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제19구간
(문경새재-마패봉-부봉-탄항산(월향삼봉)-하늘재-포암산-관음재-1034봉-부리기재-대미산-새목재-차갓재)
2002 .2. 23일 토요일 날씨 맑음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서둘러 동서울 터미널로 이동 후 오후 3시30분 문경행 버스(10,300원)에 올랐다.
언제나처럼 어떤 코스가 기다리고 있을지 마음이 설레고 부산스럽다.
벌써 차창 밖으로는 겨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들판은 봄이 점령해 버린 것 같다.
버스를 탈 때 기사에게 소조령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을 했건만 야속하게도 세워 주질 않고 그냥 직진을 해 버렸다.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었는데, 할 수 없이 문경읍 터미널까지 가서 다시 충주행(2100원) 시외버스를 탔다.
기사에게 소조령에서 내려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뭐 어려운 일이냐며 내려 주겠다고 한다.
이대 수련장이라는 교통 표지판에서 내렸다.
도착 시간 오후 6시30분.
한 겨울 같았으면 어둠이 이미 깔렸을 텐데 아직도 날이 저물지는 않았다.
하늘재나 문경새재로 진입하려면 문경읍보다는 수안보 터미널이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갓길에는 아직도 덜 녹은 얼음의 잔해들이 비참하게 뒹굴고 있다.
한 겨울에는 제 기능을 다 했을 맨들 맨들 한 얼음들이.
약간 비탈진 포장길을 따라 걷는데 어느새 밝은 달이 머리 위로 두둥실 떠 있다.
조령3관문을 지나 왼쪽 위에 위치한 민박집으로 갔더니 주인장은 어디 가고 개들만이 객을 반긴다.
할 수 없이 매표소 바로 아래에 있는 휴양림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산채 돌솥 비빔밥에다 동동주를 혼자 먹을 만큼만 시켜서 반주 삼아 저녁을 먹었다.
시장해서 그런지 음식 맛이 깔끔하다.
식대 포함 민박 비가 27,000원이다.
식당 한쪽에 "인간과 자연의 합치 문명과 자연의 합창 인정과 산수의 아름다움 이런 모든 조화 속에서 봉사하고 살아가는 즐거움"이라고 홍순영 전 통일부 장관이 쓴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우리의 삶이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내일의 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휴일을 앞둔 여유와 분주함 그리고 재잘거림이 여기에는 없다.
다만 깊은 적막과 천지간에 나 홀로 뿐.
오전 2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마치고 2시25분 휴게소 출발.
조령3관문 성문 위쪽으로 대간 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50분 정도 오르면 마패봉(920m)에 도착한다.
마패봉 정상에서 왼쪽 길은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다. 도착 시간 3시12분.
여기서부터 지름재2.1km, 신선봉1.5km거리다. 달빛에 어리는 백두대간의 눈 덮인 능선들. 이 산중에는 아직도 봄이 멀었나 보다.
눈 덮인 내리막길을 30분 정도 내려서면 조령산성의 일부인 북문(714m)에 도착한다. 마패봉0.7km(25분), 동화원1.3km(35분), 지름재1.7km(45분), 부봉3km(1시간50분 소요)거리다.
여기서 1시간 거리가 동암문이다. 도착 시간 4시46분.
성벽 터가 남아 있고 부봉1.3km(30분), 주흘산4.1km, 동화원1.4km1시간), 제삼관문3.9km(2시간), 미륵리2.9km(1시간)이다.
부봉 갈림길까지는 여기서 10분 거리다.
부봉 갈림길에서 부봉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는데 갈 길이 바빠 오르지 못했다.
부봉 정상으로 가는 오른쪽 오르막길을 버리고 계속 직진하면 주흘산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 도착 시간 5시50분.
여기서 주흘산까지는 오른쪽 길로 2.6km(1시간), 제3관문4.7km(3시간), 하늘재 3.2km(1시간30분)거리다.
능선길 여기 저기에 하얀 푯말로 국립공원이라고 세워져 있는데 어스름 새벽에는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주흘산도 둘러가 볼만한 산이건만 일정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친다.
평천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도착 시간 6시15분.
월항삼봉을 거쳐 선바위 능선길에서 주흘산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재가 밑으로 아스라이 보이고 포암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사토로 된 봉우리에서 아침으로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오전 8시에 출발했다.
내리막 길에 물탱크에서 나오는 물로 식수를 보충하고 하늘재에 도착. 8시10분.
하늘재(525m)는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관음(현세)에서 미륵(내세)으로 그리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넘어가는 고개라는 말이다.
결국 도를 통한다는 말인데, 심신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래서 도란 물과 같이 담백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늘재 유래가 도로 가에 간판으로 세워져 있는데 삼국 시대에는 계립령으로 전략적으로 쟁탈의 요처였다고 한다.
오른쪽 길은 포장도로고 왼쪽 길은 아직까지 비포장 도로다.
포암산 오름 길에 하늘샘에서 물 보충을 하고 가파른 암능길을 올랐다.
포암산은 하늘재 건너편에서 본 것 같이 베를 펼쳐 놓은 것처럼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포암산(961.7m) 정상은 쌍봉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정상을 지나 963.1봉이 뒤쪽에 서 있다. 정상 도착 시간 9시6분.
오른쪽으로는 주흘산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월악산의 암봉이 여느 산의 모습과 달리 탁월하게 눈에 들어온다.
좌측이 월악 우측이 주흘산이고 가운데로 대미산 가는 길이 열려 있다.
대간이 양산을 거느린 형국이다.
정상에서 관음재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관음재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만수골이고 대미산은 직진이다.
여기서 만수봉 갈림길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만수봉 갈림길(880m) 도착 시간 10시16분.
만수봉까지는 2.2km, 대미산 8km, 억수리 4km, 만수교 5.4km라고 푯말에 표기 되있다. 대미산까지 8km 구간은 족히 5시간이 걸리는 지루하고 긴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이 구간은 갈림길이 없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1,000m 봉우리가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진행하면 부리기재(해발900m)에 도착한다. 도착 시간 오후 2시.
포암산까지 6시간, 대미산까지 40분 거리다. 왼쪽으로는 충북 용하구곡으로 빠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박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박마을까지는 1시간30분 거리다.
여기까지 진행하며 걸린 시간이 12시간이다. 처음 출발할 때 시간이 없어 간식 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먹을 것이 바닥이 나 버렸다.
라면2개가 남아 있었지만 시간에 쫓기고 능선에 남아 있던 거친 눈들을 퍼먹으며 진행 해선지 입맛이 쓰고 입안이 헤져 피가 배어 나온다.
대미산 밑에 눈물샘에서 실컫 물을 먹으리라 생각하고 남아있는 온 힘을 쥐어짜듯이 겨우 대미산(1,115m)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정상으로 착각할 정도의 봉우리들이 짜증스럽게 나타난다.
도착 시간 2시48분.
앞쪽에 아스라이 펼쳐진 소백산의 파노라마도 속리산으로 내 닫는 백두대간도 심신이 지쳐선 지 감동이 반감된다.
정상에서 여우목으로 빠지려고 했으나 내친걸음으로 목표를 차갓재로 잡았다.
오는 도중에 쌍문동에서 오셨다는 고등학교 선생님 두 분을 만났다.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때 만을 이용하여 대간 종주 중이란다.
대간 종주 중에 같은 코스를 같이 진행해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나보다는 적어도 10년은 연배 되시는 것 같은데 힘들이 짱짱하다.
사과 한 개와 사탕 몇 개를 간식으로 나눠주셨는데 정말로 눈이 확 떠질 정도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일정이 급해 먼저 출발을 했는데 번번이 추월 당했다.
대미산 밑에 눈물샘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또 다시 눈을 퍼먹을 수밖에. 문수봉 갈림길 도착 3시12분.
헬기장이 있고 푯말에 황장산 4시간이라고 되있다.
왼쪽길(문수봉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휘어진 능선 길을 따르면 새목재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20분 거리다.
981봉과 931봉을 지나면 송전탑이 나오고 좀 더 진행하면 차갓재다.
도착 시간 5시14분.
낙엽송들이 멋들어지게 하늘을 찌르듯 서 있다.
진짜로 오늘의 고생도 끝이다.
정말로 대단한 다리다. 장장 15시간의 대 장정 이였다.
물 마실 생각에 서둘러 내려오니 마을 앞 공터에 부산에서 왔다는 명산 산악회 버스가 서 있고, 막걸리와 생태 국으로 간식을 하고 있었다.
한잔하고 가라며 막걸리 통과 생태국 한 그릇을 퍼 준다.
아! 이게 웬일인가.
입안이 쩍쩍 갈라지는 판국에 시원한 막걸리라니!
염치 불구하고 단숨에 선생님 두 분과 막걸리 몇 잔을 돌리니 얼큰하게 술기운이 올라온다.
선생님 두 분은 양조장이 있는 민박집으로 민박을 정하고 나는 저수재를 거쳐 단양 역까지 가는 자가용을 타고 출발했다.
두사람은 양조장이 있는 민박집에서 술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을까?
이후의 만남은 전적으로 인연에 맡기고 나는 단양 역에서 8시20분 기차 탐.
단양역 이벤트 기차에서 칼국수와 동동주 한 잔(1,000원)으로 요기.
청량리 도착 11시30분.
서울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후에 12시 막차인 인천행 삼화고속 버스에 오름.
귀가 오전 1시40분.
명산 산악회 회원님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