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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1년도에 한울고가 한창 개교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에 拙稿 “한울고등학교 개교 준비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라는 글을 전남교육소식지에 올린 일이 있다. 이제 전남 광양에 공립 위스쿨이 만들어진다고 하고, 향후 함평군에 새로운 공립대안중학교를 세울 계획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 소위 위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좀 더 내실있고 따뜻한 것이기를 기대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학교를 구상중이라는 말을 듣는 기쁜 마음에서 당시에 내가 썼던 글을 소개한다. 지금 전라남도 교육가족은 공립대안위탁학교(이하 위스쿨-Wee School)설립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위스쿨이란 무엇인가? 약간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분도 계실 것이다. 위스쿨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기중에 일반학교에서 학교부적응으로 중도탈락 위기에 있는 학생들을 받아들여서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쿨은 일반학교에서 퇴학 등의 각종 징계, 가출 및 수업포기, 자살위험 등 여러 위기 양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학교장과 학부모가 판단하여 위탁하는 학교이다. 교육과정은 일반학교와 같은 교육과정과 위기학생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며 치유와 돌봄의 기능이 강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적은 다니던 일반학교에 그대로 두며 위탁교육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판단되면 원적교로 돌려 보낸다, 특별히 본인이나 위스쿨의 학교장, 학부모가 판단하여 위스쿨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때는 졸업때까지 위스쿨에서 공부 할 수도 있다. 물론 졸업장은 원적교의 것을 수여받게 된다. 위스쿨이 어떤 기능을 하는 학교인가를 알고자 한다면 인근 광주시에 건립, 운영 중인 용연학교(사립 중학교과정)나 돈보스코학교(공립 고등학교과정으로 광주시 교육청이 위탁운영 의뢰한 학교)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남의 교사들은 참으로 오랫동안 이러한 위스쿨의 건립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징계를 받은 학생들, 징계마저도 거부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일반학교의 교사들로는 어떻게 해도 대책이 안서는 학생들이 학교밖으로 내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의 각급학교에서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한 해에 2,000여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어디 2,000여명 뿐이랴! 학교현장에서 수업방해, 폭력, 왕따, 금품갈취등으로 각급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숫자까지 감안하면 2,000여명이라는 숫자는 보고된 통계수치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전남교육청이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한 10개 내외의 사설 기관들은 숙식이 제공되는 곳도 드물거니와 시설과 전문성, 예산지원등에서도 열악하기 그지 없다. 결국 보낼 곳이 없어서 시간을 끌다 보면 고등학교는 퇴학, 자퇴권유, 전학등의 조치를, 중학교는 소년원으로 보내지거나, 학교장 통고라는 극약처방으로 강제 격리조치등을 결정하게 되는 아픈 현실이다. 새교육감님의 공약사항 중에 하나인 공립대안학교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제 우리 전남도 일반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설립되겠구나 하는 기쁨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날라 온 한울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 공문을 보니 놀랍고 우려된다. 한울고등학교는 정규학급으로 2학급의 신입생을 모집하며, ‘가변학급’이란 이름으로 위탁학생을 받아서 1개학급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먼저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부적응,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라고 학교헌장과 학칙에 규정한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대안학교라는 트랜드는 이미 성공적인 교육경험으로 정평이 나 있고, 무언가 새로운 교육을 자녀에게 받게 하고 싶은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그런 학부모들이 데리고 오는2학급의 정규학급 학생들과, 학기 중에 중도에 일반학교에서 부적응이나 비행행동을 일으켜서 위탁받은 학생들이 동일한 캠퍼스에서 함께 융합되어 과연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완성학급 총9개학급 180명을 정원으로 한다는데 그 숫자 전체를 위탁학생으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전남의 중도탈락학생을 받아들이는데 턱없이 부족한 숫자인데, 2/3는 정규학생으로, 1/3은 가변학생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학교의 당초설립목적에는 부합되기나 할까?
혹은 곡성과 강진에 세워진다는 대안학교에 대하여 나만 홀로 그 학교가 위스쿨형태로 건립되리라는 착각을 했던 것일까?
궁극적으로 필자가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이미 성공적으로 검증된 대안학교들처럼 교육하는 것이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무지개 학교’도 실은 이러한 대안교육의 내용을 일반학교에 실천,적용해 보자는 취지 아닌가? 하지만 실천과 검증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 동안에도 우리 학생들은 대책없이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립대안학교들의 성공은 이미 검증된 일이다. 다만 그런 학교의 선례를 따라가려면 교육에 대한 철학도 바뀌어야 하겠거니와, 학교규모, 학급당 학생수, 시설. 교육과정의 자율성등 많은 부분의 손질이 필요하다. 지금 개교준비중인 한울고등학교, 2013년에 강진에 폐교학교를 활용하여 설립예정이라는 중학교 과정의 추진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당면한 전남교육의 현실에서 먼저 시급하고 긴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숙고해 주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