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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으로 블루오션 개척오토데스크가 컴퓨터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블루오션(blue ocean)'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오토데스크는 초기 2D 분야에서 1위 기업으로 오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3D(3차원) 디자인 솔루션 개발을 위한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섰다. 3D 디자인 솔루션은 '아이디어를 실제 모형으로 만들기 실현하기 전에 경험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기존 2D 디자인과는 다르게 제품이나 건물을 만들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 제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점을 부각시켜 오토데스크는 1990년대 중반 디자인 산업의 트렌드를 2D에서 3D로 바꿔 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토데스크는 2000년대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캐드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선포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의 건설 붐과 선진국들의 친환경 빌딩 수요를 감안해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BIM 기술은 3D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시공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미리 예측한다. 이를테면 건물이 지어질 지역의 일조량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분석하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건물을 설계할 수 있다.
미국 그린빌딩협의회는 지난 1993년 그린빌딩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를 시행하면서, 오토데스크의 BIM 솔루션을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와 9·11테러로 붕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들어서는 '프리덤 타워' 등의 설계에도 이 프로그램이 쓰였다.
오토데스크는 BIM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을 위한 '맞춤형' 설계 디자인 솔루션으로 확대했다. 킹콩, 스타워즈, 괴물 등 블록버스터 영화 컴퓨터 그래픽에서부터 벤츠,
현대 제네시스 등의 자동차 설계까지 다양한 산업분야를 파고든 것이다. 2000년부터 매년 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업 확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제품 다각화를 통해 포천지(Fortune)가 매년 선정하는 100대 기업 전체가 오토데스크의 고객이 됐다.
- ▲ 오토데스크의 토목·지리정보 분야 대표 솔루션인‘시빌3D(Civil 3D)’제품을 이용한 이미지(왼쪽),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사용되는 오토데스크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대표 솔루션‘맥스(3ds Max)’제품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오른쪽). /오토데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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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아웃소싱으로 고속 성장 이뤄오토데스크의 독특한 판매 구조 역시 고속 성장의 비결로 꼽힌다. 1990년대 말 규모가 훌쩍 커진 오토데스크는 "제품 판매 유통망을 본사가 직접 운영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직면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온라인을 통해 자사 제품을 직접 팔았지만, 세계적으로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판매가 줄어들 조짐을 보인 것이다.
이 기로에서 오토데스크는 과감히 온라인 판매 정책을 오프라인 판매정책으로 바꿨다. 전 세계적으로 협력사(partner)와 리셀러(reseller)를 적극적으로 영입, 이들이 현장을 두 발로 뛰면서 직접 소비자에 제품을 설명하고 팔도록 한 것이다.
판매 영역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정책으로 오토데스크 내부 인원은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지휘와 제품 개발만 담당하고, 판매는 전적으로 협력사에 맡기는 구조다. 현재 오토데스크는 전 세계 지사가 모두 판매 협력사(partner)를 두고 그들과 상생 경영을 지향하는 '전략적 판매 채널 전략'을 확립했다. 전 세계적으로 오토데스크의 판매를 담당하는 각종 파트너와 리셀러 회사는 1700여 개에 이른다.
"한국도 건설·제조 분야 모두 디지털로 전환해야"
오토데스크코리아 남기환 사장
"단일 소프트웨어로서 25년간, 22번의 향상된 신버전을 출시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대단히 기록적인 일입니다. 이는 곧 오토캐드가 지난 25년간 산업환경의 발전 속도를 놓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서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토데스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남기환 사장<사진>은 11일 오토데스크의 성장 비결로 '끊임없는 혁신'을 꼽았다.
그는 200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지난 연말 오토데스크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본과 중국, 호주를 포함한 오토데스크 아태 지역 전체에서 본사 부사장이 남기환 사장을 포함해 단 3명에 불과하다.
남 사장은 "중국 등 후발 국가들이 3D 디지털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 제조 분야에서 한국을 뒤쫓고 있다"며 "한국 역시 건설, 토목, 건축, 제조 분야 모두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도시 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강조했다. "베이징(北京)은 5년 전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교통 등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오토데스크의 혁신 기술을 에너지와 환경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