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2]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남자를 빛나게 한다
해링턴 재킷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5.10.09. 23:43업데이트 2025.10.09. 23:45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칼럼니스트 G. 브루스 보이어는 자신만의 스타일 규칙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나, 나이에 맞게 입을 것.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얼마든 근사해 보일 수 있으니 젊은 세대의 패션을 따라 하지 말 것. 둘, 여유가 되는 한 최고로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하고 최대한 오래 입을 것. 보이어는 이런 스타일이야말로 남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절약이라고 했다.
해링턴 재킷의 칼라는 단추를 풀었을 때 강아지 귀 같다고 '도그이어 칼라'라 불린다@핀터레스트.jpg
이런 맥락에서 추천하는 간절기 남자의 옷이 있다. 트렌드의 급류 속에서도 100년 가까이 살아남은 저력을 가진 해링턴 재킷이 그 주인공이다. 해링턴 재킷은 1930년대 영국에서 골프웨어로 탄생했다. 버버리 등에 납품하던 바라쿠타사(社)가 내놓은 G9이라는 재킷이 원형이자 근본이다. 여기서 G가 바로 골프의 약자다.
이후 G9가 해링턴 재킷으로 불리게 된 건 1960년대 미국의 한 TV 시트콤에 노출되면서다. G9를 입고 나온 배역 이름이 바로 로드니 ‘해링턴’이었다. 이른바 ‘김남주 목걸이’와 비슷하게 이름이 붙은 경우다.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랑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반항기 가득한 청년들이, 미국에서는 모범생 대학생들이 즐겨 입는 청춘의 옷으로 자리 잡았다. 바라쿠타 G9은 오늘날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백화점과 편집 매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남성복 브랜드에서 이를 모티브로 한 해링턴 재킷을 내놓고 있다.
바라쿠타 G9을 입은 스티브 맥퀸. 이 단 한장의 사진으로 해링턴 재킷을 전세계적인 맨즈웨어로 각인시켰다.@핀터레스트.jpg
단추를 풀면 강아지 귀를 닮았다고 붙여진 도그이어 칼라, 골프공을 편하게 넣기 위해 덮개가 달린 주머니, 방수와 통풍을 위한 뒷면의 엄브렐러 요크, 지퍼를 열었을 때 타탄체크 문양의 안감에서 느껴지는 우아함이 매력 포인트다. 해링턴 재킷의 매력은 고전적 품위가 깃든 바람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날 제품과 기능성을 비교할 순 없지만 당시 기술로 남자의 활동성을 최대한 고민해서 만든 옷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아예 골프의 스윙에 착안해 ‘스윙톱’이라고 부른다. 그 덕에 현대에 와서는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부터 정장 바지에 넥타이까지 전천후 활용이 가능하다.
살짝 보이는 안감의 타탄체크가 해링턴 재킷_ 특히 G9만의 매력이다@핀터레스트.jpg
젊었을 땐 패션으로, 중년 이후에는 편안함으로 계속 찾게 되는 옷이 해링턴 재킷이다. 앞서 말한 남자의 절약 차원에서 보면 간절기는 평생 이 한 벌로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점점 짧아지는 봄·가을에 매일 매년 입어도 괜찮다. 단, 체형을 타는 까다로움이 있다. 펑퍼짐하게 입으면 위의 설명이 무색한 ‘공장 잠바’가 된다. 반드시 직접 입어보고 구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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