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디카시
-경남 고성에서 미국 시카고뉴욕으로
1. 시카고와 뉴욕으로 진출한 한국의 디카시
시카고는 '호수와 바람의 도시'로 불리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인구 밀집 지역이다. 2018년 5월 12일 오후 6시 이곳 한인문화회관에서 한국에서 발원한 문예장르인 디카시에 관한 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였다. 시카고 예지문학회와 시카고문인회 회원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회는, 모국어 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호응 속에 2개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통일시대, 한민족 문학의 내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디카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운동’이었다. 두 주제는 논의 영역과 방향이 전혀 다르지만, 문학의 새로운 시대적 조류를 조명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디카시 강의는 PPT 화면 자료와 더불어 왜 디카시가 동시대의 첨예한 화두가 될 수 있는가, 그 발원과 전개는 어떠한가, 현재 어떻게 그 창작과 수용이 확산되고 있는가, 그리고 대표적인 디카시의 면모가 어떠한가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국에서 시작된 하나의 시운동, 문예장르 운동에 대한 설명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청중들의 놀랄만한 반응이요 이 시 장르에 대한 이해였다. 알고 보니 이미 거의 디카시의 개념에 가까운 시 활동을 하고 있는 문인이 여러 분 있었고, 이는 디카시가 가진 보편적인 욕구와 시대정신과의 정합성,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강연회 이전에 사전 논의에 따라 시카고의 문인들은 ‘시카고 디카시연구회’를 결성했다. 시카고 지역에서 문학 활동의 연조가 오랜 배미순 시인과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신정순 박사가 공동회장을 맡고 함께 추진해 나갈 다수의 임원들을 선임했다. 시카고 디카시연구회는 발 빠르게 회원 성유나 씨를 등록인으로 하여 주정부에 단체 등록을 마치고 공식적인 문화예술 기구로 출범했다. 강연회 당일 오전 한국 디카시연구소와 시카고 디카시연구회는 ‘디카시 글로벌화 및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 MOU를 체결했다. 한국의 디카시연구소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필자가 그리고 시카고의 배미순·신정순 공동회장이 서명했다.
이 협약서의 문면에 따르면 양 기관은 디카시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을 통하여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위해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는데 이해를 함께 했다. 또한 양 기관은 전문화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디카시국제페스티벌, 디카시공모전, 창작활동 세미나 외 다양한 문학예술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상호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협약서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문학단체가 새로운 문예활동에 관한 공동의 목표를 전제하고 이를 문건을 통해 명문화하며 향후 적극적인 협력을 펼쳐 나가기로 한 것은 미상불 놀라운 일이다.
이는 비단 디카시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 문학과 해외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이 새로운 연대와 성과를 함께 축적해 나가는 수범 사례가 되기도 할 터이다. 그런가 하면 그로부터 이틀 후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서 이에 버금가는 문학 모임이 또 있었다. 5월 14일 오후 7시부터 뉴욕 플러싱의 금강산연회장에서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주최로, 그리고 회장 황미광 시인의 사회로 필자의 강연회가 시카고에서와 거의 동일한 주제로 개최되었다. 여기에는 100여 명의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문인, 평통 관계자, 언론인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도 디카시가 발아 및 성립 과정과 그 동시대적이고 운명론적인 존재양식에 관해 설명했다. 뉴욕 문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한국에 그 문명(文名)이 알려져 있는 곽상희 시인은 시를 공부하는 문하생들과 더불어 디카시 창작을 수행해 보겠다고 했다. 필자의 제자이자 한국시인협회에도 소속이 있는 복영미 시인은 함께 시 창작을 하고 있는 문학 모임에서 디카시 학습과 실제 창작을 적극적으로 펼쳐보겠다고 약속했다. 미동부한인문인협회 황미광 회장은 협회 차원의 추진 방안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냥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일을 두고 다진 인간적 우의와 문학적 유대가 그 가운데 있었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6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