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한결같이 시장의 ‘오산 할머니집’을 가리킬 것이다. 이 식당은 일제말부터 오산시 오산동 429번지의 한 장소에서만 4대째 60년이 넘도록 소머리국밥집을 하고 있다.
1층홀에는 70년대에 할머니가 국밥을 푸시는 빛바랜 사진액자가 걸려있다. 일제시대 전쟁말인 1943년에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문닫은 요정을 인수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 1대 할머니가 ‘신진옥’이란 상호로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이후 며느리 조명분(1903-1987)할머니로 이어지며 기반이 다져졌다. 2대째인 조할머니는 음식에도 철저한 것은 물론 성격이 곧기로 유명하며 걸쭉한 입담과 함께 욕쟁이 할머니로 통했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옛 단골들은 지금도 욕쟁이 할머니의 정겨움과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말이라 물자가 귀한 시절 재료를 구할수 있는대로 요리를 해서 내어 놓았다고 했다. 닭요리나 순대를 팔기도 하였고, 개고기를 취급한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료라도 할머니 손에만 들어오면 맛있는 음식으로 둔갑하여 손님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머리국밥을 시작하였고, 70년대에 지금의 ‘할머니집’이라는 상호를 붙였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인 84년도에 옛국밥집 그 자리에 신축한 것이라고 한다.
조명분 할머니는 85세를 일기로 작고하셨고 이후 며느리인 송옥순 여사가 물려받아 운영을 하였다. 그러나 그 며느리인 송옥순 여사도 이젠 벌써 80세가 되셨다. 3대째인 송옥순 할머니가 운영할때에는 조할머니를 모르는 사람들은 송옥순 할머니가 그 할머니라고 여겼다. 70년대에는 사냥꾼과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왔고, 경제개발로 골프장들이 오산인근에 많이 생긴 80년대에는 골프를 치러왔던 손님들이 많이 찾아 왔었다고 한다.
현재는 4대째인 김영삼 사장(55)과 부인 박명희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영삼 사장은 군복무를 마치고 80년부터 식당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전수받았다. 그러나 중간에 식당일을 부인에게 맡기고 외도를 한동안 했다. 80년대말에서 90년도 초반에 박신원씨가 국회의원을 지낼때 보좌관까지 하며 몇 년을 식당일을 소홀히 하여 할머니국밥집을 잘 아는 단골들은 할머니 국밥맛이 몇 년간 바깥에 나갔다 왔다는 표현을 더러 쓴다.
인터넷 포털싸이트에 검색하면 ‘오산 할머니집’은 많은곳에 그 소개가 올라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왜 할머니집에 할머니가 안계시냐’고 뜬금없이 묻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매일 인근 도축장으로부터 신선한 고기를 받으므로 보관하는 묵은 고기가 없다고 한다. 매일매일 소비되는 고기의 양만을 주문하여 준비하므로 단체손님을 받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주어야지만 고기의 양을 준비할수 있다고 한다.
이집의 창문에는 소머리국밥(설렁탕)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김영삼 사장은 원래 설렁탕에는 소머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고기의 손질이 어려워서 다들 이 부분을 포기하고 양지와 사태만으로 고기를 썰어서 넣는 방식으로 변형이 된것이고, 이 집의 소머리국밥이야말로 원래의 설렁탕의 원형에 가까운 원조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만나던 소머리국밥과는 국물이 다르다. 즉, 국물은 일반적인 국밥개념의 국물이 아닌 설렁탕의 진한 국물 그 자체인 것이다.
그날 들어온 머리뼈와 사골을 밤새 최소 8시간 이상 푹 고아서 국물을 만든후 역시 그날 저녁에 들어오 고기를 꼼꼼히 12시가 다되도록 손질한 후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고아낸 뼈국물에 고기를 삶아 그날그날 손님에게 내어 놓는다고 한다. 따라서 당일 장사를 하다가 고기가 떨어지면 7시라고 하더라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유명한 음식점을 체인점을 하면 돈을 좀 벌지 않았을까 질문을 하였다. 가까운 친척이 부탁을 하길래 수원인근에 같은 방식으로 주방을 차리고 가게를 열어 기술을 전수하고 문을 열였으나 같은 상호를 보고 찾아갔던 옛단골들이 그 맛이 아니라면서 다시 이 가게를 찾아와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단다. 체인점을 못내주는 이유로는 고기의 손질이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다음날 사용할 고기가 저녁에 배달되어 오면 기름제거하고 솔로 문지르는것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또한 아무 양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정성과 경험으로 국이 끓는 모양만 보아도 그 맛을 알수가 있는데 이 맛을 내는 과정을 남에게 맡길 수도 없고 배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K 쇠머리국밥’의 경우 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인삼을 넣는다고 한다. 그러나 고기를 잘 알고 정성스럽게 잘 손질하면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할머니가 내주던 그 맛을 기억하시는 어르신들은 할머니때와는 맛이 좀 다르다고 한다. 할머니때와 건물도 달라지고 구수한 욕담과 더불어 맛난 국밥을 내어주시는 할머니의 그 다정함이야 그 누가 채워줄수 있겠는가? 김영삼 부부의 바램은 이제 세아들중 한명이 5대째로 오산 할머니집의 전통을 이어주었으면 한다고 한다.
문의 : 374-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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