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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11.05.14
산행코스 : 옥수채 - 옥룡호 - 운삼림 - 고산초지 - 옥룡설산 남봉 -
모우평 - 순정곡 - 선인동 - 옥룡호 - 옥수채
동행인 : 하나은행 산악회 17인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해발 5,596m, 길이 35㎞, 너비 12㎞이다.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고봉은 산쯔더우[扇子陡(선자두)]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양쯔강의 상류인 진사장강[金沙江]을 사이에 두고 위룽쉐산과 하바쉐산[哈巴雪山(합파설산):5,396m]이 솟아 있고, 두 산 사이로 강을 따라 ‘호랑이가 건너뛸 만큼 좁다’라는 뜻의 후탸오샤[虎跳峡] 협곡지역이 길이 16㎞까지 이어진다. 위룽쉐산은 <서유기西遊記>에서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산으로 전해진다.
해발 3,000m 지점까지 등산로가 나 있고 4,500m까지는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으며 케이블카에서 전망대까지는 원시림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해발 4,450m 지점에 윈사핑[雲杉坪(운삼평)]이 있는데, 삼나무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야이다. 위룽쉐산은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만년설로 덮여 있고 희귀한 식물이 많아 중국의 빙하박물관 또는 식물왕국이라 불린다. 부근에 위룽쉐산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를 이룬 관광명소 헤이룽탄[黑龍潭(흑룡담)]공원이 있다.
한 마리의 하얀 용이 하늘을 날아가다가 여강을 지나게 되었다. 눈 아래에 펼쳐지는 여강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한참을 구경하다가 그대로 굳어져 산이 되어 옥룡설산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아무도 이 산을 오르지 못했다고 하는데 석회암지대여서 장비를 갖추어도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麗江雪山天下絶, 積玉堆瓊幾千疊
足盤厚地背摩天, 衡華眞成兩丘垤
平生愛作子長游, 覽勝探奇不少休
安得乘風凌絶頂, 倒騎箕尾看神州
여강설산은 과연 천하의 절경이로다.
옥을 쌓았는가, 마노를 올려놓았나. 그 모습이 수천 겹 일세
책상다리하고 차고 앉은 그 모습이 하늘을 찌르니
화산, 형산은 그저 언덕배기로만 보이는구나.
내 여행을 사랑하여 평생을 유람하며
명승기경을 찾아 돌며 쉬지를 않았건만
설산의 눈 바람 헤치고 정상에 올라보니
말 꼬리 쫓으며 중국을 노닌 것이 모다 부질없었구나.
(원나라 이경의 시)
가이드는 우선 산소가스와 고산증 약을 사 먹을 것을 권한다. 결국 산소가스는 필요한 사람만 마시기로 하고 두 명에 하나 꼴로 배정을 해 두었다. 산소가스는 사용하지 않으면 반품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은 두 개씩 나눠주고 사전에 먹도록 안내했다. 약값과 산소 가스값은 공동회비에서 배정해주기로 하니 모두 기뻐라 한다. 약 두 개를 받아 들고 먹어보니 위 내시경 약과 같이 맛도 없고 끈적거리는 분위기의 불쾌한 감이 든다. 누구가 그러는데 이 약의 약효는 어떤 비뇨기과 약과 같다고 한다.
여강 시내에서 10분간 지나니 본격적인 시골도로인데 버스 정면으로 옥룡설산이 흰 모자를 뒤집어쓰고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만년설을 뒤집어쓰고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아침햇살을 반사시키고 있다. 약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마부와 말이 모여 있는 마장이다. 말보다는 좀 작은 당나귀라고 봐야 하는데 모두 말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 특유의 화장실 앞에서 승마 준비를 마치니 가이드가 마표를 내어준다. 말 번호를 우리말로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여 대원들의 번호를 대신 불러주고 거의 마지막으로 말을 타고 옥룡설산으로 향한다.
<3박 4일간 일정을 함께 해준 기사와 두 쌍둥이 딸, 오늘은 아빠와 함께 동행하는데 아주 귀엽고 정겹다>
<마장 벽에 옥룡설산의 약도가 그려져 있다>
3000미터 가까이 오르는 길이라서 고산지대 식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워낙 위도가 낮다 보니 보통 우리나라 산지에 있는 식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철쭉꽃이 대철과 소철로 크고 작은 꽃으로 구분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특이한 것은 곰팡이류가 소나무에 걸려 자생하고 있는데 이 것을 약으로 쓴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참나무에서 자생하는 겨우살이와 비슷한 식물로 생각되는데 먼지를 뒤집어쓴 거미줄 같이 좀 지저분해 보인다.
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면서 말이 잠시 쉬며 물을 마신다. 그리고 헉헉대면서 오른다. 좀 쉰다 싶으면 마부가 엉덩이를 툭 치면 다시 있는 힘을 내어 오른다. 말 발자국으로 길이 많이 닳아있다. 그리고 먼지와 말똥이 섞여 있다.
<마장 입구를 지나면 바로 옥수채 풍경구가 시작된다. 물에 옥룡설산이 비쳐진다>
<옥룡설산 전도가 매표소 벽에 걸려 있다. 이 지도가 세계에서 몰려 든 트레킹 대원들의 안내서가 되고 있다>
<옥룡설산을 향해 출발한다. 고지적응을 위해서 운삼평까지 2시간 동안 말을 타고 가야 한다>
<옥룡수고, 인공저수지를 만난다. 순결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산속에 커다란 옹달샘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10:20 대부분의 중국 저수지 제방에는 저수지 이름이 크게 적혀 있다. 말을 탄지 1시간반만에 “옥룡수고”라고 적혀 있는 옥룡호에 도착했는데 여기가 대략 3,500미터에 달할 것이다. 여기서 잠시 쉬며 저수지를 감상하다가 다시 말에 오른다. 저수지에 고인 물이 아주 깨끗하다. 호도협에서 보아온 황색의 컬컬한 물이 아니라 푸른색의 에머랄드 빛이 우러난다. 아마 저수지에서 석회석이 가라앉아 그럴 것이다. 저수지 반대편 초지에서는 야크떼가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정경을 옆에 두고 다시 오르막길에 들어선다.
말을 타고 가는 길은 고도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순서를 지켜 단순하게 진행된다. 고산지대 곰팡이가 더 커지고 큰 철쭉꽃은 점점 줄어들고 작은 철쭉꽃이 많아진다. 계속되는 오르막을 말을 타고 가다 보니 일행들이 조금 피로해하고 재미없어해 한다.
<저수지 가에는 야크가 풀을 뜯고 그 옆으로 물 그림자를 지우며 전진한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곰팡이류들이 소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오기 전에 미리 일산 하나로마트에서 사왔던 누룽지가 여기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뜨거운 물과 종이컵이 준비되어 있으니 누룽지를 종이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잠시 후 가마솥 누룽지가 탄생한다. 먼 이국 땅에서 누룽지를 대하니 아주 반갑다. 도시락으로 준비해준 씨리얼캔과 과자를 마부에게 건네주지 고맙게 받아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니 모두 말을 탄다. 오직 류대장만 그냥 걸으면서 말을 타지 않고 걷는다. 이제 고소적응을 하고 싶어서 고개 하나를 넘고 말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다.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다. 4000미터가 넘는 고지에서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말을 타고 오다가 갑자기 걷게 되어 이렇게 힘든가 보다.
아래 쪽에 옥룡호에서 갈 수 있는 자연호수인 문해(文海)가 넓게 포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사진을 찍다가 장갑 한쪽이 보이지 않아 다시 내려갔으나 보이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다시 오른다. 왔다가 다시 오르는 고생 길이 여간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냥 진행할 걸하며 후회한다.
<운삼평의 휴식시간, 말이 풀을 뜯어 쉬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3000미터를 넘어 오니 기압이 낮아져 초코파이가 부풀어 올랐다. 마부와 동행한 강아지가 침을 흘린다>
<계속 말을 타고 가도 된다고 하는데 어디에서 내려야 하나. 고직적응을 해야 할 텐데>
<운삼평은 나그네가 지나가니 텅 비어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고도차이가 꽤 나고 숨은 차 오른다>
<설산초지에서 지나온 길을 비쳐본다 >
12:30 설산초지에는 야크떼가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다. 이제 우리가 올라야 할 정상이 눈 앞에 있다. 17명중 14명이 오르기로 한다. 모두 짐을 내려놓고 간편하고 가볍게 오른다. 그러나 정작 내 어깨 위에 배낭의 무게는 그대로다. 가이드는 마부 중에서 이 곳 출신 마부를 산행가이드로 정했다. 그리고 그 마부에게 중국어를 좀 하는 나를 소개시켜준다. 그래서 정상 등반에서 선두에 서게 되었다.
오른쪽에는 바윗길이고 왼쪽은 초지인데 모두 경사가 급하다. 일반적으로 암릉길로 가는가 본데 초지도 경사가 급하지만 갈 만하다. 경사가 45도 정도이지만 고산식물이 계단역할을 하여 넘어지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고산등반이라 너무 숨이 차 오르는 것이 고통스럽다. 쉬며 숨을 고르고 오르는데 마부는 그만 오르고 중간에 내려가자고 한다. 아까 초입부터 언덕에 오르고 내려가자고 하더니 계속 내려가는 타령만 한다.
우리가 어디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가, 예서 말수는 없는 건데 가이드는 대원들이 지쳐한다고 내려가자고 하니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계속 갈 것을 주장하니 마부도 어쩔 수 없는지 계속 정상을 향해서 오르다 쉬고 그런다. 멀리 문해가 보이고 그 건너편으로 하바설산과 호도협의 정상이 보인다.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 힘이 들고 진이 빠졌던 만큼 사진찍는 시간도 꽤 걸린다. 이렇게 찍고 저 모양으로 찍다가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마부는 비가 올 것 같다며 올라온 길로 빨리 내려 가자고 한다. 옥룡설산쪽 능선으로 강력히 힘을 주어 주장하니 마부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는 것처럼 앞장서 나간다. 어느 산행기에 이 능선으로 해서 앞에 있는 봉우리를 오른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저 암봉을 오르는 것은 장비가 없어 불가능해 보인다. 오천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의 마루금을 밟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흥이 절로 난다.
이제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역시 고산초목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가파른 경사길이나 초목이 있어 부드러운 길이다. 아직은 고산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과 비교하면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훨씬 쉽다. 올라올 때 2시간이라면 내려가는 것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고 아주 상쾌한 길이다. 그리고 넓고 넓은 모우평을 바라보고 문해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길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상쾌하다. 중국말로 상쾌, 유쾌하다고 하니 가이드가 좋아라 한다.
그런데 이제 고산증세가 서서히 나타난다. 머리가 많이 아프진 않지만 띵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것 같고 좀 불편하다. 특별히 아픈 증세는 없지만 기분이 영 좋지가 않다. 일반 산행할 때 내려가는 것과 같지 않다.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동일한 증세가 생긴다고 한다.
말을 타면서 마부에게 내려가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인다. 그래서 20분이냐고 했더니 두시간이라고 한다. 바로 아래에 승마장이 있는데 어떻게 두시간이 걸리냐고 했더니 가보면 알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2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말과 함께 산속에 있다. 고도도 차이가 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16:10 평지가 나왔는데 지도상으로 선인동(3,700m)인 듯 싶다. 옛날 나시족 남녀들이 부모가 혼인에 동의하지 않으면 옥룡호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선인동에서 즐겁게 보내다가 순정곡 바위 위에 올라가 함께 순정을 했다고 한다.
올라왔던 그 길로 다시 내려가려니 좀 싫증이 난다. 산에서 내려오는 샘물을 말이 마실 때 셧터를 눌렀더니 말이 깜짝 놀라며 마부도 놀란다. 마부는 자기는 괜찮은데 말이 놀라면 내가 떨어질 수 있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하얀 철쭉꽃을 벗삼아 노닐면서 내려가니 옥수채가 아래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말이 물을 마시길래 몰래 찍었는데 후레시가 터져 말이 놀라는 바람에 떨어질 뻔..>
이래서 옥룡설산 등산은 8시간을 넘어 마무리가 되었다. 계속 걸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발을 디딘 봉우리 중 최고의 봉우리, 5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넘어섰다는 자부심으로 단잠을 이룬다. 옥룡설산 남봉이 머리에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