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펀의 창>
문학진흥법과 지역 문예활동지원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향
양왕용(시인, 부산대 명예교수)
(1)
문학진흥법은 잘 알려지다시피 현재는 여당 국회의원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초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도종환 시인이 2015년 3월 그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격으로 당시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4명을 포함한 62명의 동참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2016년 2월 3일 법률 제13961호 제정되어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된 문학진흥법에는 주로 문학진흥 기본계획 수립과 시행, 한국문학번역원 설립과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그리고, 각종 문학관 운용 등이 중요한 정책과 사업으로 반영되어 있다. 이 법은 2018년 10월 16일 일부 개정되어 그 개정안대로 2018년 11월 17일 시행 되고 있다. 개정안의 경우 문학진흥법과 관련된 국민생활과 기업 활동에 관련되는 각종 신고절차에 관련된 조항의 첨가 혹은 수정안으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법은 제정 초기부터 많은 쟁점과 그에 따른 문제를 안고 있었기에 그것이 개정안에 반영되기를 기대했으나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 중요 쟁점에 대한 내용을 필자가 참여하고 경험한 사실을 설명함으로써 밝혀보기로 한다.
(2)
필자는 2016년 10월 25일(화) 오후 2시 부산 ‘감만창의문화촌’에서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학진흥법에 따른 <문학진흥 중장기대책 마련 제3차 지역순회 토론회>(영남권역) 진행자로 참여한 바가 있다. 주제발표는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구모룡 교수와 지금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인 장호병 수필가가 한국문인협회 대구시 지회장 자격으로 하였다. 그리고 토론자는 조갑상 소설가(부산 경성대 명예교수), 이상규 시인(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복근 시조 시인(전 경남문인협회장) 제씨가 참여 하였다. 그리고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정리 및 폐회를 하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주제보다 쟁점이 된 것이 문학진흥법의 개정 요구와 그 당시에는 아직 건립지가 미정인 국립한국문학관의 위치였다. 문학진흥법의 경우 제2조(정의) 1항인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작품으로서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을 말한다.’에서 문학의 장르에서 소외된 시조, 아동문학 당사자들의 반발이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영남권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조와 아동문학 단체에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여 건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회나 문체부는 시조는 시 장르에 아동문학은 법에 명시된 해당 각 장르에 귀속되면 된다는 논리로 개정안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국립한국현대문학관의 경우 잘 알려지다시피 그 건립 장소가 지방보다 서울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대세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1월 8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원인 옛 기자촌 터에 건립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북한산 자락에 있는 옛 기자촌 터는 은평구 뉴타운 건설로 공터가 되어 근린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풍광도 좋고 접근성도 뛰어난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적지로 지목되어 왔다. 총 608억 원이 투입되는 국립한국문학관은 2022년 하반기에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관장도 미리 임명되고 자료 수집을 위한 전문위원들도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3)
문학진흥법의 경우 장르의 확대 병기도 필요한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제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서 1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학진흥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고, 문학창작 및 향유와 관련한 국민의 활동을 권장·보호·육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 점과 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에 수반되는 예산상의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노력하야 한다’라는 선언적 서술로 인하여 각급 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의 문학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의 정도에 따라 지원의 차이가 날 것이며 다른 사업에 밀려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개정 문학진흥법이 시행 된지 4년을 넘어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제정 전이나 이후에 문학 지원에 대한 큰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예술장르에 비하여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원을 받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법을 고쳐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보다 전체 예산의 일정비율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부산의 경우도 지원 예산이 오히려 줄어 각종 행사가 답보상태이고 축소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문화재단에서 심사하여 지원하는 지역사회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 사업의 경우 소액 다지원으로 전환되어 문인의 경우 출판비도 못 미치는 지원이 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출판비는 물론이고 원고료까지 포함 되는 지원을 하고 있음에 비하여 제2도시로서 지원 방법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단체의 경우 억지를 쓰면 지원 조건이 안 되는 단체에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함과 문인들의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방법을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여 보기로 한다.
개인에 대한 지원의 경우 수혜 가능 주기(현재 3년)를 늘리더라도 액수를 올려(서울의 경우 시집 발간의 경우 1000만원) 출판비 뿐만 아니라 고료 혹은 창작지원금에 포함되어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예지 발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제작비에다 고료를 포함시켜 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예산이 부족하면 지원 개인이나 문예지의 질적 심사를 엄격하게 하여 지원의 수를 줄이면 될 것이다. 대신 실질적으로 단체의 기관지나 동인지 성격의 지원을 신설하고 다양한 계층의 취미활동의 지원 제도를 신설하여 시민들의 문학 창작활동 기회를 널리면 될 것이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전문 문예지는 제작비와 원고료까지 지원하고 단체 기관지와 소인활동은 제작비만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문인들이 문학진흥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지역 문인단체의 문학진흥법 연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여 법에 보장된 혜택을 놓치는 경우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립문학관 외에 자치단체마다 문학관을 건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문학진흥법 제19조 1항에 ‘공립문학관을 설립할 수 있다’라는 표현을 해두고 있다. 이 경우도 각 자치단체마다 여러 문인들의 사설 문학관 난립을 막고 지역 문인들의 업적을 한데 모은다는 측면에서 ‘설립해야 한다’나 ‘설립한다‘로 개정하여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문학관을 세우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학관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몇 년째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부산문학관의 건립도 현실화 될 근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립문학관의 경우 그 건립과 운영 방향이 특색 있고 창의적이면 박물관처럼 국립으로 승격시키거나 국고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애초에 문학진흥법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여 실효성에서 의문을 가지고 출발하였으며 그 의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국립문학관 건립을 제외하고는 가시적 성과가 거의 없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있는 문예지와 폭발적으로 늘어난 문인들에도 불구하고 문인들에게 제대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문예지들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지급한다고 해도 다른 글쓰기에 비해 터무니없는 적은 액수의 고료로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타개하기 위하여 문학진흥법을 선언적인 의미보다 실질적으로 문학을 진흥시키고 문인들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운동도 여러 단체들이 연합하여 벌여야 할 것이다.
양왕용
경남 남해 출생. 1966년 김춘수 시인 3회 추천으로 《시문학》 등단. 시집 『천사의 도시, 그리고 눈의 나라』 외. 평론집 『한국현대시와 디아스포라』 외. 시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등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 수석부이사장. 부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