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이 여성 파워가 남다른 면모를 또 다시 과시했다. 내달 25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대구북구공무원노동조합 제3기 위원장에 행정 7급의 정은향(44)씨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선거에서 정씨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현원 850명 가운데 인사, 예산, 감사, 5~6급 공무원을 제외한 82%의 유권자가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기는 90.4%의 지지를 얻어냈다. 일부에서 공산당 선거에서나 나올 법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표를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탈하고 부대낌 없는 성격에 합리적인 업무 능력을 갖춰 남녀 공히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맏딸로 자라 맏이에게 시집을 가서 그런지 몰라도 대인 관계를 잘 하는 편입니다. 여태 누구와 다툰 기억이 별로 없어요. 심한(웃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덕분이죠. 되도록이면 좋게 생각하고, 어떤 일이든 겁을 내지 않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추진력이 있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정씨는 1992년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 때만 해도 공직생활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남이 거름지고 장에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는 식으로 입문했다. 그런데 민원 업무를 오래 맡으면서 생각이 점차 달라졌다.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공무원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일이 별로 없다는 현실도 깨달았다.
“20년 가까이 민원실과 호적계, 세무과 등 현장과 직결되는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렵게 생활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목격하게 됐고, 구민을 위해 공무원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정씨는 북구통이다. 여태 관내에서만 일했다. 북구의 재정 등 여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북구노조가 가야할 길도 꿰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만큼 직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구민과 함께, 구민을 위해서 나아갈 것이다.
“구민을 배제하고 노조가 있을 수 없죠. 구민과 공익을 위해서 깨끗하고 열심히 하는 북구 노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북구의 재정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겠습니다.”
북구 노조는 전국 최초의 합법 노조다. 이 같은 이력은 정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앞선 만큼 전국 최고의 민주노조를 건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2년 간의 임기 동안 잘못된 관행과 악습을 타파, 깨끗하고 공정한 공직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권익향상과 복지증진으로 북구 공무원들이 진정한 구민의 봉사자로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인사와 조직에서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일하기 좋은 직장, 조합원들의 양심을 대변하는데 앞장 서겠습니다. 비판과 불만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개선 해결하고 모두가 상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