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 그랜드 챔피언스컵 예선 마지막 경기, 러시아와의 일전이 오늘 오전 있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세트스코어 3대0',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5전 전패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세트 5대9의 시점부터 2세트까지만 중계를 지켜봤는데요.
역시 우리팀이 리드를 잡은 때도 있었고, 한 세트 정도 따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보는 내내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그냥 몇 가지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일단 공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했던 이재영 선수. 오늘 경기에서도 14득점을 기록했지만, 공격성공률은 2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11/46). 러시아의 블로킹 벽이 높기도 높았거니와, 아직까지 부상에서 100% 완전 회복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지난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유서연 선수는 오늘 경기 선발로 나와 8득점 했습니다(블로킹1, 서브득점1 포함). 역시 막내로서 밝게 웃으며 코트에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확실한 에이스와 구심점이 없었고, 우리팀은 세계 최강의 팀들을 상대하기에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패를 거듭하는 중에 분위기가 좋을 리 없죠, 사실.
결과론적으로 참 부질없는 짓이긴 하지만, 결국은 배구협회의 무능함을 꾸짖고 싶습니다.
앞선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와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에는 최정예로 팀을 꾸리고, 막상 세계 최강들이 모이는 이번 대회(챔피언스컵)에는 2진을 내보내는 그런 것. 상식적으로라면 비중이 다소 덜한 그랑프리 대회에 1.5군을, 그리고 챔피언스컵에는 정예를 보냈어야 함이 맞습니다. 그리고 사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자 과감히 선수단 구성을 싹 바꿔버리는 미봉책과 같은 가벼움. 참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새 시즌 일정은 언제 발표할건지? 아직도 홈페이지에는 16-17시즌 일정뿐이고, 협회 자유게시판과 Q&A는 답도 없고 다 비공개. 제가 지난 12월에 물어본 질문 하나는 언제 답해주렵니까? 한심하다 진짜)
새로운 프로배구 시즌을 앞두고 유서연-하혜진 같은 국가대표 신성들을 발굴했다는 성과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고 돌아오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랜드 챔피언스컵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이번 그랜드 챔피언스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덧불일 것.
SPOTV와 네이버 덕분에 중계 잘 보긴 했는데, 유애자 해설위원과 캐스터 두 분 정말 수준 떨어집디다.
해설자는 "써브에이스~"라는 유행어만 하나 만들었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해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상대국들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만 계속 강조(칭찬)하고, 우리 선수들에게도 뜬구름 잡듯 칭찬만 하고... 준비를 전혀 안한 것 같습니다.
우리 배구팬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모르더군요. 주관적이고 포괄적인 두리뭉술한 이야기만 계속 하고...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드디어 방점! 전에는 現 도로공사 감독 이름도 모르더니(서남원 감독이라 하더군요), 오늘은 "새 시즌에는 한수지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재영이나 황민경, 한수지 모두 소속팀에선 주전이고 또 에이스급인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모두가 2군급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 소속팀 KGC 인삼공사에서 최고인 선수를 두고 후보들에게나 말하듯 기회를 많이 좀 주라니... 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