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아구로 요리하는 집이다. 주문받자마자 수족관에 있는 생아구 해체작업이 시작된다. 주방에서 끓여내는 탕이 아니라 즉석에서 끓여 먹는 생아구탕(2만~6만원) 수육과 찜을 낸다. 아구는 툭 불거진 왕방울 눈깔, 가마솥 뚜껑 같은 대가리, 큰 아가리,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럽고 지지리도 못난 생선이다. 옛날 바닷고기가 흔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맛이나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이빨 외에는 버릴 게 없다. 그야말로 못 생겨도 맛은 좋다. 아구탕이나 내장을 곁들인 수육은 부위별 7가지 맛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아구의 살, 쫄깃쫄깃 한 여운이 남는 껍질,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내리는 애(간), 소막창과 모양이나 씹는 느낌이 흡사한 위주머니인 배포, 꼬리 지느러미의 질긴 듯하면서 쫄깃한 맛이 돋보인다. 뼈째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 볼때기 살, 뒷맛이 부드러운 난소까지 맛볼 수 있다. 아구탕은 아구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별도로 육수를 내지 않고 끓여 더부룩한 속을 확 뚫어주는 '해장식'이다. 이 집은 등이 검고 배가 흰 6~8㎏ 정도의 참아귀만 쓴다. 잡내가 거의 나지 않고 특유의 감칠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춧가루와 미나리, 마늘, 그리고 콩나물과 함께 걸쭉하게 볶아낸 아구찜은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을 느낄 정도로 탄력이 있다. 아삭한 콩나물과 씹히면 툭 터지는 미더덕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조그만 동네 횟집이다. 자연산 제철 생선(4만~8만원)과 살아있는 아구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미식가들이 먼길 마다않고 찾아오는 데다, 매일 동해에서 직접 장만해온다. 요즘 같을 때에는 도다리나 잡어인 볼락, 쥐치, 횟대, 문어, 소라(2만~4만원) 등이 제철이다. 밑반찬은 그다지 많이 내지는 않지만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 간장으로 맛을 내 깔끔하다. 김치는 직접 담근 멸치젓갈로 맛을 내 사이다 같이 톡 쏘고 아삭하다. 사시사철 내는 식해는 생선을 꾸덕하게 말려 무채와 고춧가루에 버무려 좁쌀로 만든 밥을 넣어 숙성시켜 맛이 별스럽다. 한잔 곁들인 식사에 본전 생각 안날 정도로 꽤 괜찮은 집이다. (053)745-4752 (음식칼럼니스트) ▶TIP ▶위치=대구시 동구 신천시장 뒤편 월드 메르디앙 정문 지나 청운신협 뒤편 골목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주차=신천시장 도로변 주차 및 골목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