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구 마구 달리고 있습니다.
MX-P와 1Q 시리즈에 대한 글을 적다 보니 다시 카보드와 칼릭스 2에 대해서 글을 적게 되었는데,
이제는 에어록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에어록은 에볼루션 시리즈와 Q 시리즈로 구분한 2 갈래의 길을 염두에 두고 구분한다고 하면
(이 글을 이해하려면 앞에 적은 글을 읽어 보시는 것이 좋겠네요.
http://cafe.daum.net/hhtabletennis/AL1T/1409)
에어록은 MX-P처럼 찰지게 쫙 붙는 러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즉 매번 임팩트를 줄 때 엄청나게 매력을 뿜어 내는 그런 러버는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MX-P 를 따라올 러버가 없다고 하겠지요.
또 1Q 처럼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짤막한 순간에 안았다가 폭발적으로 튕겨 내 주는 그런 러버도 아닙니다.
과거 칼리브라 LT 러버가 나왔을 때 어리둥절하게 달랐다는 첫 느낌에 다소 주춤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런 첫 인상과 다르게 맞드라이브시 밀리지 않고 모든 플레이를 공격적으로 밀어 붙이도록 도와 준다는 측면 때문에,
다소 수명이 짧다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칼리브라 LT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러버가 바로
이 에어록입니다.
에어록의 특징은 티바의 두 갈래 라인업과는 다르게 조금 더 뭉툭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구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치면 칠수록 강한 구질이 발휘 되고 어떤 위치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함을 보여 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러버의 중간 정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얘기하면 세 개의 라인업이 형성되는 것이고 에어록 자체가 가진 독자적 매력은 드러나지 않겠지요?
에어록은 이렇게 얘기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에어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바로 블로킹시입니다.
블로킹을 하면 이상하게 공이 짧게 떨어지지요.
마치 러버가 가변 반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축구공이 뭉툭한 찰흙 위에 툭 떨어지듯이, 상대방의 강력한 공이 에어록 러버에 푹 파묻히면서 충격이 흡수되어 버립니다.
아무리 강력한 드라이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겁낼 것 없이 가져다 대기만 하면 러버가 알아서 막아 준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앞서 티바의 러버들은 비록 두 갈래의 다른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강하게 되튕겨 준다는 면에서는 동일한 궤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원큐는 순간적으로 안아서 되튕겨 주지만, MX-P는 그것보다는 표면에서 반응하면서 더 빠르게 튕겨 주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때려 치는 타법으로 하면 매우 강력하지만 부드럽게 묻혀 치면 공이 힘 없이 반응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에어록은 이런 순간적인 반응치 자체가 더 약하게 설정되어 있지요.
즉 순간적으로 되튕겨 낸다라기 보다는 보다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반응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상대방이 아무리 강하게 공을 보내도 그것을 막는 입장에서는 마치 슬로우 비디오로 보듯이 공을 받아서 편하게 넘겨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비유한다면 무엇에 비유할까요?
아래 이미지를 한번 보세요.
천하 태평하고 무서울 것 없는 친구이죠.
바로 나무늘보입니다.
나무 늘보는 이상하게 천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느려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지요.
이 느림보 친구랑 같이 살아 가려면 속이 터질 거에요.
길 가다가 이 친구를 만나면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아니면 이렇게 직접 들어서 옮겨야 할 지도 모릅니다.
과장이 아니고 꼭 에어록 러버가 이 나무늘보 같습니다.
에어록은 티바의 강력하고 파워풀한 1Q와 에볼루션 계열에 비하면 느릿 느릿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다면 티바 러버들은 무엇에 비유하면 될까요?
1Q와 MX-P는 아래 동물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바로 치타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그리고 얼마나 균형감 있게 달리는지 한번 보세요.
이 달리는 치타가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는 것처럼, 1Q와 에볼루션 MX-P는 공격을 위한 모든 것을 아주 균형잡힌 형태로
다 잘 갖추고 있습니다.
딱이 흠잡을 데가 없지요.
그런데 이 재빠른 치타에 비해서 나무 늘보는 참 한심해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아 갑니다.
바로 천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천적이 없다기 보다 천적을 무력화 시켜 버리는 뭔가가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꼭 에어록이 그렇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탁구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리듬으로 상대방과 상관 없는 춤을 추네요.
마치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자기만의 독특한 리듬에 맞춰 혼자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점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주저 앉아 버리는... 언밸런스한 댄스이지요.
그런데 이 춤이 또 제법 매력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찰지게 붙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빠르게 반응하면서 되 쏘는 것도 아닌데,
뭉텅하게 공을 받아서 무력화 시키는 에어록의 블록은 역대 러버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럼 에어록의 공격은 어떨까요?
혹시 예전에 영웅문이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읽어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어요.
양과 라는 주인공이 있는데, 지금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2부의 주인공인 양과가 최후에 선택한 칼이 바로 현철검입니다.
이 칼은 날이 없습니다.
무겁기만 하지요.
그런데 이 현철검을 양과는 자유 자재로 사용하지요.
무공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니 날 없는 검이 날 있는 검을 제압하는 것입니다.
이 현철검이 꼭 에어록 아닐까 생각됩니다.
날래게 반응하겠다, 속도나 스핀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겠다.. 이런 것은 없는데,
내공만 갖추면 그 내공을 충실하게 실어서 상대방에게 공을 매다 꽂어 넣습니다.
아주 아주 묵직하지요.
만약 무기의 날카로움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겠다고 생각하면 티바의 러버들로 가야 하겠지만,
내 힘으로 모든 게임을 운용하고 싶다,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을 다 받아 내겠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에어록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다 더 세밀한 후기들을 이후에 많은 분들이 더 이어 적으시리라고 믿고,
저는 여기서 물러 갑니다. ^^
감사합니다.
첫댓글 에어록 러버의 등장은 스티가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을 만한 대 사건이지요. 비교적 최근의 글인데요, 이 글을 이 시점에서 올려야 스티가 블레이드 개발사와 맞물릴 것 같아요. ^^
중펜전면 에어록 사용중인데 이러한 특성이 있었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잘살려 사용해 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
상세하고 재미있는 설명 잘보았습니다~
예 ^^ 감사합니다. ^^
와 저도 이 글을 보고 나니깐 저랑 치는 분이 드라이브를 치거나 할 때 제가 블럭을 대주면 타이밍이 늦어서 잘 못치겠다고 한게 이해가 가네요^^ㅎ 타이밍을 뺏기에 너무 좋은 에어록~ 이런 탁구도 나름 매력 있습니다~ㅎㅎ
예, 에어록 스폰지가 가진 장점이지요. ^^
상세한 설명과 마지막 영웅문에 나온 내용까지 인용해주시니 더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좋은 정보 얻어감에 감사합니다~ ^^
예, 영웅문... 제 고삼 여름방학을 망치게 한 애꿎은 녀석이지요 ^^
어떤분은 에어록으로 치면 안티러버냐고 물어보십니다 ㅋㅋ
^^ 그렇군요.. 안튀 러버라고 하지는 않나요? 안 튀어 오게 만드는 러버...
@TAK9.COM 공이 너무 안나온데요 ㅋㅋ
에어록은 디펜스가 정교해서 사용하기 부담스럽지 않아요.
그렇지요~^^ 고수들과의 경기에서 안정감을 주는 장점이 있지요.
이 나무늘보를 발업해준 것이 에어록아스트로라고 보면 될까요? ^^
그렇지요~^^ 아스트로를 저는 에어록의 완성본으로 봅니다.
전 아직 칼리브라LT를 잊지 못합니다.
상대방 드라이브를 카운터로 드라이브할 때 공이 너무 위력적이라 상대방도 나도 흠칫놀라 멍하고 쳐다보곤 했습니다.
신이시여 이 드라이브가 제게 한게 맞습니까하는 느낌이 들었죠.
에어록도 이런 숨겨진 위력을 계승하고 있나 궁금하네요.
칼리브라만큼은 아니어도 그런 특성이 계승되어 있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에어록 M, S를 주력으로 쓰고 있는데 전 이 러버의 제일 큰 장점을 들라고 하면,
첫째는 안정감
둘째는 편안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때 MX-P를 주력으로 사용했었는데 이 러버는 늘 팽팽한 긴장감을 주지 않으면 곧 미스가 발생합니다.
또한, 끝내기성 타구에서 과도한 performance(?)를 보여 가끔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었고요.
에어록의 이런 매력 때문에 전 아스트로 적응에도 실패했습니다.
아스트로는 공이 러버에 머무르는 시간이 좀 짧다해야 하나요?
드라이브의 회전이 먹기도 전에 튀어나가는 느낌??
다 제 실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ㅎㅎ
에어록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 2주만 쳐도 표면이 뿌옅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특성에 차이는 없다 하지만 뿌옅게 변한 표면을 보면 이게 스핀이 제대로 먹을까 하는,
왠지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플레이 자체도 좀 위축이 됩니다.
이 점만 개선된다면 스티가 러버 중 가장 성공적인 러버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하니발 예~^^ 상세 설명 감사합니다~^^
변색 문제는 성능과 관계는 없어요.
그래도 심리적 만족에 문제가 있지요.
기술개선이 다음 러버에서는 이루어질 듯 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스트로로 도전하세요~^^
MX-P에서는 아스트로로 오는 게 좋아요~^^
@TAK9.COM 도전중입니다 양면 아스트로 M
나무늘보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하다 ㅋㅋ
~^^
저는 독고구패가 남긴 현철검을 외팔이 양과가 들고 마지막으로 바다를 향해 신조와 함께 뛰어드는 모습을 상상해 버렸습니다
양과의 이름은 허물 과 호가 개지였죠 아버지의 허물을 고쳐나가자는 뜻 헤헤 저도 중학고시절을 통째로 갖다바친 소설입니다
에어록으로 14년을 보내고 16년에는 아스트로를 친구삼아 즐탁하겠습니다
예, 통하는 게 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