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이 있어 허락없이 퍼 왔습니다^*^
누가 퍼왔는지 소문내지 마세요!!!!!
아래 로프에 대고 경례하는 사진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 질라 말라 합니다.
Rope(로프)
‘골드라인(Gold Line)’이라 불렸던 미국제 선박용 로프는 2차대전 즈음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지만 클라이머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며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 말부터 70년대 말까지 애용되던 등반용 로프였다. 나일론 재질로 꼬아 만들고 기름을 먹인 골드라인은 그전 사용되던 마닐라삼 소재 로프보다 늘어남이 적고 내구성도 높았다. 특히 짠 로프에 비해 동계에 사용이 편리해 1977년 설악산 토왕성폭 초등 때에도 주요한 열쇠로 사용됐다. 36m에서 60m까지 다양한 길이로 사용됐으며, 1980년대를 지나며 방수처리된 각종 나일론 짠 로프 들이 출시된 것과 함께 차츰 벽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이 수년 전 미국에서 20달러에 구입해 산악박물관에 보관 중인 골드라인.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습에서 한 가닥 로프가 지닌 위엄을 보는 것 같다.
history
‘로프’라고 쓰고 ‘생명’이라고 읽는다
글 이영준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우리는 잘 웃지도 속삭이지도 않지만 자일에 맺은 정은 레몬의 향기에 비기리오. 깎아지른 수직의 암벽도 매서운 저 눈보라도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한다오. 상가의 휘황한 불빛도 아가씨의 웃음도 좋지만 산사나이는 이 조그만 정으로 살아간다오~♪’
산노래 ‘자일의 정’만큼 ‘자일’(이럴 땐 로프보다 자일이라 불러야 제맛이다)이 지닌 산에서의 사회적 의미를 잘 담고 있는 말은 없는 듯하다. 레몬의 향기보다 향기롭고 진한 ‘자일’에 묶인 관계란, 백척간두진일보 따위 두렵지 않고 자본의 유혹과 인간의 동물적 본능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다니! 필시 이들이 도원결의를 맺고 정치를 했으면 세계를 넘어 우주를 통일했으리다만, 다행이 산그림자 아래만 머물러 조그만 정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도가 이들에게 지배적 이념이었는지, 세상은 이변 없이 흘러가고 있다.
1963년 4월 도봉산 주봉 아래서 새로 산 로프와 술병을 놓고 경례하고 있는 동국대학교 산악부원들. 산악인들에게 로프는 곧 생명처럼 여겨져 왔다. 출처 <동국산악회 50년사>
19세기 중반부터 등산에 사용되기 시작
영어로 로프(Rope), 독일어로 자일(Seil), 프랑스어로 코르데(Cordes), 우리 말로 ‘끈’이라 불리는 이 도구가 언제부터 등산에 사용되었는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확실한 건 18세기 후반 알프스를 오르던 초기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돼 그저 어디서나 구할 수 있었을 ‘끈’이라는 도구가 사용되지 않았고, 19세기 중반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조금씩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로프의 용도를 대신했던 건 길이 2m에 달하는 기다란 막대기, 알펜스톡이었다. 설벽을 오르며 지팡이처럼 알펜스톡을 짚던 사람들은 빙하 크레바스가 나오면 서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지팡이 끝을 줄줄이 잡고 의지해 산을 올랐다. 초창기 황금시대 알프스의 등반 루트들이 개척된 방식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등반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로프기술에 의지해 벽을 오르고, 또 로프에 매달려 하강하는 지금과 달리 알프스에서의 등반은 순전히 자신의 몸만을 의지해 올랐고, 하강보다 올랐던 길로 클라이밍 다운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본격적인 로프의 사용은 19세기 중반 황금시대의 후반기에 들어서며 그전에 비해 보다 복잡한 테크닉을 필요로 했던 등반 방식의 보급과 함께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1865년 마터호른을 초등한 에드워드 윔퍼가 남긴 스케치 등 이 무렵의 기록부터 등장인물들이 서로 로프를 묶고 있는 장면이 종종 보이는 것이다.
로프가 초창기 서구 산악계에서도 지금의 우리처럼 산악인 사회의 관계와 정신을 대변하고 있었는지는 기록된 바가 없다. 하지만 로프를 사용한 등반기술, 특히 ‘확보’ 개념과 기술이 보급되며 로프로 연결된 파트너간의 호흡은 등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런 일련의 행위가 쌓이고 쌓여 흔히 ‘자일 파티’라고 부르는 지금의 개념이 정착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독일어 자일샤프트(seilschaft)라는 말에서 이와 같은 개념을 찾을 수 있다. 독어사전에는 자일샤프트에 대해 ‘산행에서 자일로 묶인 등산가의 무리’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 뜻을 같이 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기도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즉, 로프 또는 ‘자일’은 단순히 그 기능적인 부분을 넘어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문화적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865년 마터호른 초등 당시를 그린 유화. 로프는 19세기 중반부터 산악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35년 월간 <중앙>에 실린 당시 양정고보 산악부 지도교사 황욱의 글에서도 초창기부터 이어온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로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두 사람이 허리에 밧줄을 동여매고 암벽을 기어오른다고 가정하자. 두 목숨이 한줄에 달린 셈이다… 만일 위에서 올라가는 사람이 추락한다면 자기 역시 함께 휩쓸려 떨어질 것이다. 자기와 동무 두 목숨을 보호할 임무를 가지고 있다…’
‘보신지책(保身之策)’이라고 표현한 지금의 확보기술에 대한 설명은 ‘자일샤프트’가 지닌 의미와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1961년 초판 간행된 손경석씨의 <등산백과>에서도 ‘자일은 등산가의 생명이요 협동정신의 상징이라고도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꼬아 만든 삼 로프에서 짠 나일론 로프로 변천
초창기 로프는 대마(大麻)라고도 하는, 이태리삼이나 마닐라삼을 사용해 세 가닥이나 네 가닥을 꼬아 만든 것이었다. 굵기는 13mm 이상으로 매우 두꺼웠는데, 반면 무게가 가볍고 감촉이 부드러우며 눈이 잘 달라붙지 않아 사용하기 편리한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로프의 가장 큰 기능인 강도가 약했다. 삼으로 만든 로프가 끊어지는 사고는 마터호른 초등 당시 4명이 추락 사망하는 참사로 극명히 나타났는데, 이후에도 별다른 대체 소재나 기술의 발전은 없어 여전히 이후 100여 년간 이런 형태의 로프가 사용됐다. 당시 등산수칙 1조는 선등자는 추락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개발된 신소재인 나일론은 기존 천연 섬유를 대체하며 등반용 로프로 사용돼 각광받기 시작했다. 나일론 로프는 기존 삼보다 강도가 3배 이상 강했는데, 당시 12mm 꼰 로프의 인장력 테스트 결과를 보면 마닐라삼이 1150kg의 인장력을 지닌데 비해 나일론은 3540kg까지 견디고 있다. 하지만 초기 꼬아 만든 나일론 로프는 천연섬유에 비해 열에 약하고 자외선에 쉽게 손상돼 수명이 짧은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시기 로프의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한 번 더 일어나게 된다. 바로 지금과 같은 구조의 짠 로프가 개발된 것이다. 1951년 독일 에델리드(Edelrid)사는 케른망틀(kernmantle)이라고 하는, 속심과 표피가 분리돼 각자의 역할을 하는 짠 로프를 처음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1mm 케른망틀 로프의 경우 속심 290여 가닥, 표피 120여 가닥의 머리카락 굵기 원사가 사용돼 복잡하고도 규칙적인 구조로 짜여있다. 표피는 속심을 보호하고 일정한 1차 충격을 견디고, 속심은 일정하게 늘어나며 2차 충격을 흡수하는 효과를 지닌 이런 로프의 구조는 이후 많은 로프 제조사에서 같은 방식을 사용하며 계속 변화해왔다.
1966년 에델리드사는 방수처리된 로프를 출시하고, 1988년 프랑스 베알(Beal)사는 자주 사용하고 충격이 많이 전해지는 끝부분만 보다 굵게 처리한 가변직경 로프를 내놓기 이른다. 1634년 창립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프 메이커인 오스트리아의 에델바이스(Edelwiess)사는 1989년 암각에서 탁월한 강도를 지닌 ‘스트라토스’라는 모델을 출시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과거 대부분 11mm였던 등반용 다이내믹 싱글로프들은 현재 9mm 가까운 모델들이 출시될 정도로 가볍고 강하게 진보하고 있다.
로프를 구입할 때 사람들은 ‘UIAA’나 ‘CE’ 마크가 있는지를 확인하라고 말한다. 국제산악연맹과 유럽표준에서 안전성을 인증했다는 뜻의 이 마크는 추락횟수, 추락시 충격력, 표피 밀림, 추락 신장률, 고정 신장률 등 5가지 테스트를 하고 굵기와 중심 표기, 마킹 등에서 5가지 세부 시행세칙을 따르도록 하며 별도로 모서리 테스트 항목을 두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싱글로프의 경우 80kg짜리 추를 4.8m(추락계수 1.77) 떨어트렸을 때 5번 이상을 견뎌야 하며 최초 전해지는 충격이 12kN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적어도 다른 외부적 요인 없이 등반 중 일어날 수 있는 추락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안전하다는 뜻이다.
실상 지금까지 로프 사고의 유형을 보면 실제로 로프가 지닌 추락지탱회수 이상 연달아 추락해 로프가 절단되거나 수십m를 추락해 추락자에게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사망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암각에 로프가 쓸려 끊어지거나 매듭이 올바로 되어있지 않거나 로프가 젖고 꼬여있는 가운데 추락해 끊어지는 등 외부적 요인이 컸다.
로프는 밟지 말라는 말은 틀렸다?
지금까지 흔히 로프를 밟거나 맨땅에 아무렇게나 놓는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로프를 아무렇게나 다루면 속심이 알게 모르게 손상돼 심각한 안전상의 위험을 가져온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상황을 연출해 테스트하자 기존의 가설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2002년 독일과 그리스산악회에서 했던, 날카로운 모서리에 로프를 놓고 수 차례 밟은 뒤 한 테스트에서 로프 강도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며, 심지어 크램폰을 신고 밟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로프가 젖었을 경우엔 나일론의 특성상 길이가 조금 늘어나기 때문에 다이내믹 신장율이 줄어들어 강도도 40%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전부였다.
‘로프라고 쓰고 생명이라고 읽는다’고 믿어왔던 그건 적어도 절벽에서 가느다란 이 줄에 의지한 육신의 무게를 가늠하는 말이 아닐 테다. 산사람들의 사이에 묶인 보이지 않는 끈은 눈앞에 놓인 한 가닥 로프보다 훨씬 질기고 또 질길 테니까. ⓜ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1mm 로프의 경우 속실 290여 가닥, 겉실 120여 가닥 등 머리카락 굵기의 원사 400~420여 가닥이 유직기를 통해 치밀하게 짜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