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법
대위법(라. Contrapunctus, 영. Counterpoint)이란 용어는 중세시대에 주어진 성가선율과 새로 만들어질 선율의 음정 관계를 음표 대 음표(Punctus contra puntum: 점 대 점) 단위로 대립 또는 대위시켜 살펴본 데서 비롯된 것이다. 13세기에는 그런 뜻으로 디스칸투스(라. discantus, 영. Discant)란 용어가 쓰였으나, 14세기부터 차차 '음표 대 음표' 또는 '대위'라는 말 자체가 디스칸투스를 대체하는 용어로 등장한다. 대위법은 16세기의 다성적 아카펠라(무반주의 소규모 합창곡)에서 그 절정에 도달한다.
대위법의 역사에 성부들이 병진행하는 초기 다성음악의 형태도 -병행오르가눔(9-10세기경)도- 포함시킬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위법의 기원은 성부의 독자성이 유지되는 11-12세기의 자유오르가눔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위법의 핵심적 주제는 어울림음정· 안어울림음정과 (2성부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성부진행인데, 전자는 13세기 중엽부터, 후자는 14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세의 음정이론에서는 원래 완전음정인 1, 4, 5, 8도만이 어울림음정으로 인정되었으나, 13세기 중엽부터는 장·단3도도 불완전어울림음정으로서 포함되기 시작한다 장·단6도는 13-15세기에 걸쳐 이론서에 따라 안어울림 또는 불완전어울림음정으로 취급되었다(15세기까지도 2성부진행에서는 여전히 안어울림음정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 4도는 14세기부터 차차 2성부진행에 한해서는 안어울림음정으로 취급된다.
중세부터의 성부진행규칙은 각각의 성부가 다른 성부들과의 관련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독자성을 갖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금지 규정들(완전음정의 병행이나 숨은 병행 등)은 르네상스시대에 가서야 뚜렷하게 강조된다. 14세기의 성부진행규칙에는 아직 종지에서의 진행만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6 - 8도진행일 경우 6도는 장음정이어야 하고, 6-5도일 경우에는 6도가 단음정이라야 한다(즉, 가장 가깝게 순차로 반진행한다는 원칙).
르네상스의 대위법은 팅토리스에 의해 체계화되기 시작하고, 짜를리노에 의해 확립된다(엄격대위법). 팅토리스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①대위법을 '작곡된 음악'(Res facta: 만들어진 것)과 즉흥연주로(Mente: 머리로; 또는 supra librum cantare: '책 위로 노래하기')로 나누므로써 대위법에 있어서의 시행착오를 제거하는 계기가 된다(『대위법 기술서』, pp.102-105). ②안어울림음정의 사용을 체계화했다. 즉, 그는 대위법을 안어울림음정이 금지되는 <단순대위법>(1 : 1)과 허용되는 <장식대위법>(1 : 1)으로 분류하고, 안어울림음정을 계류적이거나 경과적인 것 등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짜를리노는 불완정어울림음정들의 수적 비율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세나리오>(Senario: '6') 이론을 내놓았다. 즉, 피타고라스학파의 어울림음정의 한계인 숫자 4를 6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는 세나리오 이론에 기초하여 안어울림음정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갈릴레이는 모든 음정이 자연적인 것이므로 안어울림음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크시대에는 대위법규칙을 와해시키는 <통주저음> 양식(모노디)이 출현하지만, 이런 양식에서의 진행은 차차 <자유대위법>이라는 명칭으로 이론화되어 엄격대위법과 구별되고, 18세기에는 <화성적 대위법>으로 발전된다.
화성적 대위법은 바하의 음악에서 절정을 이루며, 특히 안어울림음정의 규제 완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즉, 안어울림음정은 이제 화성에 속하는 것(예: 속화음의 7음)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뉘며, 화성적 안어울림음정의 경우에는 여전히 규칙에 따라 해결은 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준비될 필요는 없다. 또한 그 음정은 비화성적 안어울림음정의 해결로도 쓰일 수 있다.
엄격대위법은 교회양식(stile ecclesiastico)을 대표하는 전통적 대위법으로서, 주로 학습을 위한 목적으로 취급되기 시작한다. 그 이론은 요한 푹스에 의해 5종의 교습 방법으로 체계화된다(『파르낫소에의 계단』: 19-20세기의 대위법교습서로 널리 쓰이게 된다).
18-19세기의 엄격대위법 학습에 있어서는 푹스의 전통이 압도적이었다. 화성적 대위법은 키른베르거(Johann Philipp Kirnberger, 1721-1783)의 『뚜렷한 음악구조의 기술』(Die Kunst des reinen Satzes in der Musick, 1776), 1771-9)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주된 성부를 2성부 대신 4성부로 설정했으며, 불협화음을 필수적(화성적)인 것과 임시적(선율적)인 것으로 보았다.
20세기 엄격양식이 음악의 사어가 되었다. 그러나 대위법에 대한 강조는 조적 화성의 중요성이 감소함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12음기법에서의 선율의 전위, 역행, 역행전위. 에른스트 쿠르트(Ernst Kurth, 1886-1946)의 『선적 대위법론』(Grundlagen des linearen Kontrapunkts, 1917)은 20세기의 작곡기법과 바하의 연구 등에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