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소백산 자락길 기행, 제4자락 가리점 마을 옛길 걷기
소백산 제2연화봉에서 백두대간은 남쪽으로 죽령 안부를 거쳐 도솔봉으로 향하지만, 그 서쪽으로는 다시 작은 두 산줄
기를 뻗어 내리고 있다. 각각의 줄기 끝에는 높이가 650m가 넘는 실금산과 양방산이 솟구쳐 있고, 그 사이 산협들은 모
여 노동천을 이룬다. 이곳의 중 산간 산협들은 가파른 협곡이지만 산록엔 조그만 원곡(圓谷)들이 펼쳐지고, 이곳에 장현
리, 노동리, 마조리 마을들이 모여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이 마을들의 지형이 마치 새의 둥지처럼 생겼다 하여
이들 세 마을들을 일러 삼둥지 마을이라 한다. 소백산 둘레길, 제4자락 길은 이 삼둥지 마을 산허리를 에돌아간다. 구간
길 이름 '가리점 마을 옛길' 은 마조리가 예전 나무 그릇(木器)을 만들었던 데서 유래하고, 이 옛길은 삼둥지 마을 사람
들이 죽령 옛길을 넘어 풍기장을 오가던 길이었다 전한다.
새해들어 맞는 첫 주말인 지난 8일, 제4자락 길을 걷고 왔다. 제3자락 죽령옛길에 이은 4자락 들머리는 죽령천 변 대강
면 당동마을 노르개 골 입구에서 시작된다. 장현 마루로 오르는 노르개 골 길은 지금은 2차선 포장도로 당동장현로다.
능선 중간에 중앙선 옛 똬리 굴 철길이 돌아나가고, 재를 오르는 굽이길은 지그재그로 에돌아 오른다. 노루재에서부터
문안골로 이어지는 중산간 고갯길은 임도였다. 가리점 마을 옛길이다. 문안골 산촌 마을을 찾아서 아래 장현리를 쫓으
니 실금산으로 이어지는 산 줄기가 장현 부락을 남서쪽으로 휘감아 보듬고 있었다. 태산(소백산) 자락에 또 다른 산줄
기가 둘러친 산협들이 볼 수록 아늑하니 비록 산촌이긴 해도 사람 살기가 좋은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문안골 산협을
에돌아 당이재를 찾았다. 가리점 마을 옛길의 노루재에 이은 두 번째 고개인 당이재는 주변의 산세가 험해 옛길이 아
니면 달리 돌아갈 길이 없다. 노동리, 마조리 옛사람들 풍기 장을 가며 넘던 이 고개는 또 6.25 때는 피아간 격전지라
전한다. 고갯마루에 있는 빛바래고 깨어져 글씨를 판독하기 힘든 안내판을 들여다보며 잠시 길손들과 전쟁 때의 희생
자들을 묵념으로 기리고 넘었다.
마조리를 찾았다. 옛 이름 가리점 마을이다. 노동천 상류에 있는 산촌의 한낮은 우사(牛舍)들이 평화롭고 협곡을 따라
내리는 개울은 가팔라 물소리 차가운데, 동구 밖 성황당은 유서 깊은 옛 마을임을 알려 준다. 노동리를 찾았다. 노동
천이 흐르는 산촌마을, 하천이 산자락을 밀어 산협에 제법 넓은 원곡을 띄는 마을이다. 양방산 줄기가 서북쪽을 병풍
처럼 둘러친 이 마을은 지난 한 때 석회석 광산과 동양 최대의 노동동굴로 유명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삼둥지 농촌
체험마을로 더 유명하다. 산촌 마을에 들어선 커다란 규모의 카페를 보니 새삼 놀라웠다. 천연기념물 제262호로 지정
된 노동동굴은 동굴의 보존과 시설물 노화로 인한 관람객의 보호를 위해 10여 년 전부터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 기촌
리로 가는 길은 다시 양방산 줄기를 넘어야 했다. 당동리, 장현리, 노동리, 기촌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가 양방산 고
개를 타고 넘는다. 고갯마루의 작은 산협에 클레이사격장이 눈길을 끌었다. 둘레길 제4구간은 소백산 제2연화봉 서쪽
중산간 산협과 산 능선을 가로질러 에돌며 옛길과 도로를 따라 걷는 게 연속이다. 기촌리로 나가 솔티천을 거슬러 금
곡리를 찾으니, 멀리 소백산 연화봉이 내려다보며 반기었다. 국망봉 남쪽 백운동 소수서원을 시작으로 소백산 둘레길
걷기에 오른 길, 우직한 뚜벅이 걸음으로도 나흘 만에 소백산 남쪽을 에돌아 죽령을 넘고, 물길을 휘돌아 벌써 연화봉
서쪽 솔티천을 거슬러 천동에 이르렀다. 우보(牛步) 백오십 리도 지나고 보니 잠깐인데, 그 사이 스쳐간 소백산 자락
의 숨어 있는 승경(勝景)들은 머릿속에 긴 여운으로 남는다.
촬영, 2022, 01, 08.
▼ 단양 대강면 당동리, 당동장현로 입구 제4구간 들머리
▼소백산 둘레길, 제4코스 안내도
▼중앙선 죽령 옛 '똬리 굴' 입, 출구
▼삼둥지 마을로 넘어가는 노루재(장현) 오르막 길
▼반사경으로 보는 노루재 길
▼노루재
▼노루재 윗길에서 본 지나온 당동리
▼노루재
▼노루재 위 문안골 마을 가는 가리점 마을 옛길 - 1
▼노루재 위 문안골 마을 가는 가리점 마을 옛길 - 2
▼ 장현리, 문안골 마을
▼문안골에서 내려다 장현리와 실금산 줄기
▼문안골 마을에서 당이재 가는 길
▼가리점 마을 옛길 고개, 당이재
▼당이재의 가리점 마을 옛길 안내판
▼당이재 아래 임도 변 황금송
▼ 황금송 군락지 임도
▼옛 가리점 마을인 마조리
▼ 마조리 마을 입구 성황당
▼노동리로 나가며 뒤돌아 본 마조리 산협
▼노동리
▼노동리 동구 정류장
▼기촌과 당동을 잇는 지방도 '노동장현로'와 노동천 표지판
▼ 노동동굴 가는 쪽
▼노동동굴 삼거리
▼노동동굴 가는 길
▼노동동굴 입구
▼양방산 고개
▼양방산 고개 크레이 사격장 입구
▼기촌리로 가는 산협
▼ 단양 기촌리
▼기촌교 삼거리
▼반사경으로 본 기촌교 펜션
▼기촌교 삼거리, 제5코스 들머리
▼기촌리와 솔티천
▼폐교된 금곡초교
▼ 기촌리 - 1
▼ 기촌리 정류장
▼금곡리 입구
▼금곡리
▼금곡교 삼거리
▼단양읍 고수리, 고수동굴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