번을 다녔지만 실제로 케이블카 이동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된 거다. 내려가는 차를 보내고 나니 뭔가 좀 아쉽다. 그렇다면 올라오는 차를 직접 동영상으로 찍어보자. 확실하게 그 증빙을 남겨둔다. 근데 차 안에는 사람들이 10명 남짓 타고 있다.
내림길에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고 있는듯하다. 그러면 돌아가자. 오른쪽으로 우회로를 따라…. 으잉?? 이게 뭐야? 상황버섯?? 근데 버섯 위쪽이 하얀색이다. 이런 버섯도 있나? 딸까 말까?? 모르면 그냥 저지르지 않는 게 상책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좌표는 확인해두고……..
근데 갑자기 길이 없어졌다. 사면길에 가시 달린 잡목이 발목을 낚아채기도 한다. 아마도 커다란 바위에서 직진했어야 했던 모양이다. 곧바로 가보지 않고 미리 우회로를 택한 게 이런 모험을 하게 한 모양이다. 상황버섯 보여주려고 그랬을까? 이제 왼쪽으로 찾아가면 원래 길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조심조심 길 만들며 가자. 5분만에 사람 소리 나는 산행길을 만난다. 군데군데 만나는 이정표가 제 각각이다. 어떤 거는 ‘과천향교’라 돼있고, 또 다른 것은 ‘구세군회관’이라 돼있다. 향교는 골짜기에 있고 구세군회관은 능선 쪽에 있는 건가??? 기초 지자체의 실적다툼인가? ‘무슨무슨 둘레길’ 하며 이름은 그럴싸하게 붙여놨는데 실핏줄 같은 갈림길에 그 방향을 제대로 알려주기는 할 수 있을까? 그런 이정표가 실제 산행길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것 같다.
거의 다 내려왔나? ‘땅이네’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파전, 두부김치에 돼지두루치기, 그리고 막걸리……. 캬캬캬캬캬캬캬캬~~~~ 펭귄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막걸리 한 사발 하고나 갈까? 지하철에서 냄새 풍길까, 혼자서 청승맞게 막걸리 마실 수는 없겠구나. 결국에는 상황버섯(?)에서 향교까지 30분 걸려 내려왔다. 10시33분에 시작한 산행은 2시51분에 종료되었다. 지하철 과천역으로 가는 길, 아파트 주변 단풍나무는 그 마지막 열정을 피워내는구나. 이제 비 한번 오고 나면 겨울을 준비할 차례인가 보다.
펭귄아!!! 잘 있제????
바둑은 좀 두고 지내나?
첫댓글 상황버섯(?) 위치
북위 37.436902758 도
동경 126.974786152 도
꼭 필요한 사람은 찾아가 보소...
https://blog.daum.net/30sanwoo/5302871
2005년 산행일기
깨알같은 산행기 잘 읽었음. 관악산 갈 때 같이 불러 주시면 같이 함 산행합시더 ^^
산행기 초반의캬캬캬~~~ 웃음소리에 번뜩 펭귄의 소리를 느꼈는데...
모처럼 관악을 다니며 펭귄의 추억으로 하루 소일 하였구나.
1월 26일이면 펭귄이 간지도 만으로 3년, 대상이구나.
그날 소주잔이나 기울일수 있으려나...
상황버섯 당첨!
위 2005년 산행일기는 다음블로그가 종료되어 여기 다음카페에 복원되어 있음 ^^
https://cafe.daum.net/30SANWOO/DXfi/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