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회차
2009. 10. 11(일) 맑음
대티고개~몰운대
14.1km 3시간 25분 소요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태백산 줄기 천의봉에서 부산 다대포로 사그라진 맥을
거슬러 더듬으며 오를 낙동정맥 구간.
이렇게 청명한 가을날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나이다.
사십오 명 꽉 채운 회원들께도 감사.
이십여 년 전 신혼 4년을 낯선 곳 “부산”에서 산 덕분에
‘먹는 게 남는 거’라지만 먹거리 기억은 또렷하다.
광안리와 달맞이고개 횟집들, 송정리 세꼬시,
언양 불고기, 갈비찜, 청도할매 아구찜, 서면 된장찌개,
광복동 회국수, 중앙동 돼지국밥, 남포동 물회, 영주동 복국,
초량동 어만두, 방아잎 넣은 민물매운탕, 멀건 추어탕,
연산동 돼지갈비, 동래 파전, 자갈치 고래고기, 고갈비,
조방낙지, 바닷장어조림, 새알미역국, 멸치회, 홍합탕 등등….
해운대, 태종대, 자갈치시장, 서울에서 손님만 오면 달려 가던 곳.
신나게 새마을 기차 타고 서울~부산을 오가며 띵까띵까했던 시절.
순수했던 서울새댁이 지글지글 늙어 어느덧 쉰셋을 넘기고 있다.
눈감고 마음은 벌써 조그만 연산동 집으로 달려간다.
다섯 시간 꼬박 걸려 부산 사하구에 도착.
정맥 마루금은 훼손되어 시가지, 아파트, 공단들이 들어 섰고…
‘삶’을 위해 개발되었을 테지.
회장님 이번 구간만큼은 버스로 이동하라 하시지만,
열댓 명 정맥길 따라 찾아 나서고 나머지 회원들
대티고개 넘으며 죽은 영혼들과 눈인사 나누며 억새밭 사이를 누빈다.
우정탑 앞에서 부산시내 조망 한번 하고 내려와
괴정고개 96번 시내버스에 꾸역꾸역 다 올라타다.
다대포, 몰운대, 화손대 관광으로 끝맺으려니 왠지….
“씁~쓸 하구만~!”
GPS남편은 아파트 사이 정맥길 찾아 나서자 하였건만
아파트라도 한 채 산다면 몰라도…
딱 거절하였다. “너나 잘 찾아 다녀오세요~~”
몰운대 빼곡한 소나무 길 따라 오르니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닳고 닳은 바위 낭떠러지를 내려서니 까만 자갈돌 해변이 아담하다.
잔잔한 파도와 졸망하게 떠있는 쥐포 같은 쥐도.
‘부산 갈매기’ 노래 가락 절로 나온다.
회원들 꿍쳐 온 막걸리로 한잔 술을 나누고서야 발길을 돌린다.
화손대까지 한 바퀴 돌며 여유 작작.
서는 곳마다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다니…
잔잔한 저 바다에 몽실몽실 떠있는 부표들.
각종 해산물 밭이렷다.
바닷물색이 청명하여 더 푸르고 파랗게 투명하다.
내 손을 담그면 물이 들려나??
“부~왕”
항구에 돛단배(?) 떠있고 바라만 봐도 뿌듯함과 호기심에 가슴 설렌다.
화손대 계단 밑 너른 바위마당엔 손 맛 보러 나온
릴 낚시꾼들이 자리잡았다.
당장 숭어 한 마리 눈물 뚝뚝 흘리며 끌려 나온다.
그 옛날 동화 속 어부 할아버지는 되돌려 보내 주었지만
요즘 아자씨들은 바로---.
한나절 사이에 남쪽 끝 해안가를 노닐다가 돌아 설 수 있다니…
3시 30분. 정맥을 잇기라도 할듯한 기세로 떠난 정맥꾼들은 아직도 오리무중.
가볍게 몸 풀고 돌아온 몰운대 정맥파는 모여 식사.
철 지난 쓸쓸한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 틈에서
수육과 막걸리로 입맛 다신다.
정맥길 찾아나선 새로 온 회원들도 예사롭지 않다.
어울려 낙동구간을 잡음 없이 순조로이 끝낼 수 있기를….
끊어진 정맥을 두발로 잇고 돌아온 꾼들도 무사히 찾아 들고
조촐한 발대식 고사상은 차려졌고 꾸벅 절 한번씩 하며
무사산행을 기원한다.
이리하여 부산에 점 하나 찍고 갑니다.
직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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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2회차
2009. 10. 25(일) 맑음
대티고개~개금역
9.4km 2시간 47분 소요
끄덕끄덕 졸다가 자다가 눈뜨면, 창 밖 풍경은 온통 가을색이다.
남녘의 야산들도 울긋불긋 물들어 가을빛이 묻어난다.
Mp3 가을노래마저 귓가를 맴도니
”허허실실 가을의 공허함이 밀려 오누만.“
오늘도 눈감고 부산으로 달려가보자.
대티고개 산비탈 동네 담장 넘어 야산으로 오른다.
뭐야 이거? 오르고 또 오르고 제법 치오른다.
바다에서 쑥 올라와 산이 되었나.
바라다 보이는 곳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다닥다닥
삶의 터전이 가득하다.
부산의 발전상을 한눈으로 다 보고 말았다.
따스한 남쪽 끝 날씨라도 뽐내려는 듯 화창하여
반팔티셔츠 차림인데도 덥다.
구덕산 인도길이 인파로 북적 인다.
부산시민들의 나들이 코스인 듯 줄지어 오르고 내린다.
왼편 승학산 산자락이 초원처럼 평온하게 펼쳐졌다.
신비로움을 감추고 있는 듯 달려가면
바다로 뚝 떨어져 빠질 듯이 오똑하다.
(바다가 아니라 거긴 낙동강임)
등로따라 고물고물 사람들 물결이 일렁인다.
구덕령 꽃마을엔 사람 꽃이 피었다.
엄광산 오름을 또 한번 치고 오르니
‘부산’이 내 손바닥 안에 있소이다.
항구에서 물살 가르는 배까지 다 보인다.
하얀 포말 뿜으며 저 배는 어디로 가나.
이 산에서 저 바다를 그리워 하다니…
그저 떠나고 싶은 이 가을에 엄광산 봉우리에서 가을을 만끽하누나.
“바다와 도시’ 이 곳에 살면 낭만이 있으려나.
어디엔들 없겠냐 마는.
사랑도 낭만도 절망도 마음 속에서 나오는 것.
모처럼 선두들과 이동하며 낙동 2차 산행을 마치다.
개금역 4번 출구앞 정거장을 점거한 채 올올 파티는 시작되었고 복잡한
등로 찾아 오느라 거리는 짧아도 시간차는 나고,
무사히 찾아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자갈치 시장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지요?
거대한 시장마당에서 회 한 접시씩 떠서
도란도란 모여 앉아 ‘1시간 30분’ 또 바삐 소주잔을 비운다.
바다내음에 취하고 한 잔 술에 취하여 끼룩~ 끼룩~ 끼룩~.
부산 한 복판에 또 한 점 찍고 갑니다.
직녀 올림
첫댓글 올올의진주 직녀님의 구수한 산행기 덕에 오늘도 몰운대에서 자갈치까지 신나는 정맥길 더듬어 봅니다.
아이구야 ---- 진주라니요? 진주 빠진 조개 껍데기랍니다
산에 다녀오면 습관처럼 써 오던거라 횡설수설 그냥 쓴답니다
확실한 팬 한분 확보 했으니 계속 올려 볼까요?
여전히 구수한 글솜씨 재미가 솔솔나네요~~~내년쯤 합류할 예정입니다.앞으로 좋은글 많이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