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찌뿌둥했던 날씨가 산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 했지만 포근하고 청명한 날씨가 우릴 반갑게 맞아준다. 저 멀리 일본열도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소식에 마음 한구석이 어둡기도하다. 인간의 힘이 자연앞에는 얼마나 나약하고 미미한 존재인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자연의 위대함과 말없는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그래도 한달에 한번씩은 꼭 산행길을 나선다. 3월 12일,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북가주의 삼월은 참 아름답다. 산과들에 마치 녹색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다. 우린 2년전에 이곳 Sunol Regional Wilderness Park을 다녀 온적이 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곳에서 우린 삼월 산행을 시작한다. 보고 싶은 님들이 약속시간에 맞추어 속속 도착한다. 약속장소 찾기가 어렵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헤메고 다닌것 같다. 그래도 마음은 줄거움으로 가득하다.
계곡을 건너 Indian Joe Trail을 찾아든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고 산행길 옆으로 어느새 자라난 파릇파릇한 풀잎들이 우리 산우회님들을 반겨준다. 오늘 선두는 육십대 청년들이 나섰다. 숲과 계곡을 끼고 있는 Indian Joe Trail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코스 난이도는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예정한 Valley Cave Trail까지는 족히 50분은 걸어야 한다. 좁다란 비탈길을 따라 올라간다. 벌써 숨이 차온다. 걱정되어 보살님/거사님 힘드시죠하고 살짝 여쭈어 본다. 에-이 이정도는 돼야 산행하는 맛이 난다며 성큼성큼 올라가신다. 어느새 이마에는 뜨거운 땀방울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옆에서 걱정스런 눈으로 물끄름이 바라보는 보살님의 모습에 행복이 물씬 묻어난다. 이렇게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아온 인생이 수십년이 아니던가! 이게 바로 우리 산우회님들이 살아온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행복한 인생길이라 여기지니 내 마음이 무척 기뻐지는구려. 우리는 Valley Cave Trail과 Eagle View Trail의 분기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우린 두 팀으로 갈라졌다.
칠십대 형님들과 누님들은 Valley Cave Trail로 방향을 잡고 아직도 다리에 힘이 철철 넘처나는 오육십대님들은 어려운 Eagle View Trail로 키를 잡았다. Eagle View Trail은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다. 산행코스가 길기도 하지만 오르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Eagle View 마지막 계곡길을 접어 들기전 우린 세상에서 가장 한가로이 풀을 뜯는 누릉이와 검둥이를 만났다. 갑자기 불청객을 만난 소들이 놀라 달아난다. 저 놈들은 이 넓은 초원을 누비며 자연을 벗 삼아 배고프면 풀을 뜨고 힘들면 쉬어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산행을 통해 재충전하고 때론 힘들게 느껴지면 쉬어 가면 된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계곡을 들어서니 봄 냄새가 물씬난다. 앙상한 나무가지에도 어느새 물이 올랐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봉우리가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야! 봄이 왔나보다, 야!
발아래 펼처진 저 아름다운 초원을 보라! 누가 저렇게 아름답게 만들었던가! 인간의 손으론 도저히 빚어낼 수 없다. 우째거나 탄성이 절로 나는 환상적인 자연앞에 숙연해질 뿐이다. 온 세상이 내 발 아래에 있구나. 온 천하를 내 발 밑에 두었으니 내가 천하를 지배한다고 한들 누가 시비를 걸겠소? 이래서 우린 어렵고 험난한 산행길을 재촉하여 정상에 오른다. 고진감래 (苦盡甘來)란 옛 말이 있지 않은가!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상에 올랐을때 느끼는 맛이다. 한마디로 기분 짱이다.
저멀리 산등선엔 헤어졌던 칠십대 형님과 누님들이 보인다. 이제 우린 그분들을 찾아 간다. 그리고는 12시가 넘어서야 님들을 다시 만났다. 기념으로 고목나무 밑에서 상봉사진도 한장도 박아 왔다. Sunol 산행의 마지막 코스는 부엉이 바위 같은 절벽을 구경하는 것이다. 문득 김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진 노대통령이 기억난다. 절벽 아래 보이는 주차장이 아득하기만 하다. 세상살이가 싫은 분은 이곳에서 하직해도 좋다는 농담도 해보지만 한분도 아직은 그렇치않은 것 같다.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계신 우리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여기서도 멋진 사진 한장을 박아 두고 하산을 서두른다. 보기는 쉽게 느껴졌던 하산길이 제법 어렵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했지만 때론 그 내리막 길이 쉬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린 이렇게 6마일이 넘는 어려운 산행길을 3시간 넘게 걷고 걸어 무사히 목적지로 돌아왔다.
촐촐한 시장기에 이어진 점심공양은 한마디로 꿀맛 같았다. 김영애 보살님의 걸쭉한 청국장 한 국자에 넋이 나갔고 마햐야 보살님의 메밀국수 한 수저에 세상 삶의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이 어찌 행복하다 아니 할수 있겠소? 맛깔나는 김밥에다 라면 한 젓갈에 국물 한모금에 빈 밥통 채우고 나니 세상이 모두 내것인 것 같구려. 끝으로 공지사항으로 청소년 템플 스테이와 SF정토회 불교대학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중간산행및 특별산행 계획을 전달하고 예쁜 산우회 로고가 새겨진 머그잔을 님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산우회 티-셔츠와 모자도 주문 받았다. 이어서 민혜경 보살님의 염라대왕 시리즈에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빠질수 없는 김영애 보살님의 똥파리 샹송에 또 한번 우리는 웃고 말았다. 염라대왕님 우리 모든 산우회님들을 지옥 보다는 천당으로 인도해 주시옵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 한근 합장 _()_ 나무아미타불
첫댓글 항상 수고해 주시는 덕분에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이엇습니다.
배려 와 봉사 하시는 맘으로 정성껏 점심준비 하신분들과
특히,미국에서 산행후 점심때 정성드려 만드신 맛난 청국장 은 처음 먹엇습니다..ㅎ
감사 햇습니다^^
거사님과 같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니 산우회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조언 당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_()_ 나무아미타불
파릇한 그라스와 함께 전해져 오는 봄 기운, 훈훈한 정 폴폴 새어나는 듯한 사람 냄새를 가득 담은 그림과 글, 그리고 "걸쭉한 청국장"의 그 독특하고 구수한 향이 감지 되는 듯 하여 코를 박고 킁킁거리다 가게 합니다.
자행님을 산행에선 뵙지 못했지만 이렇게 카페에서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답글 감사드립니다. _()_나무아미타불
생생소식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보원님, 감사합니다. 봄 바람이 불면 한번 산행에 왕림해 주시기 바랍니다. _()_ 나무아미타불
햐! 산우님들 봄산행 넘 즐거워 보입니다 ^^*
와 저 피크닉테이블에 음식 침이 저절로 생켜지내요..
후기 찍어서 올려주시고 하시느라 수고 많읍니다 ^^*보고만 가기에는 미안 하내요 ^^*
행원이님, 일전에 전화 한번하고는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우리 산우회는 가족같이 행복하게 산행을 즐기는 모임입니다. 내일 토요일 산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짬을 내어 한번 왕림해 주시기 바랍니다. _()_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