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궁금해 지는 성실한 학생
며칠전 아파트 단지내 슈퍼를 들려
필요한 물건들은 사서 집으로 배달을 시킨 뒤
도보로 귀가를 서두르고 있던 중
건널목 길에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등 뒤에서
갑자기'어머니 안녕 하세요" 하며
낯선 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하기에
느닷없이 인사를 받고나니 당황스러웠지만
으~ 응 그래 그래 하고 건성으로 말을 하고 길을 건넜다.
그런데 그 학생이 줄 곧 내 뒤를 따라 오면서
저~ 어머니, 저~어 어머니 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듯 머뭇거렸다.
학생 왜그래? 내개 무슨 할 말이 있어?
묵묵부답~
그런데 학생은 나를 알아? 난 잘 모르겠는데?
네에 저 108동 사는데요?
108동 그럼 바로 우리 동 뒤에 사는구나?
그런데 무슨말을 하고 싶은데? 하고 되물어니
"저어 어머니 돈있으면 만원만 좀 꿔 주세요
"엄마한테 가는 차비가 없어서요"
엄마가 어디에 계시는데 차비가 필요해?
"네에, 저의 엄마가 지금 부천에 있는
큰 식당에서 일을 하고 계셔요"
그럼 엄마가 우리 아파트에서 부천까지 출 퇴근을 하시나?
"아니예요~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를 뵈러가요"
돈 좀 꿔 주시면 오늘가서 엄마랑 하룻밤 자고
용돈 타서 내일 돌아와서 갚아 드릴께요.부탁 드려요"
말하는 태도나 외면으로 느끼는 학생은
요즈음 말로 사기치는 그런 학생이 아닌듯 보였다.
순진 하면서도 아주 성실해 보였고
눈망울 또한 슬기롭고 총명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학생이 민망해 할까봐 으~응 알았다,
지갑을 열고 돈 만원을 주면서 잘 갔다 와라"고 하니
"저어,어머니 109동 몇호시지요? 하기에
우리집 호수를 얼른 가르켜 주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그 학생이 무슨사연으로 나에게 그렇게 돈부탁을 했을까?
참 이상도 하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과일을 먹다가
그이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이가 하는 말 왈:
참 당신은 참 순진해` 요즈음 세상 그런 학생이
어디 한 두명인 줄 아나? 오긴 뭘 와 ㅉㅉㅉㅉㅉ~~~
그 돈 가지고 술 사먹고 담배 사 피우고 그러겠지 뭐~~~
그이의 말이 실망스러워 맥이 탁 풀리겠끔 만들었지만,
난 그 학생이 불량학생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그 학생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이튿날 눈 뜨자 말자 그 학생이 역시 뇌리에 또 떠 올랐다.
좋은 학생이기를 기원하는 내마음은 역시 간절했다.
오후시간 동창을 만나 점심을 먹고 백화점에 갔으나
그 학생이 온다고 약속했기에
부산하게 귀가해 이른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생일날도 아닌데 백화점 식품코네서 사 온
싱싱하고 향기로운 '생홍합살"을 넣고 미역국을 끓이고
조기를 굽고, 취나물을 삶아서 무치고 향긋한 "야체셀러드'를 준비하는데,
띵똥~띵똥 현관 벨소리에 들여다 보니
마침 어제 그 학생이 찾아 온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나머지 얼른 문을 열고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물어니
경비실에 연락을 했더니 현관문을 열어줬다나??
"어머니 어제 꿔 주신돈요,,,
학생의 손에는 푸른지폐가 들려져 있고
얼른 되돌려 주고 갈 태세였다.
학생,학생 어여 좀 들어와 봐,, 얼른~
난 재촉하듯 그 학생을 불러 들였다.
쇼파에서 TV를 시청하던 그이가 의아 하다는듯
나를 바라보고, 그 학생을 바라보고
기이하다는듯 어~ 학생들어와 ~ 하고 불러 들였다.
그래 어머니 한테는 잘 다녀왔어?
네에,어머니~~~ 잘했네 잘했어~
저녁은 아직 안먹었지?
네에,, 집에 가면 할머니가 주실꺼예요~
집엔 누구 누구 계시는데?
할머니, 아버지, 저, 남동생 이렇게 살아요.
오 그렇구나~
그럼 아줌마가 저녁준비 다 했는데
우리집에서 저녁먹고 가려므나~
난 어제 학생이 가고 난 뒤에 어머니한테 잘 갔는지 참 궁금했어 .
미리 준비한 식사를 식탁에 차리고
많이 먹어라고 자꾸 권장했다
수줍음이 꽤 많은 학생이였다.
식사가 끝난 뒤
학생 차 한잔 할래? 하고 물어니
한 잔 주실꺼면 저녁에 공부하게 커피나 한 잔 주세요 한다.
그이와 난 작설차, 학생은 커피
그렇게 식탁에 둘러앉아 호기심에 질문을 했다.
어느 고등학교에 다녀?
네에, 저 S대 다녀요~?
오 그래? 난 고등학생인줄 알았네, 동안(童顔)이고 수줍어해서리~
저 올해 2학년 되는데요 , 올 봄 휴학계 내고 군입대하려고요.
과는 무슨관데""정외과"예요
오~ 그렇구나, 대한의 남아로 태어났으면
"병역의 의무"는 필수적이지, 참 잘 생각했다.
갔다와서 재학하고
또 다시 공부해서 졸업하고 취업하면 더 수월하지
옆에서 듣고만 있던 그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엄마가요 아주머니께 고맙다고 인사 드리라고 했어요"
엄마도 다 아셔~ 차비 빌려 가간걸?
네에~~ 하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면서 집에 자주 못오시나 보지?
아,, 아니예요~
엄마랑,아빠랑은 이혼했어요,,,
어머 저런, 어쩌다가~~
아파트 사면서 대출을 많이 받아
아버지 혼자 수입으론 너무 힘이 들어서
엄마가 식당으로 돈 벌러 나가셨는데
아버진 그게 싫다고 많이 싸우시다가 결국,,,,,
그래서 제가 엄마한테 다니러 가는것도 싫어 하시고
할머니는 돈이 없어시니까 차비가 없어서 어제,,,,,
어머, 저런 저런~~
엄마가 여태 살아오시면서 돈 버시는것 외에
별 잘못이 없다면 학생이 엄마랑,아버지 사이 징검다리 역활을 하면되겠네
그러면 "재결합"의 여지도 충분히 열려 있잖아~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요~????
그래 군대갔다오면 더 성숙해서 돌아 올 것이고
아버지 또한 어머니를 이해 하실지도 모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
네에 말씀만 들어도 너무 감사합니다.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아이도 군 복무 마치고 다시 작년에 복학했어
군대갔다 오면 한 번 들려~~
네에,,,, 고맙습니다,저 갈께요~~
학생이 돌아 간 뒤
왜 그리도 마음이 짠하고 아픈지,,,,
말이없는 나를 바라보던 그이가 하는 말 왈:
허 참 내가 부끄럽게 됐네 그려,당신한테, 그리고 그 학생한테,,,,
왜요?
내가 안 온다고 했던 그 학생이 약속대로 찾아왔잖아.. 다행이네~~
참 성실하고 순진한 학생 같아서 기분은 나름대로 좋구먼,,,
학생 이름도,학생이 사는 호수도 비록 물어보진 않았지만,
늘 궁금해 지는 성실한 학생임엔 틀림이 없다.
요즈음 학생들의 느닷없는 자살 사건에 학부모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여론이 너무 앞서 가는게 아닐까????
문제성 있는 학생을 어필 하기 보다는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모범되고 성실한 학생도 있다는걸 대서특필했으면 좋겠다.
부디 건강하고,그리고 군복무 마치고 잘 돌아 오길 빌어본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회에 모범이 될 인재를 만났군요.
그 학생의 앞날에 만사형통의 운이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