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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방 4(기타) 스크랩 2016 여름 송광사 저녁예불
김 목 추천 0 조회 80 16.07.10 21: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6 여름 송광사 저녁예불

 

송광사는 법보사찰이다.

불교의 세 가지 보물은 부처님(불보), 가르침(법보), 스님(승보)인데, 이곳 송광사는 16국사가 계셨던 곳이고, 앞으로도 산자에게는 자비를 죽은자에게는 평화를 줄 훌륭한 스님이 오실 터이니 승보사찰이라 한다.

 

201677일을 소서다. 그야말로 한 더위의 시작이다.

며칠을 장맛비가 내렸다. 그리고 마침 오늘은 먹구름 대신 하얀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햇살이 따갑다.

 

조계산의 조계천이 휘돌아 흐르는 송광사를 향해 가는 길이다. 요란한 휴대전화 소리에 깜짝 놀라니 폭염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다.

그래서일까? 살갗을 타고 줄줄 땀이 흐르더니 잠시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그렇게 한 더위의 숲길을 지나고, 송광사 경내를 한 바퀴 휘돌며 합장한 다음 우화각(羽化閣)으로 나온다.

우화(羽化)는 진서(晉書)의 말로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하는 걸 말함이다. 그러니 사람이 몸에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우화(雨華)는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꽃이며,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상서로운 조짐이기도 하다니 참으로 말만으로도 기쁨이 가득이다.

 

송광사 들머리의 청량각은 몸과 맘의 때를 씻는 곳이다.

그리고 대웅보전으로 들어서는 우화각은 맑은 심신에 기쁨과 평화를 주는 곳이다.

이 우화각은 조계천의 능허교(凌虛橋)와 한 묶음의 건물이다. 홍예교(虹霓橋)인 능허교는 삼청교(三淸橋)라고도 하는데 능허는 허허로운 하늘로 오른다이고, 삼청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신선이 사는 곳이니, 불국(佛國) 그 이상향으로 가는 염원의 다리다.

 

저녁 예불은 저녁 6시 넘어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릴없이 세 시간여를 그 아름다운 무지개다리에서 조계천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보냈다.

 

640, 수런거리는 느낌에 서둘러 종고루(鐘鼓樓)로 가니 이미 스님 네 분이 합장하고 계신다.

마침내 짧고 긴 두 개의 법고체가 마주치는 따닥 딱 딱소리가 대웅보전의 독경소리와 만나 저녁예불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스님 4분이 번갈아 가며 법고 앞에 서서 그 울림을 이어간다.

첫 번째는 잠자는 세상을 깨우는 소리다. 햇살과 바람, 구름을 불러 깨어난 만물의 마음을 덮어준다.

두 번째는 세상에 새 생명의 씨를 뿌리고, 불러온 구름에서 비를 뿌리고 햇살과 바람으로 그 생명을 키우는 소리다.

세 번째는 세상 모든 것에 자비와 평화를 주는 소리다. 민중을 개, 돼지라고 하시하지도 않고, 하루살이나 개미라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곳은 예쁘거나 재물이 많거나 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세상이다.

이어지는 네 번째, 다섯 번째 법고 소리는 섬세하고 웅장하다. 온천지를 일으켜 모든 만물, 삼라만상에게 그저 자기 몫만큼의 향기를 나눠주고 베푸는 소리다. 혹여 조금 더 가져왔으면 내놓고 부족하면 그만큼만 더 가져가면 된다.

법고 소리에 온 몸이 감응하여 떨리고 가벼워진 몸은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난다.

 

따그락 딱! 따그락 따닥딱딱!’

스님이 세상을 안 듯, 크게 두 팔을 벌려 법고를 안으며 마무리를 한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진 삼라만상이 둥그런 법고체 소리에 새롭게 깨어난다.

 

이어 범종이 울린다. 세 분 스님이 번갈아가며 모두 33번을 울린다.

뒤이어 목어가 우니, 그 소리에 감응하며 운판도 울어 종고루 의례의 마침까지 알린다.

 

법고는 땅위에 사는 네 발 짐승, 범종은 땅속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 목어는 물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 운판은 창공을 나는 날개달린 짐승들을 위해 울린다고 하니 부처의 자비심은 무량대수다.

 

그렇게 꿈결 같은 30여분이 지나고 대웅보전의 저녁예불로 이어진다.

 

어둠이 내리고 대웅보전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더욱 커지니, 송광사의 저녁예불은 이 세상에 주는 선물이고 가르침이다.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

불자가 아닌들 어떠랴? 절에서는 절을 하는 것이다. 나보다도 우리를 위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절을 올렸다.


<조계산에서 내려 오신 조계천 맑은 물>

<종고루, 이층으로 된 것은 대웅보전에서 마주 볼 수 있음이요, 범종의 울림을 위함인 듯 했다.>

<대웅보전, 조계산의 흰구름이 한가롭다>

<송광사 2016년 여름 저녁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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