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3㎞, 공사기간 19년, 면적 401㎢(1억2000만평), 총투입 인원 236만9805명, 사용된 돌 8t트럭 1349만750대분….
4월 27일 개통되는 새만금 방조제의 역사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흥리에서 군산시 비응도항에서 이르는 바다를 막은 것으로 세계 최장이다.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 중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밀어낸 바다만큼, 4만100㏊(서울 면적의 3분의 2)가 우리나라 지도에 추가됐다. 그중 2만8300㏊는 간척토지로, 1만1800㏊는 담수호로 조성된다.
▲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지점에 있는 33m 높이의 전망대에서 부안 쪽을 바라본 모습. 방조제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바다고 왼쪽이 간척지가 될 곳으로, 이곳에 농지·명품복합도시·산업단지 등이 조성된다.
1991년 11월 첫 삽을 뜬 후 숱한 기록들을 낳은 새만금 바다 위엔 끝이 보이지 않는 왕복 4차선 관광도로가 바다를 나란히 하며 쭉 뻗어있다. 공사를 맡아 온 한국농어촌공사(사장 홍문표)는 방조제의 중간 지점인 신시도 광장에서 4월 27일 준공식을 갖고 일반에 새만금 방조제를 개방한다. 준공을 기념해 새만금깃발축제, 국제마라톤대회, 가족희망걷기대회, 전국동호인자전거축전 등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린다. 특히 깃발축제에는 방조제 길이 33㎞를 상징하는 의미로 작가 200여명이 참여해 만든 33만여장의 깃발이 동원된다. 깃발에는 새만금을 상징하는그림·희망 메시지 등을 담았다. 27일 깃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방조제 위 840여개의 가로등마다 깃발이 꽂히고, 6만여개의 깃발로 만든 33m 높이의 ‘희망나무’가 세워진다. 깃발축제가 열리는 5월 7일까지 이곳을 방문하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과 예술과 인간이 빚어낸 대장관을 볼 수 있다. 4월 27일 준공식… 다채로운 행사
4월 13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를 찾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 동군산IC로 빠져 새만금 방조제 진입로가 있는 군산시 비응도항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달리니 3시간이 걸렸다.
비응도항 오른쪽으로는 군장국가공단이, 왼쪽으로는 새만금이 펼쳐졌다. 이날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항구엔 조업을 나가지 못한 배들로 꽉 차 있었다. 비응도항엔 수산물센터·횟집이 즐비해 벌써부터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인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의 현장을 미리 보고 싶어 달려온 관광객이 평일임에도 제법 많았다.
진입로에 들어섰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호수였지만 바다의 끝도 호수의 끝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 바다인지 알 수 없다. 마치 기독교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 한가운데로 난 길을 달리는 것 같다. 방조제는 모두 4개의 구간으로 돼있다. 부안 쪽에서 1호 방조제가 시작되고 군산 비응도항 쪽이 4호 방조제이다. 도로보다 높게 만들어진 인도는 자전거도 맘껏 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대부분의 다른 방조제는 바다 쪽을 막은 둑보다 도로가 낮아 달리면서 바다를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 쪽을 조망할 수 있게 둑 위로 도로를 만들어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바다가 곧 손에 잡힐 듯하다. 방조제보다 도로가 5m쯤 낮아 바다가 보이지 않는 1호 방조제 4.7㎞ 구간도 올 연말까지 도로 높임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방조제 길이 33㎞를 상징한 33m 높이의 전망대.
섬과 섬을 딛고 군산서 부안으로
10여분을 달리니 오른쪽으로 선유도·신시도·무녀도 등 63개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고군산군도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도로는 고군산군도의 하나인 야미도를 딛고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신시도를 통과하게 돼 있다. 준공식 행사가 열리는 신시도 광장엔 방조제 완공을 기념해 만든 33m의 조형탑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도 역시 33m 높이인 ‘농어촌공사 새만금 33센터’라는 전망대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배 모양을 본떠서 만든 전망대에는 새만금 종합통제소도 들어서 있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 방조제 안과 밖의 물이 드나드는 신시 배수 갑문이 보인다. 신시 배수 갑문의 수문 한 개는 485t으로 80㎏들이 쌀 6050가마의 무게와 같다. 크기도 폭 30m, 높이 15m로 5층짜리 아파트만하다. 한 개 가격이 120억원에 이르는 수문이 이곳에만 10개가 있다. 1호 방조제와 2호 방조제 사이에 8개의 수문으로 된 가력 배수 갑문이 또 있다. 지금은 배수 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기 때문에 방조제 안과 밖 모두 바닷물이지만 앞으로 이곳을 통해 담수화가 진행된다.
도로 중간중간엔 바다 쪽으로 전망 데크가 있다. 차 문을 열고 나가자 바닷바람이 거세게 몸을 밀어냈다. 강풍주의보가 내린 바다는 사나워보였다. 태풍이라도 불면 바닷물이 방조제를 넘어 도로로 올라올 듯 싶었다. 박재근 농어촌공사 홍보팀 차장은 “태풍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관광도로와는 별도로 방조제 안쪽으로 왕복 2차선의 안전도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전도로와 관광도로 사이엔 곳곳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만들어 놓았다. 군산을 출발한 지 30분 만에 1호 방조제가 시작되는 부안에 도착했다. 입구에 1995년에 세워진 새만금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 가면 새만금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다. 주차장엔 관광버스 5대가 서 있었다. 전시관 안에 들어가니 평일이 무색할 만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2층 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을 통해 보면 방조제의 다른 끝까지 훤히 보인다.
▲ 새만금 위성 사진
서울에서 친구들과 자동차를 타고 왔다는 권선순(61)씨는 “눈으로 직접 보니 어마어마하다”고 말하고 “끝이 어딘지를 모르겠다”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안에서 관광버스로 단체관광을 온 이명자(70)씨는 “바다가 육지가 되는 거 아니냐”면서 “지도가 바뀌게 됐다”고 감탄했다.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새만금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는 골격 작업은 마쳤으니 이젠 방조제 내부 지역 개발을 해야 한다. 바다 같은 방조제 안쪽 물을 빼내고 담수화도 해야 하고 매립토를 쏟아부어 토지도 만들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방수제 건설공사다. 방수제는 농업용지와 호수 사이를 둑으로 막는 것이다. 염분이 있는 물이 농지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내부개발 사업 중 첫 번째 공사인 산업 단지는 지난해 1월 착공했다. 산업단지는 새만금 전체부지의 5%인 1870㏊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211㏊는 개발을 마치고 상반기 내 기업에 분양돼 2012년부터 입주하게 된다. 나머지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매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