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피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세요
여기를 봐도 재킷과 스커트, 저기를 봐도 재킷과 팬츠. 투피스는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의 유니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코디네이션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젊은 여성복 브랜드를 떠올려보라.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가.
재킷 말고도 카디건, 베스트(조끼) 등 무엇을 걸치는 가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착장을 바꾸지 않고는 변화가 힘들다. 가장 우선으로 원피스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한다. 원피스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정말 편한 옷이다. 입기도 편하지만 한 벌로 완벽한 착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만한 만능 아이템은 없다.
간단한 스카프나 액세서리 하나만 더해주면 끝이니까. 베스트도 추천할 만 하다. 정말 배를 가리고 싶다면 꼭 맞는 재킷보다는 넉넉한 베스트를 살짝 걸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무채색이 뭐가 어때서요
뉴트럴 컬러, 즉 베이지와 그레이를 주축으로 한 부드럽고 차분한 중간색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 40~50대는 세월이 쌓아놓은 연륜, 풍부한 경험, 원숙한 세련됨이 갖춰지는, 인생에서 가장 우아한 나이다. 이런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뉴트럴 컬러다.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자 총천연색 옷을 입는다지만 색이 예쁘다고 해서 입는 사람까지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큐빅 장식이 예쁘다고 대뜸 달아 보겠지만 본인과 어울리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뿐이다. 르 베이지는 이번 시즌 뉴트럴 컬러를 기본으로 몇몇 트렌드 컬러를 톤 다운시켜 내놓았다.
색감이 너무 약하다고 회사 측이 걱정하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화려한 컬러의 판매율이 더 낮았다. 무슨 뜻인가? 기업이 소비자를 과소 평가했다는 것이다. 40~5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너무 오랫동안 변화 없이 답보 상태였다. 멋진 중년에 대한 목마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고 있다.
자제해야 할 것은 색뿐이 아니다. 중년의 격을 드러내기 위해 볼륨을 극대화 시킨, 소위 ‘사모님 머리’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그보다 자연스러운 단발이나 커트 머리가 훨씬 세련돼 보인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손사래부터 치지 않았으면 한다.
굳이 S라인이 아니더라도
한국 중년 여성들의 몸이 일제히 투피스에 갇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몸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어져 나오는 뱃살을 커버하려는 목적으로 탄탄한 투피스 재킷을 끼어 입고 단추를 잠그지만 오히려 더 땅땅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사실 중년 여성의 체형을 커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키가 커지는 것도 아니고 어깨가 넓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중앙 부위의 사이즈만 늘어나기 때문에 수많은 샘플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결책은 몸에 붙지 않는, 그러면서도 벙벙하지 않은 실루엣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답은 소재의 흐름이다. 드레이핑(draping: 입체재단)을 통한 소재의 흘러내림은 넉넉한 공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20대에게 S라인이 있다면 40~50대의 매력은 다른 데 있다. 여유로운 실루엣은 그들만의 지적이고 우아한 매력을 부각시킨다. 연예인처럼 완벽한 몸매를 가진 여성만이 아름다울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름다운 중년을 원한다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와 ‘미워도 다시 한번’의 최명길은 나이 든 여성도, 아니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가에 대해 이미 보여 준 바 있다. 젊은 이들의 아름다움을 반짝이는 큐빅에 비유할 수 있다면 중년의 아름다움은 무르익은 과실과 같다.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 낸 고유의 빛깔, 풍부한 지식, 여유로움 앞에서는 20대의 반짝거리는 매력도 빛을 잃는다.
무너진 실루엣에 집착하면서 가리고 숨기기에 급급하기 보다 나이에 맞는 매력을 찾아 드러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세탁하기 쉬운 소재, 관리하기 쉬운 머리만 고집한다면 유니폼에 뽀글 퍼머가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