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10조 풀면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엔 1곳당 月20만원뿐
김정훈 기자
입력 2021.07.10 03:51
수정 2021.07.1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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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식당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손님 6명이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 무렵이면 손님이 몰려 60~70개 좌석이 가득 찼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최근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손님이 급감하자 식당 업주들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상훈 기자
코로나 4차 대유행이 현실로 닥치고 수도권 방역이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코로나 확산이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짜 놓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앞두고 있는 추경안이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상액을 지나치게 적게 편성하고, 소비 진작용 예산을 대거 넣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소상공인 손실 보상은 6000억원 배정하고 재난지원금은 10조원 넘게 잡은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산 월 2000억원 불과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해 6일 공포된 소상공인지원법에 따르면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로 경영상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 법은 공포일인 6일 이후 발생한 소상공인 손실부터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당장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의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등 유흥시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과 카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은 오후 10시로 제한된다. 손실 보상 기준, 금액, 시기 등 각론은 10월 이전까지 마련할 계획이지만, 앞으로 방역 상황에 따라 정부 보상 범위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2차 추경 33조원 중 소비진작 예산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정부 추경안은 손실 보상액을 7~9월 석 달간 월 2000억원씩 총 6000억원밖에 반영해 놓지 않았다. 업체 소재지와 피해 규모에 따라 보상액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전국 집합금지 업체가 20만곳, 전국 영업제한 업체가 76만곳임을 감안하면 한 업체당 월 20만원 정도밖에 안 돌아가는 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에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질지 모르고 보상 규모를 정했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7~9월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상액을 다시 추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월 2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추경안 중 국회에서 가장 먼저 수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소비 진작 예산 12조4000억원도 재검토해야”
손실 보상 추경만 수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 추경안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소비 진작 예산 12조4000억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추경엔 소득 하위 80% 가구의 구성원에게 25만원씩 10조4000억원, 동네 상권에서 카드를 더 쓰면 일정 부분을 환급해 주는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 1조100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 상황에 맞춰 소비 쿠폰을 대규모 뿌리겠다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 소비 진작으로 경기 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현재 같은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 재난지원금은 원래 쓰던 돈을 대체할 뿐이고, 카드 캐시백은 백화점에서 하던 소비가 동네 마트 소비로 이전될 뿐이고, 소비 쿠폰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 불분명한 재난지원금 등 추경을 대폭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추경안은 코로나 안정세를 전제로 소비 진작 및 경기 활성화를 고려해 편성됐다. 불행히도 국면이 바뀌었다. 새로운 틀을 고민할 때”라고 했다. 이번 추경 재난지원금은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거의 진정이 돼서 본격적인 소비 진작이나 오랫동안 고생했던 국민들에게 사기 진작 차원에서 보편 지원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 진정이라는 전제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니 추경으로 재난지원금을 뿌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