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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일지 3
-푸른 도심
나는 산속 도심에 살고 있다
산골짜기 물소리 요란하고
벌들은 바쁘다
꽃산으로 날아가 꿀을 따오는
벌들의 분망이
황홀한 웃음을 선사한다
나물들은 단지를 이루며 돋아나고
뒤를 돌아보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처럼
산은 정답게 다가온다
커피보다
샘물 한 모금이
나를 고요하게 하는 산속엔
그 흔한 건널목도
도심 속의 긴장도 없다
산속을 쏘다니다가
안방처럼 넓적한 바위에 앉아
미소를 머금고
나는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본다
-이종만(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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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신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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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만 시인은 자신을 소개하길, “세상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게 없는/ 나는 꿀벌치기이다”라고 적었다. 양봉을 생업으로 삼은 지 마흔 해가 훌쩍 넘었다. 시인은 꽃을 따라 한라산에서부터 지리산과 소백산을 거쳐 치악산까지 북상했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다. 진달래꽃과 아까시꽃, 싸리꽃, 밤꽃이 밀원(蜜源)이다.
이 시는 밀원이 없는 도시의 중심부와 깊은 산속을 서로 관련을 지니게 해서 썼는데, 문명이 번창한 곳에 머물러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내면을 지니게 된 산인(山人)으로서의 면모가 각별히 느껴진다. 그리고, 도심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을 ‘꽃’으로 여겨 대접하고 존앙(尊仰)하는 그 마음이 푸근하다.
‘양봉 일지 13’에는 “꽃으로 까무러친 산들의 혈 자리에/ 벌통을 놓으면/ 기지개를 켜는 산의 향기가 그윽하다”라고 노래한 시구가 있다. 만개한 꽃과 잉잉대는 벌과 푸른 산빛과 시원한 산그늘과 계곡의 물소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멋진 시구이다.
English(영문)
日本語(일문)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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