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u Andreas-Salome )
1900년 경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릴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울목이라면 루 살로메와의 인연을 꼽을 수 있다. 1897년 뮌헨에서 작가이자 평론가인 루 살로메를 만남으로써 릴케의 삶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어머니에게 상처를 입으며 자란 그에게 14살 연상인 살로메는 따스한 모성애를 느끼게 했고, 릴케는 금방 살로메에게 빠져든다.
1899년에는 살로메 부부와 함께 첫 러시아 여행을 떠나는데 대문호 톨스토이와 화가 파스테르나크 등 여러 예술가들과 만났으며, 이듬해에는 둘이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여 모스크바, 페테스쿠르크, 키예프, 볼가강을 여행하면서 생과 문학적 부피를 키우게 된다.
살로메는 사회적으로 미숙한 릴케에게 안내자요 정신적 후원자였으며, 라이너라는 이름을 지어준 정신적 반려자이기도 했다. 살로메는 릴케와 함께 공부하면서 니체의 사상도 가르쳐줬는데 니체는 살로메에게 청혼한 적이 있는 사이었다. 다음은 릴케가 살로메에게 헌정한 <기도시집>의 시이다.
내 귀를 막아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나이다.
내 팔을 부러뜨려도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춰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