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룡도(雲龍圖)
운룡도는 구름에 싸여 꿈틀거리고 있는 용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것도 같은 용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성격과 능력을 지닌 용들이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용의 종류도 달랐다. 운룡도의 용은 어떤 성격을 지닌 용이며, 어떤 목적으로 운룡도를 그렸는가를 살펴본다.
............................................................................................... 용의 성격 ∥ 용의 종류 ∥ 용과 구름과의 관계 용그림의 용도와 기능 ∥ 용그림의 의의
용의 성격
용만큼 민화에서 자주 그려졌던 동물은 드물다. 민화뿐만 아니라 건축, 가구, 공예품 등에도 줄기차게 장식되었다. 그만큼 용은 동양 사람들의 생활 미술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물로 존재하고 있었다. 용은 실재하는 동물이 아닌 만큼 인간의 끊임없는 상상력을 통해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천변만화의 능력을 가진 동물로 미화되고 또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용은 81개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99의 수를 갖추고 있어 양(陽)의 동물이며, 수염, 용주(龍珠), 발톱, 그리고 뿔을 갖춘 신체적 특징을 가진다. 전설에 의하면 용이 구름 속에서 학(鶴)과 연애하여 봉황을 낳았다고 하고, 땅에서 빈마(牝馬:암말)와 결합하여 기린을 낳았다고 한다. 《설문 說文》에 의하면,
“용은 비늘이 있는 동물의 우두머리이다. 능히 어둡거나 밝을 수 있고, 가늘거나 커질 수 있으며, 짧거나 길어질 수 있다. 춘분에 하늘에 오르고 추분에 연못에 잠긴다.”
하였고, 《회남자 淮南子》에서는,
“깃털과 털, 비늘과 딱딱한 껍질을 가진 모든 것은 모두 용을 조상으로 하고 있다.”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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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종류
용의 종류도 다양하다.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응룡(應龍)이 있고, 빛이 붉고 뿔이 돋쳤다는 규룡(
龍)이 있다. 또한, 빛이 노랗고 뿔이 없는 이룡(
龍)이 있고, 땅 위에 있어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있는 반룡(蟠龍)이 있다. 그 밖에 물을 좋아하는 청룡(靑龍), 불을 좋아하는 화룡(火龍), 싸우기를 좋아하는 석룡(
龍), 울기를 좋아하는 명룡(鳴龍)이 있다. 용에 관한 내용으로 특별히 흥미를 끄는 것은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이다. 용에게 아홉 자식이 있다는 설인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먼저 비희(
)라는 용은 일명 패하(覇下)라고도 하는데, 그 모양은 거북이를 닮았고, 무거운 것을 지기 좋아한다. 돌비석 아래에 있는 귀부가 이것이다. 이문(
吻)이라는 용은 일명 조풍(嘲風)이라고도 한다. 모양은 짐승을 닮았으며, 높은 곳에서 먼 데를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전각의 지붕 위에 있는 짐승머리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치미(
尾)라 하며, 화재를 누를 수 있다. 포뢰(蒲牢)는 모양이 용을 닮았고, 소리지르기를 좋아한다. 종 위에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바다 중에는 큰 고기인 고래가 있는데, 포 뢰는 고래를 무서워해서 고래가 포뢰를 치면 번번이 놀라 크게 운다. 종소리를 크게 하고자 할 때 포뢰를 종위에 조각하고 고래 모양으로 만든 당(撞)을 친다. 폐안(
)은 일면 헌장(憲章)이라고도 한다. 모양은 호랑이를 닮았으며, 위력이 있어 옥문(獄門)에 세운다. 도철(
)은 마시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솥이나 제기(祭器)에 새긴다. 공복(蚣
)은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졌다. 그래서 다리의 기둥에 새긴다. 애자(
)는 죽이기를 좋아하여 칼의 콧등이나 칼자루에 새긴다. 입으로 삼키기를 좋아한다. 관우가 사용한 언월도의 용이 바로 이것이다. 산예(
猊)는 모양이 사자와 닮았고, 연기와 불을 좋아하여 향로에 새긴다. 또한 앉기를 좋아하는데, 불좌(佛座)의 사자가 바로 이것이다. 일명 금예(金猊)라고도 한다. 끝으로 초도(椒圖) 또는 초도(椒塗)라 하는 용이 있는데, 모양이 소라를 닮았다. 닫기를 좋아하여 문고리에 새긴다. 이밖에 속전(俗傳)에 의하면 기룡(夔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용은 용의 무리 중에 주인이라 한다. 이 용의 가죽으로 만든 북을 기고(夔鼓)라고 하는데, 소리가 오백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보통 용고(龍鼓)라 부르는 북에 그려진 용이 바로 기룡이다. 또, 용의 자손이라 고 하는 금오(金吾)라는 것도 있는데, 미인의 얼굴에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것으로 양 날개가 있다고 한다. 본성이 영통하고 잠을 자지 않고 항상 깨어 있다고 한다. 또 이호(
虎)라는 것이 있는데, 문채(文采)를 좋아하여 석비의 양 곁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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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구름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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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에서 용은 대부분 운룡(雲龍)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도판 사진으로 제시된 〈운룡도〉도 용이 신령스럽고 괴이한 구름 속에 싸여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용과 구름과의 관계에 대해, 《역경 易經》에서는,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고 했고, 《한문 韓文》에서는, “용이 기운을 내뿜어 구름을 이룬다(龍噓氣成雲).”라고 한 것에서 용과 구름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이 만든 구름에 대해서 한유(韓愈)는,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이루매 구름도 역시 영괴(靈怪)하니, 그것은 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구름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용은 구름을 타지 않으면 그 영이(靈異)함을 신묘하게 할 수 없으되, 그 의탁하는 바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동국이상국집》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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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그림의 용도와 기능
〈운룡도〉는 크게 세 가지 용도와 기능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먼저 길상과 벽사와 관련된 경우이다. 조선 시대의 세시 풍속 가운데 새해가 되면 궁궐의 문이나 민가의 문에 용그림을 내다 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이 경우의 용그림은 일종의 세화(歲畵)라고 할 수 있는데, 용의 신령스러운 힘을 빌려 사(邪)된 것을 물리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밖에 불교에서 호법신중의 하나로 중요시하고 있는 경우와 무속에서 말하는 용신(龍神) 등도 모두 길상과 벽사와 관계된 용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임금과 신하 관계의 군신(君臣)관계이다. 현재 경복궁 사정전에 운룡도가 있는데, 구름 속에 두 마리의 용이 구름 속에 몸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여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정전, 이곳은 임금과 신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사를 논하는 편전으로, 이 공간을 장식하는 한 폭의 운룡도는 현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의 상호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한유의 말대로 신령한 용이 토한 구름이 영괴한 것은 용 스스로의 능력 때문이요, 이 영괴한 구름으로 인해서 용은 더욱 영묘해 질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현명한 임금이 있음으로 해서 어진 신하들이 있고, 어진 신하들이 있음으로 해서 임금은 더욱 훌륭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끝으로 기우(祈雨)와의 관계이다. 《산해경 山海經》의 대황동경(大荒東經) 편에 의하면,
“대황(大荒)의 동북쪽 모퉁이에 흉려토구(凶黎土丘)라는 산이 있는데, 응룡은 이 산의 남쪽 끝에 산다. 치우(蚩尤)와 과보(
父)를 죽이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리하여 하계(下界)에 자주 가뭄이 들었는데, 응룡의 모습을 만들면 큰 비가 내렸다.”
라고 하였는데, 이로써 용이 비를 내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옛날에 용그림을 그려 비 내리기를 빌었던 기우제가 자주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기우제 때 용그림을 그렸다는 최초의 기록이 《삼국사기》 진평왕 50년 조에 나온다.
“여름에 크게 가물어 시(市)를 옮기고 용을 그려 비가 오기를 빌었다.” (夏大旱移市畵龍祈雨)
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화룡기우(畵龍祈雨)에 대한 기록이 자주 나타나는데, 《태종실록》 권21, 신묘(辛卯) 11년 6월 신사(辛巳) 조에, “종묘 사직 백악 목멱과 한강에 제를 지낼 때 최덕의를 시켜 양진(陽津)에 화룡제를 지내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 《세종실록》에도 1411년부터 1433년에 걸쳐 10여회 이상의 화룡기우제를 행했다는 기사가 있다. 〈운룡도〉는 이상의 세 가지 의미와 용도 외에도 용의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중 어느 하나가 〈운룡도〉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건축물이나 공예품 장식용이 아니라 민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운룡도〉는 세시에 그린 벽사용 그림이거나 기우제 소용으로 그린 그림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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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그림의 의의
용이 지니고 있는 변화무쌍하고 신령스러운 능력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용 스스로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은 인간의 끊임없는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간은 다시 그들이 용에게 부여한 힘과 능력에 의지하여 자신들의 욕망과 기원을 성취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이다. 모든 민화의 성격이 그렇듯이 〈운룡도〉도 그런 마음과 의지를 담아 그린 용의 미술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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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렇게 좋은 자료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 그려봐야 하겠는데...--;;
鳴龍으로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설명을 잘해주셔서 잘될것 같습니다.. 정삿갓(정창원)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런 귀한 작품을 어떻게 날린답니까? 전에 주신 작품은 고이고이 잘 간직 중입니다. 정삿갓님!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잘 봤습니다^^!^^
남산호(배천호)용이나범에관심이많아는데,대단하군요나는언제쭘.?
와우~~~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좋은 자료 올려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새해에도 바라는일 성취 하시고....건강 하십시요^^*
용그림이 퍽이나 인상적이군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요...
허걱...이런 작품으론 연 못 날리겠네요....날리다가 시집보내면 우짜죠....대단하시고요...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