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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19화 ― 「잠긴 온실의 마지막 손님」 제3부
제13온실 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살아 돌아온 최가은 세실리아.
그녀와 마주 선 한서윤 기자.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서강준 회장의 은색 만년필을 들고 있는 한 사람.
김맑음 신부가 유리문 가까이 다가갔다.
손전등 불빛이 어둠 속 인물의 얼굴을 비추었다.
은솔수목원 이사 오세림 헬레나였다.
오세림은 만년필을 움켜쥔 채 한서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 기자, 그 사진을 이리 줘요.”
한서윤은 흑백사진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 사진을 저에게 보낸 사람이 이사님입니까?”
“사진을 보낸 건 내가 아니에요.”
“그런데 사진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오세림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서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
“이사님은 사진에 관해 말한 적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도 그 사진을 알고 있었어요.”
“기자가 들고 다니는 걸 봤을 뿐이에요.”
그때 최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림아, 이제 그만하자.”
오세림의 손이 떨렸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이십오 년을 숨겼으면 충분하지 않니?”
“숨은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우리를 버리고 사라진 사람도 당신이고요.”
“내가 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오세림이 차갑게 웃었다.
“또 모든 잘못을 내게 돌리려고요?”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거야.”
오세림이 만년필의 뚜껑을 열었다.
만년필 안에는 아주 작은 열쇠가 들어 있었다.
최가은이 놀란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강준 씨가 그 열쇠를 가지고 있었구나.”
“이 열쇠가 없으면 원본 장부를 열 수 없어요. 그러니 누구도 이십오 년 전 일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원본 장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세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온실 안쪽의 철제 보관함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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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도현 형사가 경찰관들에게 손짓했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오래된 유리는 쉽게 깨뜨릴 수 없었다. 잘못 건드리면 천장의 유리판까지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이도현은 김맑음 신부에게 말했다.
“신부님, 지금부터는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 형사님.”
“온실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겠습니다.”
이도현은 부하 경찰관과 함께 옆문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잠시 후, 온실 안에서 김맑음 신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형사님, 안에서 문을 열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도현이 돌아보았다.
김맑음 신부는 어느새 온실 안에 서 있었다.
“신부님은 언제 들어가신 겁니까?”
“옆쪽 환기 통로가 열려 있었습니다.”
“들어가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문을 열 방법만 찾으려고 했습니다.”
“방법을 밖에서 찾으셨어야죠!”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이미 들어왔으니 우선 문부터 열겠습니다.”
이도현이 이마를 짚었다.
“왜 신부님께 말씀드리는 안전 수칙은 항상 과거형이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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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는 조심스럽게 오세림을 바라보았다.
“오 이사님, 만년필을 내려놓으십시오.”
“신부님도 알고 계시죠?”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서강준이 고해성사에서 한 말이요. 그 사람이 제 이름을 말했습니까?”
“고해성사에 관해서는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신부님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고해성사 밖에서 확인한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오세림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사실이요?”
“서강준 회장님은 이곳 제13온실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한서윤이 김맑음 신부를 바라보았다.
김맑음 신부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회장님의 옷에는 제12온실의 꽃가루가 묻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신발 밑에서는 이곳 바닥에만 있는 흰 점토가 발견됐습니다.”
제13온실 바닥은 습기를 조절하기 위해 오래된 흰 점토 벽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누군가 회장님을 운반차에 싣고 지하 통로를 지나 제12온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잠기는 문을 닫아 밀실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오세림이 말했다.
“그게 나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이사님께서는 사건이 일어난 밤 제13온실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사님의 구두 밑에서도 흰 점토가 발견될 겁니다.”
오세림이 본능적으로 발을 뒤로 숨겼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한 사람만 계속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곳의 존재를 모른다고 하면서도 온실 지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사진을 본 적이 없다면서 열세 번째 인물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오세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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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밖에서는 장태식이 잠금장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 형사님, 이 문은 온도조절 장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원을 내리면 비상 잠금이 풀릴 겁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오 분 정도면 됩니다.”
옆에 있던 최병철이 물었다.
“확실합니까?”
“관리장 생활이 몇 년인데 그것도 모르겠습니까?”
장태식은 말하면서 목덜미를 긁었다.
최병철이 한 걸음 물러났다.
“방금 목덜미를 긁으셨습니다.”
“이번에는 긴장해서 그런 겁니다.”
오미자가 공구함을 열었다.
“제가 도울까요?”
장태식이 다급히 공구함을 닫았다.
“회장님께서는 아무것도 만지지 마십시오.”
“다들 나만 못 믿어.”
복례가 대답했다.
“믿는 것과 전기선을 맡기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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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온실 안에서 최가은은 한서윤의 손을 잡았다.
“서윤아, 네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었다.”
“왜 아무 연락도 하지 않으셨어요?”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어.”
이십오 년 전, 최가은은 자신이 물려받은 땅을 은솔수목원 건립을 위해 기증했다.
서강준과 유정남을 비롯한 열세 명은 시민들에게 모금한 돈으로 온실을 짓기로 했다.
회계 업무는 당시 젊은 직원이었던 오세림이 맡았다. 건설은 정문식이 운영하던 은솔건설이 담당했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액의 건립기금이 사라졌다.
장부에는 최가은이 돈을 인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제가 돈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통장에도, 장부에도 제 서명이 남아 있었어요.”
최가은가 오세림을 바라보았다.
“내 서명을 흉내 낸 사람은 너였어.”
오세림이 소리쳤다.
“처음부터 훔치려던 게 아니었어요!”
은솔건설 대표 정문식은 당시 큰 빚을 지고 있었다.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오세림은 건립기금 일부를 몰래 건설회사로 옮겼다.
공사가 끝나면 돈을 다시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했고 돈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정문식과 오세림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장부를 조작했다. 토지 기증자인 최가은이 건립기금까지 가지고 사라진 것처럼 꾸몄다.
“서강준 회장님도 알고 있었습니까?”
한서윤의 질문에 최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알았어. 하지만 수목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비리가 밝혀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거라며 침묵하자고 했지.”
서강준은 최가은에게 잠시 은솔을 떠나 있으라고 부탁했다. 진실은 수목원이 자리 잡은 뒤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가은의 이름은 기공식 사진과 건립 명단에서 지워졌다. 수목원은 서강준의 자선사업으로 알려졌고 그는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유정남 씨는 왜 진실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정남 씨는 장부가 바뀌는 것을 보았어요. 하지만 오세림과 정문식이 모든 책임을 정남 씨에게까지 씌우겠다고 위협했지요. 어린 딸을 혼자 키우던 정남 씨는 겁이 났을 겁니다.”
오세림이 이를 악물었다.
“다들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군요. 서강준도 침묵했고 유정남도 침묵했어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맞습니다. 잘못을 알고도 침묵한 사람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나만 벌을 받아야 합니까?”
“오 이사님께서는 이십오 년 전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김맑음 신부의 시선이 은색 만년필을 향했다.
“서 회장님을 해치고, 유정남 씨를 공격했으며, 한 기자님까지 이곳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오세림의 눈가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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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준은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더는 진실을 감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최가은을 찾아 사과하고 수목원의 소유권과 명예를 돌려주려 했다. 원본 장부와 녹음 자료도 공개할 계획이었다.
사건 당일 밤, 서강준은 오세림을 제13온실로 불렀다.
“회장님은 마지막 기회를 주려 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이사님이 먼저 사실을 밝히기를 바랐던 겁니다.”
“그 사람이 자기를 깨끗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 것뿐이에요!”
오세림은 서강준에게 원본 장부가 든 보관함의 열쇠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말다툼이 벌어졌고, 오세림은 서강준을 밀쳤다. 서강준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고 결국 숨을 거두었다.
오세림은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증거를 감추기로 했다.
운반차로 서강준을 제12온실까지 옮겼다. 문을 밖에서 밀어 자동 잠금장치를 작동시키고, 온실 바깥 유리벽에 숫자 3·7·13을 남겼다.
유정남에게 의심이 향하도록 그의 출입카드도 사용했다.
“그 숫자는 왜 남겼습니까?”
한서윤이 물었다.
“유정남이 남긴 숫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그 사람은 예전부터 기록보관실의 원본 문서를 찾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숫자는 오히려 진실이 담긴 서류를 찾게 만들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거짓 단서도 진실과 너무 가까이 놓이면 방향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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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신부님께 걸려온 전화는 무엇이었습니까?”
한서윤이 물었다.
김맑음 신부는 서강준의 만년필을 바라보았다.
“서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단서였습니다.”
사건 당일, 제13온실에는 이십오 년 전 성가대가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틀어져 있었다.
서강준은 오세림과 대치하던 중 휴대전화의 긴급 단축번호를 눌렀다. 첫 번째 번호가 김맑음 신부였다.
그래서 전화기 너머로 대화가 아닌 오래된 성가가 들렸던 것이다.
통화 중 들린 세 번의 두드리는 소리는 서강준이 은색 만년필로 철제 보관함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똑.
똑.
똑.
“회장님은 말씀하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본 장부의 위치를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그리고 전화가 끊긴 시간 덕분에 사건이 제12온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오세림이 휴대전화를 지하 통로에 버린 뒤, 미리 설정된 발신자 이름을 ‘열세 번째 사람’으로 바꾸었다. 최가은이 복수하러 돌아온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성당 지하에서 흘러나온 협박 음성도 오세림이 오래된 성가 테이프 뒤에 녹음해 놓은 것이었다.
김맑음 신부에게 두려움을 주어 고해성사에서 들은 것이 있더라도 사건에서 손을 떼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신부님은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오세림이 말했다.
“저는 수사를 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김맑음 신부가 대답했다.
“다만 고인이 남긴 도움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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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림은 만년필 속 작은 열쇠를 움켜쥐었다.
“이 열쇠만 없으면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해요.”
그녀가 온실 안쪽 수로를 향해 열쇠를 던지려는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화분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은솔성당의 검은 고양이 먹구름이었다.
먹구름은 오세림의 발 앞을 가로질렀다.
“어머!”
오세림이 놀라 손을 놓치면서 만년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서윤이 재빨리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온실의 비상 잠금장치가 풀렸다.
이도현과 경찰관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도현은 오세림을 제지한 뒤 만년필을 증거물 봉투에 넣었다.
“오세림 씨, 서강준 회장 사망 사건과 유정남 씨를 해친 혐의로 조사하겠습니다.”
오세림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나는 수목원을 지키려 했을 뿐이에요.”
최가은이 조용히 말했다.
“진실을 묻어두는 것은 지키는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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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보관함 안에서는 원본 회계장부와 최가은의 토지 기증서, 오세림과 정문식이 주고받은 당시 서류들이 발견되었다.
서강준이 남긴 영상도 있었다.
영상 속 서강준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수목원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고도 수목원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침묵했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가은 세실리아 씨에게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거짓된 이야기를 믿게 된 은솔 시민들에게도 용서를 청합니다.”
이것이 서강준이 남긴 마지막 증언이었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보다 늦게라도 진실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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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김맑음 신부는 고해성사의 내용에 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고해성사와 무관하게 발견된 장부와 통화기록, 운반차 흔적, 오세림의 구두에 남은 흰 점토를 근거로 사건을 밝혀냈다.
최가은의 이름은 은솔수목원 공식 기록에 복원되었다.
입구에 있던 ‘설립자 서강준’이라는 표지판도 새롭게 바뀌었다.
‘은솔수목원은 최가은 세실리아가 기증한 땅과 은솔 시민들의 정성으로 세워졌습니다.’
개원 기념행사는 취소되었지만, 며칠 뒤 제13온실에서 작은 추모미사가 봉헌되었다.
김맑음 신부는 강론에서 말했다.
“용서는 잘못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받아들이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입니다.”
최가은과 한서윤, 유정남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상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그러므로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진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미사가 끝난 뒤 유정남은 최가은 앞에 섰다.
“가은 씨, 미안합니다. 그때 제가 말했어야 했습니다.”
최가은은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도 두려웠겠지요.”
“그렇다고 제 침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맞아요. 없어지지는 않아요.”
최가은은 제13온실의 하얀 꽃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함께 사실을 기록해 주세요.”
유정남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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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이도현과 김맑음 신부만 온실 앞에 남았다.
둘만 있었기에 이도현이 물었다.
“맑음아,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냐?”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만 한 사람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어.”
“오세림이 제13온실을 모른다고 한 것 말이냐?”
“그것도 있었지. 하지만 더 분명한 말이 있었어.”
“무슨 말?”
“오세림은 처음 조사받을 때 ‘서 회장이 하얀 꽃을 보러 혼자 온실에 갔다’고 말했어.”
“그게 왜?”
“제12온실에 월하미인이 핀다는 사실은 직원이라면 알 수 있어. 하지만 서 회장이 혼자였다는 사실은 온실 안에 있던 사람만 알 수 있지.”
이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알았으면 나한테 바로 말했어야지.”
“확신이 필요했어.”
“다음부터는 확신하기 전에 경찰한테 먼저 말해.”
“노력할게.”
“또 노력한다고?”
김맑음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정말 노력할게.”
이도현은 친구의 옷자락에 묻은 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환기 통로로 들어가는 건 그만해.”
“문을 열기 위해서였어.”
“경찰이 문을 열고 있었잖아.”
“조금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오 분이었다.”
“온실 안에서는 길게 느껴졌어.”
그때 복례가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가왔다.
“신부님, 여기 계셨네요. 저녁도 안 드시고 또 돌아다니셨어요?”
“사건이 막 끝났습니다.”
“사건은 끝나도 식사 시간은 안 돌아와요.”
이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김맑음 신부가 친구를 바라보았다.
“도현아, 어느 편이야?”
“제때 밥 먹는 사람 편.”
복례가 도시락을 두 개 꺼냈다.
“형사님 것도 있습니다.”
“역시 저는 복례 어머니 편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최병철이 손전등을 확인했다.
“신부님, 빌려드린 손전등은 가져오셨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제13온실 안에서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최병철이 비품 대장을 펼쳤다.
“분실로 기록하겠습니다.”
“최 사무장님, 먹구름이 건드린 것 같습니다.”
화분 뒤에서 먹구름이 고개를 내밀었다.
최병철이 즉시 말을 고쳤다.
“고양이에 의한 임시 이동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제13온실 안에 모처럼 작은 웃음소리가 번졌다.
밤에만 피는 하얀 꽃들은 서서히 꽃잎을 접고 있었다.
그러나 이십오 년 동안 어둠 속에 감춰졌던 진실은 이제야 세상 밖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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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20화 ― 「종탑에 걸린 빨간 목도리」
은솔성당 주일미사가 시작되기 직전.
아무도 올라갈 수 없는 종탑 꼭대기에서 빨간 목도리 하나가 발견된다.
목도리 끝에는 작은 쪽지가 묶여 있다.
‘오늘 열두 시, 종이 울리면 약속을 지켜주세요.’
그런데 은솔성당의 종은 고장 난 지 일주일째다.
오미자가 종탑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누군가 날아서 올라간 게 분명해요.”
장태식이 고개를 젓는다.
“사다리를 이용했겠죠.”
“사다리는 최 사무장님이 관리하잖아요.”
최병철이 비품 대장을 펼친다.
“그래서 더 큰 문제입니다. 사다리 한 개가 또 사라졌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정중하게 말한다.
“신부님, 이번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닙니다. 직접 올라가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 형사님, 저도 종탑에 올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 순간 종탑 위에서 김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부님! 여기 낡은 도시락통이 있어요!”
“하늘이는 언제 올라간 겁니까?”
고장 난 종.
사라진 사다리.
삼십 년 전 약속이 적힌 쪽지.
그리고 정오가 되기 전 은솔성당에 도착해야 하는 한 사람.
김맑음 신부가 빨간 목도리의 매듭을 살피며 말한다.
“이 목도리는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 아닙니다.”
정오를 알리는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한 표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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