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독서의 기원
(느헤미야 8장:말씀의 전례 신학 엿보기)
거룩한 독서의 기원에 대해 알려주는 느헤미야 8장을 보자. 일곱째 달 초하룻날 유대력으로 새해 첫날로, 이스라엘의 온 백성이(남자, 여자와 말귀를 알아 들을 수 있는 모든 백성)'물 문' 앞 광장에 모였다. 율법 학자 에즈라는 모인 백성보다 높은 곳, 독서대로 만든 나무 단 위에 서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율법서를 펼쳤다.
에즈라가 위대하신 주 하느님을 찬양하자 온 백성은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그런 다음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에즈라는 모세의 율법서를 남녀노소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읽어주었다. 그것은 해가 뜰 때부터 한낮까지 이어졌다. 이것은 연속 독서로서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다시 예수아외 13명의 레위인들이 단락 단락을 읽으면서 아람어밖에 모르던 백성에게 히브리어로 된 말씀을 번역하여 설명하면서 읽어주었다. 그래서 백성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순간 하느님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당신 백성 안에 현존하시고, 당신의 말씀으로 신앙인의 마음을 건드리시며 꿰뚫으신다. 말씀은 구원으로 이끄는 회개와 감동의 눈물을 동반하는 법이다. 느헤미야 총독과 사제 에즈라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바친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말라. 가서 잔치를 차려 배불리 먹고 마셔라" 율법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스라엘 온 백성이 울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신학 엿보기>
이날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이 순간 하느님께서는 말씀을 통하여 당신 백성 안에 더욱 강한 현존으로 드러나신 것이다. 이들은 성대한 전례를 거행하였다. 이 본문은 처음이자 유일하게 이 축제 일에 성서를 읽는 이를 위해 나무로 만든 단일 설교대 독서대가 마련되었다는 기록을 전해준다.
이 장면에서 회당의 거룩한 독서라고 할 새로운 예배 의식의 특징들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희생 제물을 봉헌하지 않고, 단지 말씀으로만 의식이 거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온 백성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안식일마다 백성은 자기 마을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임으로써 신앙과 일상생활이 연결된다. 즉 여기저기 흩어진 작고 가난한 마을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될 수 있게 되었다.
예수께서 가파르나움과 나자렛 그리고 갈릴래아의 여러 회당에서 행하신 일도 이러한 형태의 거룩한 독서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거룩한 독서의 방법을 심화시켜 주시는 분은 바로 예수이시다. 그것은 그분이 성서가 말하는 바를 당신 안에 실현시키는 분이시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오늘에 적용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이사야 61장 단락을 읽으실 때 예수께서는 이를 현재로 옮겨 오신다. 그래서 제자들은 여러 세기가 지난 묵은 말씀인 이사야서의 그 말씀이 예수의 선포 속에서 "오늘"로 현재화되었음을 깨달았다. 거룩한 독서를 할 때마다 우리가 작동시켜야 할 것이 바로 이 "오늘"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변적이거나 고고학적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습니다"(루가 4,21)라는 이 예언의 말씀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말씀을 현재의 것으로 만들게 되며, 하느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아주 힘 있게 깨닫게 된다. "오늘 이루어졌습니다."라는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신앙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오늘을 창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제, 왕, 예언자이다.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서 본문에 "오늘"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것은 거룩한 독서의 능력과 권한을 지니기 위해 본질적인 자질이다.
출처: 엔조 비앙키:말씀에서 샘솟는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