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 트레일런 울트라마라톤
1.주행거리 : 100km
2.기록(건타임) : 13시간 11분 51초
2.다우렁 참석인원 : 8명
3.장소 : 신정호, 봉수산, 광덕산, 망경산 일원
4.참가자 현황
종 목 | 출발인원(명) | 완주인원(명) | 완주율(%) |
50km | 44 | 42 | 95.5 |
100km | 116 | 96 | 82.8 |
합 계 | 163 | 138 | 84.7 |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花月에 비가 내린다면 반가워 할 일이지만, 그래도 왜 하필이면
이 때를 맞추어 내린다는 건지, 며칠 전부터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보도가 거슬린다. 가끔은
일기예보도 틀릴 때가 있던데 혹시나 하는 요행수에 기대해 보지만 어찌 그리 잘 맞아
떨어지는지 대회날을 마치 오래 전에 예약이나 한 것처럼 여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후 2시 즈음에는 약간의 소강 상태가 와서
“이제 뜀박질 하라고 비도 그치는구나”
“대회장에 가면 그치겠지”라는 헛소리까지 하며 대회장으로 간다.
출발전 8명의 건각들
대회장에 도착하니 비는 그칠 의향이 전혀 없는 거 같고 더 거칠어진 느낌이다.
선수들이야 각오하고 왔겠지만, 비 맞으며 응원 나오신 상촌고문님, 아코, 스나이퍼, 산소미소,
리차드님의 응원을 듬뿍 받고 출발합니다.
1km 쯤 진행하여 상황을 파악 해보니 나마스떼는 우승을 노리고 선두로 치고 나가고, 그 뒤로
추종자들 10여명, 그 다음 무리에 다우렁 선수들이 포진하여 갑니다. 이산, 청당, 최낙용,
주대장, 프란치스코, 대충 20위권을 형성하며 간다.
가장 돋보이는 이가 청당이다. 초반 갱티고개를 거침없이 오르더니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준비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초반오버가 아니길 바랬다.
얼마쯤 갔을까? 누군가 도로 옆구리에서 튀어나오는데 청당이었다. 새벽도 아닌데 아마도
엄폐하여 지뢰를 묻어 놓고 오지 않았나 싶다. 관리가 잘 안 되었다는 얘기지요.
바람꼴산을 지나 15km 지점부터는 산길로 이어진다. 여기부터 20km 까지는 좁은 등산로로
가야하고 그 외는 넓은 임도로 구성되어 있어 자갈길이라 그렇지 주로는 대체로 좋다.
20km를 조금 지난 거 같습니다. 거북이 회장님이 어느새 따라왔는지 첫끝빨이 개끝빨이라고
외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아~ 회장님도 청당 만큼 준비를 많이 했나 보구나. . . .
광덕산 자락에 들어서니 비가 더욱 거세집니다. 젠장 이제 그칠 때도 된 거 같은데 오는 비가
야속합니다. 비를 원망하며 달리면 힘들어지니까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자. 비가오니 땀도
식혀주고, 물도 덜 마시게 되어 좋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지는 거 같습니다.
100km 이 먼 길을 언제 달리나 생각하면 너무 지루하니까 10km 씩 10번 달린다고 하면 단계별
성취감도 있고 조금은 위안이 되는 거 같다. 10km씩 차근차근 그러다 50km 즉 절반을 넘으면
이제부터는 달려야 할 거리가 달린 거리 보다 적게 되고 줄어드는 맛이 있다. 어쨌든 절반
꺾이면 나머지 절반은 금방이다.
인생도 절반 꺾이면 나머지 내리막 인생은 찰나처럼 지나가 금방 저 세상으로 간다. 이미 꺾인지
오래 되었고, 나이 들어 시름시름 앓는 기간 몇 년, 죽기 전 요양병원 생활 10년 하면 광덕산
자락을 이렇게 뛰어다닐 날도 그리 많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 오는 날 캄캄한 오밤중에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이 이해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행복은 순간순간 느껴야 한다. 나중에 반추하면서 “그 때가 행복했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면 개털인 것이다.
그래서 비 맞고 어둠을 가르는, 오롯이 혼자서 달리는 이 순간이 미친 사람 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비는 내리지만 그리 춥지는 않다. 가끔 희미한 랜턴불로 자동차 바퀴로 웅덩이가
길게 만들어진 임도길에 빗물이 고여 하얗고 반듯한 길 인 듯 해서 냉큼 뛰어들면 길이 아니라
물웅덩이 진흙 곤죽인 것을 왜 그리 여러 번 속아야 하는지 원~. 그럼에도 첨벙거리고 비
맞아가며 뛰는 이 상황이 싫지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아직도 달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비 오는 날 컴컴한 밤에도 이렇게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40Km CP를 지났다. 회장님을 따라잡았는데 반환점에서 DNF 하겠단다. 이유가 35km 지점에서
넘어지면서 안 넘어가려고 용을 쓰다가 종아리에 경련이 올라온 모양이다.
DNF 하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오늘은 비록 여기서 접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더 큰 부상을
방지하고 여러 사람을 위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회장님은 약간의 엄살이 있지 않았나 싶다. 울고 싶은데 때려주니 얼마나 핑계가
좋았을까. 넋티고개 반환점에 도착하니 상촌 고문님과 리차드님은 집에도 안 가시고 지원을
하신다. 현재시간 10시, 대충 6시간 걸렸다. 주체측에서 제공하는 국에 밥을 말아먹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반환길은 출발부터 혼자서 간다. 주로에서 만나는 주자나 CP에서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굳이
묻지도 않았는데 5등이라고 여러 번 알려준다. 빨리 뛰어 앞사람을 잡으란 얘기 같은데
따라잡으면 뭘 주어야 동기부여가 되지. 후반에 따라잡기가 녹녹치 않음을 익히 알기에 페이스를
유지하며 간다.
밧테리도 수명이 다하는지 불빛이 점점 흐려진다. 70KM CP에서 자봉하시는 분이 희미해진 불빛을
보고 밧테리 괜찮냐고 묻길에 괜찮다고 하고 왔다. 왜냐면 스페어로 밧테리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랜턴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삭으러져 가는데, 트랭글에서는 자꾸 경로이탈 경보음이 울린다.
그럴 때 마다 휴대폰 꺼내 확인하는 것이 짜증이 난다. 가던 길 멈추고 스페어로 가져온
밧테리를 교환했다. 이런 젠장 소생되어야 할 불이 아예 들어오질 않는다. 어둠에 전극이
바뀌었나 몇 번을 다시 넣어 확인해 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다. 충전한 것이 너무 오래되어
방전된 것을 가지고 왔나 보다.
젠장 누구를 탓해야 하나? 난감한 상황이다.
80km CP에 와서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 하니, CP에는 충전용은 없고 AAA 밧데리 뿐이란다.
앞서가던 4등도 여기서 만났다. 4등도 랜턴이 맛탱이가 가서 80km CP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랜턴을 빌린 상태였다.
여기서부터는 랜턴 하나로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이좋게 동반주를 한다. 80Km
지점에서 만난 사람은 서천에서 온 최철순이라는 분이고, 알라딘의 닉네임을 사용한다.
J3 중부지부회원으로 많이 활동하였다고 한다. 지난주에 청남대 울트라에 참석하고 일주일 만에
신정호 트레일런에 참석했다니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85km를 지났다. 산에서 내려왔단 얘기다. 잡석이 깔린 임도를 따라 쫄래쫄래 내려오다 어두워서
그랬는지 바닥에 박힌 높지도 않은 약 3~4Cm 쯤 되어 보이는 돌뿌리에 그만 왼발이 걸려 그대로
보기 좋게 넹겨 박혀 깨구락지 뻗듯이 쫙 깔고 말았다. 뛰다가 넘어지면 걷다 넘어지는 것보다
무지 아프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힘을 쓰다 보니 옆구리, 허리, 무릎팍 안 아픈 데가
없다. 욕이 절로 나왔지만 내 뱉지는 않았다.핑게김에 한참을 걸었다.
CP를 10km 마다 설치하니 물과 간식 보급이 적당한 것 같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주로에서는
그닥 물이 필요 없었다. 선수보다 자원봉사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미안 스럽기도 하고,
밤새워 봉사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비빔밥을 만드는데 밥보다 고추장이 더 많은 거
같다. 내년에는 더 홍보를 많이 해서 수천명의 주자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둘이 골인지점 가까이 오니 점점 빨리지는 느낌이 들어, 골인 2~3km 전부터는 걷자고 했다.
4등이나 5등이나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상금도 없는데. 최철순씨 한테 같이 손잡고 골인 하자고
했다. 골인 주로에 들어서니 다우렁 응원단이 시끄럽다. 밤새워 응원하신 상촌고문님, 리차드님
새벽에 달려오신 순돌이 대장님, 중탈하신 회장님 목소리가 제일 크다. 모두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
무식하게 마라톤을 100km로 입문하는 사람이 있다. 다우렁 주대장이다. 보통은 10km, 하프,
풀코스를 거처 울트라를 뛰는 것이 상식이지만, 처음부터 트레일런 울트라로 들이대서 훌륭하게
좋은 성적으로 완주한 주대장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마라톤 경험이 없어서 DNF 1순위로
꼽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준비를 잘 했다는 것이고 평소 운동하는 습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대장 (((힘)))
반환점에서 1등의 여유
반환점에서 맛있는 식사중
이산도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50km 지점에서 NDF선언하는 회장님
입가의 미소가 왠지 석연찮어 보입니다.
50km 완주하신 최락용님
50km 반환점에서 프란치스코님
반환점 도장 받는 주대장
1등입니다.
시상식
최철순씨와 함께 골인
이산단장님도 골인
주대장님 골인
완주 기념
첫댓글 후기를 읽어보니 실감이
조금 나네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으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처리도 잘 할 거 같은데
함 해보자구요.
후기 잘봤어요
100키로 완주 축하 드립니다~^^
상금도 읍고 머여 ㅎ
상금 있었으면 나마스떼는 2등했어~
@정진관 음~
대단하십니다
무사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별거 아녀
100km에 미리 쫄아서 그러지 해보면 싱겁거든
마라톤 후기가 제가 참가해서 뛴것처럼 생생하네요...저도 잘 해서 내년에 도전해봐야하나..ㅋ.ㅋ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지원나와주신 모든분들도 고생하셨습니다
꼬게 대장 본 지가 가물가물 합니다.
항상 건강 하세요.
고문님 첨춘에(?) 응원을 보내요 멋지세요 !!
청춘 소릴 들어 보네요.
감사합니다.
울트라맨들의 여유와 은근함을
직접 보게 되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고문님의 목표에 대한 열정과 약속은
꼭 쫓겠습니다 ㅎ
후배들과 오래토록 함께 하시길 ...
주대장
첫 울트라 완주 여운이 오래 갈겁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말이 씨가 될줄이야~~
진짜 아파서 DNF 했습니다
반환점 에서 쏘맥 마실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너무 티났나요
고문님 같은 고수가 옥스팜 나가셔야 되는데 아직 시간 있으니 저하고 선수 교체 하실 의양은 없으신지요?
파스 몇 개로 치료하지 말고
병원에 가봐요.
근육손상이 은근히 오래갑니다.
옥스팜 잘 하고 오세요.
고문님 관리의 제왕이십니다
완주 축하드려요~~
옥스팜 한팀 더 나가도 될뻔했네요
고맙습니다.
다 총무님 염려 덕분입니다.
본 받을 점이 많네요^^
좋은 기록으로 완주 축하드리고
오래도록 멋진 모습 보고싶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ㅎㅎ
지난 대회 우승자가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어
답답 했을 겁니다.
빨리 완쾌 되기를 바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멋지시고 대단하십니다 불광불급 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캄캄한 비오는 밤길을 홀로 뛰는 희열 조금은 알듯도 싶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수 없는 일인데 고문님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나이를 뛰어 넘은 체력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지태, 설태는 30시간 이상 걸리잖아요.
꼴랑 13시간 인데. . . .
쫄지 말고 도전하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고문님은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습니다. 2~3년 후 부터 하이라이트 시작입니다.
사기멘트 인줄 알면서도
나쁘지 않아요.
완전 허당여!
@정진관 🫠\(^^)/
좋은 기록 달성과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먼 길 오셔서 달리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고문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고 "행복은 순간순간 느껴야 한다."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집에서는 밤중에 왜 그러냐는 핀잔을 주던데, 뛰는 내내 싫지 않았네요. 다음번에 잘 준비해서 100km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요즘 일취월장 하심이 눈에 보입니다.
부상 입지 말고 건강하게 달리시길 바랍니다.
후기가 나도 참여했더라면 하는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완주하심을 축하 드리고
같은 마음으로 운동하고 대간을 참여하는
일인으로 웰다잉이 마지막 소망인데 꿈이 아니시라 단언드립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웰다잉 하려면 달리셔야 합니다..
평균적으로 죽기전 10년은 병원신세를 진다네요.
남들과 경쟁하지 말고, 천천히
함께 달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