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짓기 대회가 부쩍 늘었다. 특히 제시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논리적인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한 백일장은 이맘때 많이 열린다. 글짓기 대회가 열리면 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 있게 응시하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하지만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지레짐작 '나는 글을 잘 쓸 수 없어'라는 결론부터 내린 초등학생들이 있다. 이런 자녀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성장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엄기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장과 정명숙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한국동시문학회 사무국장)에게서 초등생 글쓰기 지도법을 들어봤다. 그들은 "글쓰기 능력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몸에 체득시켜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책 읽기에도 방법이 있다
다독(多讀·많이 읽기), 다작(多作·많이 쓰기), 다상량(多想量·많이 생각하기). 이 세 가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글을 잘 쓰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필수 요건이다. 그중 다독은 가장 우선돼야 한다. 실제로 작문 실력이 뛰어난 학생 대부분은 평균 독서량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절로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표현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무작정 많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올바른 독서 지도는 자녀가 자신의 수준과 연령에 맞게 독서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우선, 초등학교 저학년은 '소리 내어 읽기'를 권장한다. 저학년의 독서는 문자 그대로 '온전한 책 읽기'가 돼야 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이끌 수만 있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여기에 큰 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읽어주기를 하면, 책에 관한 흥미가 높아지고 타인의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고학년은 독서를 통한 토론을 실천하도록 이끄는 것이 좋다. 토론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고, 이를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훈련하게 된다. 특히 토론을 통해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진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일기'를 활용하라
초등학생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훈련은 '일기 쓰기'다. 글의 주제를 어렵지 않게 스스로 찾아낼 수 있으며, 매일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일기 쓰기도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자녀가 일기 쓰기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무엇보다 일기 쓰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럴 땐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일과를 돌이켜보는 '생활 일기' △화요일은 '독서 일기' △수요일은 그날 공부한 내용을 기록하는 '학습 일기' △목요일은 아이가 상상력을 발취해 마음껏 작문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상 일기' △금요일은 '편지 일기' △토요일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들을 관찰한 다음 이를 적게 하는 '관찰 일기' △일요일은 오늘 하루 내가 잘한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돌이켜보며 적는 '선행 일기' 등이 그것이다.
정명숙 교사는 "글짓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대다수 아이의 공통점은 일기를 잘 쓴다는 것이다. 자녀가 저도 모르게 일기장을 글짓기 연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글쓰기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친근하고 가까운 주제를 선택하라
엄기원 회장은 "어린 학생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주제를 거창한 것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먼저 자녀를 직접 겪은 일을 쓰도록 유도해 본다. 이때 무조건 좋은 기억을 쓰게 하기보다는 실패를 극복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더욱 재미있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경험이 적은 저학년은 반드시 체험담만 적게 할 필요는 없다. 저학년은 성장 발달단계상 '동화기'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주제를 제안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동화 속 주인공을 초대한다면'이라던가 '무인도에 딱 한 가지만 가져간다면'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는 것도 아이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 어리거나 글을 길게 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는 무조건 양을 맞추라거나 길게 쓰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긴 글을 강요하면, 불필요한 문장이 반복되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내용이 될 수 있다.
글을 읽고 칭찬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후 글쓰기에서 자신감이나 거부감을 결정 짓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무조건 칭찬을 해주자. 단, 무턱대고 잘 썼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칭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짧고 서툰 글이라도 반드시 구체적인 문장이나 어휘를 언급해야 한다 .
<소년조선일보 2013.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