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470>물개 요리
발행일 : 2004.08.10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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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중의 영양식으로 물개 요리집이 생겨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 상도동을 비롯, 인천 안산 등지에 물개 전문 요리집이 생겨나 물개탕·수육·전골·갈비찜·지느러미찜·튀김·누룽지탕 등 다양한 메뉴 개발로 손님을 끌고 있다 한다. 바다의 개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못 말리는 한국의 보양문화다. 중국문헌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옛 신라국의 해중에 물개가 산다했고 ‘임해지(臨海志)’에는 중국의 동해, 곧 황해에 살며 활을 쏴 이를 잡아 신(腎)만을 취한다 한 것으로 미루어 한국해역에 주로 살아온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말 거문도 어부들은 원양어업으로 울릉도까지 나아가 미역을 따고,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 미역을 싣고 돌아오는데, 독도에 물개 잡으러 가게 마련이었다. 40여년 전 거문도 어부 박용학씨로부터 독도 물개잡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집단 서식지인 독도에는 1000여 마리의 물개가 살고 있었으며 사람이 가면 달려들어 아양을 떨다가 암놈 가까이 가면 도전적으로 대드는 애처가라 했다. 이 물개로 기름을 짜 항해 도중 등불로 쓰고 그 가죽으로는 갖신·담배쌈지·남바윗감으로 인기가 있어 값 비싸게 팔았으며 단속하는 관선(官船)을 만나면 뇌물로 이 물개가죽을 던져주면 만사해결이라 했다.
물개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20~30마리를 거느린다 하여 보양음식으로 떴지만 이를 거느리는 데 처절한 일생을 살아야 했다. 스스로는 굶어가며 수십 마리의 암컷들을 순산할 때까지 먹여살려야 하며 그 백여일 동안 남의 각시 탐내는 간부(姦夫)들과 싸워 피를 보곤 한다. 이렇게 순산시키고 나면 왕성해진 암컷들의 애욕을 충족시키는 애정노동으로 체중이 반감하기까지 한다. 물개 수컷은 그래서 처량하다. 한말에 일본 어부 하나가 독도에 와 물개잡이한 것을 기화로 독도는 저희네 땅이라 주장하는 난센스까지 초래했던 물개다. 한 해에 한 마리밖에 낳질 못하여 보호받고 있는 이 물개요, 식용으로 허락받은 특정 물개라지만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만 살았던 이 자원멸종을 가속하는 식도락일랑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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