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99] 순천만 대갱이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입력 2022.06.08
순천만 바닷가에 건조 중인 대갱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대갱이로 탕을 끓여 밥상에 올리려면 사흘이 필요하다. 순천만에 있는 대대마을 한 식당(순천만 가정식 식당)에서 들은 이야기다. 탕보다는 멸치가 귀한 순천, 벌교, 영광 등에서는 양념 무침을 해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넣어 주었다. 대갱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이 많을 것 같다. 어류도감에는 ‘개소겡’이라 되어 있다.
대갱이탕과 무침(탕 오른쪽)/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농어목 망둑엇과 바다생물로 ‘자산어보’에는 해세리(海細鱺), 속명은 대광어(臺光魚)라 했다. 그 특징으로 ‘몸통은 손가락처럼 가늘고, 갯벌에 숨어 산다. 말리면 맛이 좋다’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눈은 작고 껍질에 묻혀 있다. 비늘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피부에 묻혀 있다. 펄 속에 살면서 눈과 비늘이 퇴화되었기 때문이란다.
대갱이나 칠게 등을 잡는 그물/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대갱이는 뼈만 억센 것이 아니라 살이 적다. 게다가 짱뚱어나 칠게처럼 값도 후하지 않고 찾는 사람도 적다. 잡기도 어렵지만 잡힌다고 해도 버리기 일쑤라 생물로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갱이탕은 순천과 벌교 사람들이 미꾸라지 대신 끓여 먹는 가정식 보양탕이다. 영광 염산, 무안 일로장, 목포건어물시장, 벌교장, 순천아랫장 등 건어물 가게에서 눈에 띈다.
벌교장의 마른 대갱이(오른쪽)와 망둑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봄부터 가을 사이에 여자만 근처 어촌에는 빨랫줄이나 건조대에 대갱이가 줄줄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천이나 벌교에 있는 백반집에서 간혹 대갱이 마른반찬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대갱이탕은 찾기 어렵다. 대갱이탕은 얼른 보면 시래기 된장국처럼 보인다. 갯벌에서 잡아온 대갱이를 손질해서 푹 삶은 후 건져내 살만 발라낸다. 미꾸라지처럼 뼈째 갈아서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뼈가 억세기 때문이다. 발라낸 살과 시래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인다. 오래 기다렸기 때문일까, 간절하게 맛보길 바라서였을까. 한 수저 입안에 넣고 감탄했다. 비린내가 없고 국물이 진하다.
대갱이/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짱뚱어에게는 미안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대갱이를 찾을 것 같다. 손이 많이 가는 탓일까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드물다. 대갱이는 슬로푸드국제연맹이 잊혀 가는 음식의 맛을 재발견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종자나 음식을 찾아 기록해 널리 알리는 ‘맛의 방주(Ark of Taste)’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