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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인의 시창작법
좋은 문장은 새가 배를 뒤집고 날아가는 것과 같다 - 하얀 장화 신은 고양이는 어디로 갔나 - 사물은 너의 선한 눈길을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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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二十三, 깨끗한 마음으로 선을 닦아라
『또 수보리야, 이 진리가 평등해서 높고 낮음이 없으니 이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하느니라. <나>도 없고 <남>도 없고 <중생>도 없고 <오래 사는 것>도 없이 온갖 거룩한 법(善法)을 닦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거룩한 법(善法)이라 함은 여래가 곧 거룩한 법 아닌 것을 일컫는 말이니 그 이름이 거룩한 법일 따름이니라.』
* 금강반야바라밀경 / 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집 역 / 선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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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등을 하늘로 향하고 다리를 지상으로 향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고 있다는 것도 분별심이 생긴 생각이며 새가 배를 뒤집어 하늘을 행하고 날개를 겨드랑이에 찹쌀풀처럼 찰싹 붙이고 날아간다는 것도 분별심 있는 생각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늘 분별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고요한 가운데 자신이 쓰고자 하는 문장을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풍경을 좋아해서 풍경에 관한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풍경에 빗대어 쓰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보는 것 그대로 쓰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보는 것에 자신의 상상을 넣어서 쓰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문장을 써도 좋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오래 고여 있어 탁해진 웅덩이의 물의 날개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몸부림치고 새로운 문장으로 날아가려는 물의 날개가 더 좋은 시의 문장을 생성生成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매분 매초 시를 열심히 생각하고 시를 쓰면 새가, 물의 날개가 배를 뒤집고 날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메모하고 시를 쓰는 것. 그것이 지금 시를 배우는 혹은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산문시>
도통사 운취암을 향해 걷는다 그 감옥에 새 한 마리가 갇혀 있다는데 그 감옥에 갇혀 있는 새가 갇혀 있는 곳은 있는 말의 감옥인지 없는 말의 감옥인지 그 새는 있는 말의 새의 감옥인지 없는 말의 새의 감옥인지 보러간다 그 새를 보러가는 팔각형 연못의 다리를 건너는 오른쪽 다리가 있는 오른쪽 다리인지 없는 오른쪽 다리인지 없는 허공의 없는 오월의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잡으려 올리는 오른팔 손가락 동그란 지문이 있는 오른팔 손가락 동그란 지문인지 없는 오른팔 손가락 동그란 지문인지 아치형 일주문 사이로 구름 떼들이 레고처럼 밀려와 탑을 쌓고 합장을 한다 날은 저물었고 밥그릇 종소리는 고요하다 몸이 없는데 걷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새가 없으니 감옥이 없을 것이다 손가락 소금으로 이를 닦는데 비비추 꽃가루가 날아와 뒤통수를 더듬는다 운취암을 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하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목젖이 죽어가고 목젖이 다시 살아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메뚜기 오른팔을 베고 이슬눈썹이불을 덮고 한뎃잠을 잔다 내 몸 기울기는 14.5도다
송 진 _ <운취암이거나 취운암이거나>
<자유시와 산문시의 결합>
누구의 생각인지요
이 말씀은
누구의 거래인지요
이 인형은
누구의 목걸이인지요
이 금붙이는
누구의 죽음인지요
이 검객은
누구의 피인지요
이 혈액형은
누구의 결론인지요
이 물결은
누구의 옷인지요
이 구멍 뚫린 아스팔트는
누구의 유품인지요
이 전당포는
누구의 창고인지요
이 화이트 푸어는
누구의 공연인지요
이 미래의 전당은
향기로운 호박고구마에 똥파리가 앉아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니군요 참으로 귀엽고 앙징맞은 똥파리들입니다 호박고구마의 손가락은 일곱 개입니다 미래도 이별도 죽음도 없는, 미래라는 말도 이별이라는 말도 죽음이라는 말도 없는 말들의 말, 향기로운 호박고구마 손가락 일곱 개입니다
송 진 _ <푸른 장미가 오골오골 로고송을 불렀다>
끝장토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도 끝장을 보듯이 써야 합니다. 밥을 먹을 때 밥을 먹더라도 시를 생각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도 볼일을 보더라도 시를 생각하고 잠을 잘 때도 잠을 자더라도 시를 생각하고 그렇게 시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쓰다보면 시가 불현듯 나타나 끝장을 보자고 덤벼들 때가 있습니다. 끝장토론이라는 말도 끝장토론이 되지 않으니까 끝장토론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도 끝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며 시작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없는 허공에 없는 나뭇가지를 붙잡으려고 하듯 혼자만의 외로운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더 열심히 시를 생각하고 시를 적어야 합니다. 시가 지긋지긋해서 쳐다보고 싶지 않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시가 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열어 보입니다. 시는 예술입니다. 예술하는 사람은 아무리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금강석처럼 견고한 정신으로 견디어내야 합니다. 시가 저기 산모롱이에서 보일 듯 말 듯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모롱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는 뜨거운 햇볕과 차가운 눈바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 갈 때 그 어려움은 각오해야 합니다. 쉽게 가라는 유혹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시의 생명은 순수함과 새로움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시의 전언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한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시를 시작했을 때 첫 마음(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시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 본 것을 생각 뒤집어서 문장 쓰기
(보기)
• 법기 수원지에는 소나무들이 많다
- 법기 수원지에는 솔방울들이 다람쥐의 도토리를 뺏고 있다
• 카페에 사람이 많다
- 연인들은 아이스밀크커피를 마시며 셀카봉을 허공에 세우고 복숭아같은 입술을 맞추며 셀카를 찍는다
• 차에 먼지가 없다
- 먼지들은 세차한 자동차에게 가까이 가려고 벌버둥 친다 마치 꿈속에서 가위에 눌려 일어날 수 없듯이 발버둥 친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발버둥 친다
<스스로 문장 만들어 쓰기> <산문시 쓰기> <자유시와 산문시의 결합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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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 사푼사푼 한 스푼의 물방울처럼 가볍게 여유 있게 오봉산 오솔길 섶을 걷고 있습니다. 풀잎을 뜯어먹기도 하고 돌멩이에 까칠까칠한 분홍 혀를 갖다 대기도 하고 껑충 사푼 움푹 패인 곳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차들이 신호등에 맞춰 출발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오가는 군상들의 모습을 신선처럼 선선한 모습으로 지켜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다시 산길을 접어들어 길을 잘못 들었다 싶은지 내려오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더니 흔적 없이 낙엽사이로 사라졌습니다 장소가 잠시 바뀌더니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대로변에서 대변항을 바라봅니다. 오징어도 갈치도 멸치도 모두 환한 등불 밑에 누워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편안해지려고 노력을 한 건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몸은 등불 밑에서 더 희게 빛나고 눈빛은 더 푸릅니다. 다시 장소가 바뀌네요 흰 구름이 흘러갑니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흰 눈썹을 휘날리며 흘러갑니다 아, 저런 구름을 볼 때면 생각나는 화가가 있습니다. 나는 책꽂이로 걸어갑니다 마그리트(MAGRITTE). 찾았습니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건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39/ 박서보/ 저>입니다. 다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누가 나를 안내하고 누가 자꾸 변경할까요 안내와 변경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나’ 자신을 믿고 ‘나’가 이끄는 대로 상상하시길 바랍니다. ‘영원히’ 라면 더 좋겠지요 구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구름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시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이 바로 시를 쓰고자 하는, 혹은 쓰는, 혹은 쓰고 있는 ‘나’ 입니다.
<시>
낙엽들이 무덤처럼 쌓여있고 나는 그 무덤 속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갔다 시침이 흐를 때마다 핏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머리 안에 화산이 들어있어 밤새 누군가 내 옆에 와서 끙끙 앓았다 친구의 입마름병을 낫게 하기 위해 나의 간을 바위 위에 올려놓은 것에 대한 비웃음을 당할 때였다 괜찮아 이번 생에 비웃음을 당하였으므로 내일의 시간이 좀 더 좋아 질 거야 무명의 절들이 시내로 내려와 부처들의 녹취록을 건네주었다 밤새 누군가 이마 위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챙겨줄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거예요? 궁금해진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입 밖에 그 말을 꺼내어 사랑방문 손잡이에 걸고 말았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건네는 말처럼 들려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예상치 못한 눈물이었다 눈물이라는 것 그것처럼 아름다운 물방울이 내 몸 안에 남아있다니 학교 간 아이의 돼지 저금통에서 천원을 꺼낼 때처럼 조심스러웠다 약국에는 결국 안 가겠지 병원도 역시 안 갈 거야 그럴 시간에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몇 알의 커피를 머그잔 안에 띄우고 향기로운 시간을 기다리겠지 창밖의 낙엽은 물들고 떨어지고 낙엽은 자신의 할 일을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거야 아무리 아파도 병원은 안 가 누군가 이마 위에 올려놓은 물수건이 뜨거워지면서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오늘은 4시에 광화문 집회 가야하는데 병원에 안 가면 안가에라도 끌려갈지 모르는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말을 하냐고 누군가 끙끙 앓으며 웃는다 그런가 나는 중세시대의 사람인가 나는 영국인인가 나는 스티븐 호킹인가 영국의 정원처럼 아름다운가 나의 시간은 아직 꿈꾸고 있는 정치인가 폭풍처럼 밀려왔다 지진처럼 갈라지는 아킬레스건의 만추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옆구리가 고개를 푹 숙인다 누군가 내 옆에 누웠다 목사가 지나갔고 신부가 지나갔다 자전거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말이 지나가고 소가 지나갔다 우리를 개돼지라고 부르던 그들이 지나갔다
송 진 _ <누군가 내 옆에 누워 앓았다>
⁍ 생각과 경험(직접경험,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 따라가는 문장을 써봅니다.
⁍ 깻잎, 두부, 오이를 앞에 두고 문장을 써 봅니다.
⁍ 재활용품(빈 잉크병, 다 쓴 볼펜을 분리해서, 쇼핑백에 달린 끈 따위 )을 앞에 두고 문장을 써봅니다.
시는 평등합니다. 시는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한 잎의 연꽃이 되어주고 한 마리의 귀여운 강아지가 되어주고 능소화 핀 담장의 기와가 되어줍니다. 이 세상에 수없이 널려있는 돌멩이, 전봇대, 가로수, 타일, 피고 지는 꽃들, 계절마다 부는 바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다가갑니다. 귀를 스치고 입술을 스치고 다리를 스칩니다. 그것을 체감하고 체감하지 않고는 그 순간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의 몫입니다. ‘나’는 ‘나’이지만 ‘나’를 느끼고 알아차리지 못할 때는 사물이 무수히 손짓을 해도 ‘나’는 모를 뿐입니다. 바람이 수없이 많은 언어의 노래를 불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합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자 하는 (혹은 쓰고 있는)이는 사물의 노래를 언제든지 받아 적고자 하는 ‘참나’가 깨어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합니다. 사물은 천 개의 팔을 활짝 열어두었지만 눈에 보이는 현란한 자본주의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그대로의 사물의 마음을 받아 적는 이가 많지 않은 현실보다 더 현실다움은 없겠지요. 그럴수록 시를 쓰고자하는 (이미 쓰고 있는) 이는 ‘천 개, 만 개의 눈으로 구체적 상상의 아름다운 이야기의 시를 멀지않은 미래로부터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시는 비겁하지도 않고 용감하지도 않습니다. 시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습니다. 시는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시는 있는 그대로 시입니다 시詩는 그저 이름이 시詩 일 뿐입니다
강아지들의 시간은 끝이 났고
너의 어깨는 견과처럼 단단했다
가끔 별사탕처럼 들어있는 건포도는 촉촉했지만
빨아먹는 입안은 자주 건조했다
어떻게 헤어지는 게 상처 주지 않고 받지 않는 가장 빠른 방법인가
이 지구상에 그런 건 없어
심드렁해진 선배가 쏘아붙였다
상추밭에 갔다
상추가 잘 자라고 있었다
된장과 젓갈이 걸어서 왔다
다리 아파
날씨가 더워 상추가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아이스크림 같은 흔적은 없었다
상추가 유령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의 사랑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섭씨 37도 폭염
턱 막히는 호흡이 먼저 알아차렸다
내일 모래 글피
입추라는 말이 참 듣기 시원했다
붉은 리본을 목에 맨 수박 한 덩이가 자라폭포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일찍 온 입추가 유령처럼 서 있구나
송 진 _ <입에 추를 달다>
⁍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이름이나 사물에 대한 느낌을 적어봅니다.
(예문)
1)자두는 무겁다 2)복숭아는 달다 3)호두는 고소하다 4) 냉면은 귀신같다 5)발에 밟혀 검게 터져버린 버찌는 무뇌아다 6)왼쪽 상아 없는 코끼리 7)메모리폼 침대 매트리스 8)불꽃놀이 하는 빨강노랑파랑 삼색젤리볼펜 9)아기 반달가슴곰 수컷 한 마리는 왜 김천 수도산으로 갔을까 10) 말매미가 참매미 집에 가는 날 11)밀크커피는 맛있다 12)푸들 강아지 다리에 마비가 왔어요 13)사춘기 딸은 여행 중이다 14)바다는 피의 출렁임을 멈추지 않는다 15) 머리맡에 죽은 엄마가 앉아 있다 왜요 엄마 무슨 일 있어요 16)나뭇잎은 꼭대기처럼 죽어간다 17)아빠, 조개무덤처럼 생긴 무대 위에서 아이돌 가수가 은빛머리카락을 휘젓고 있는 중이야 18)가을이 연부두처럼 말랑하게 오면 좋겠어 19)포도의 흑역사 너의 죽음을 알고 있지 20)자전거 한 대가 언덕 위에 땅콩처럼 서 있다고 하네 21)새로 산 비취빛 슬리퍼는 발의 뜨거운 체온을 부담스러워 해 22)냉장고 안에 한 개 남은 달걀이 삼 주일째 거위에게 주려고 뜨개질을 하고 있어 23)서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미 날개처럼 샤프한 걸 24)경주라는 영화를 봤는데 토끼와 거북이도, 불국사도 석굴암도 나오지 않고 배롱나무 한 그루만 공중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라 25)뜨거운 팔월의 해가 지자 해안가 쥐들이 나타나 죽은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기 시작했다 26)할인슈퍼마켓에서 얼음물에 담근 1150원 캔맥주를 2000원이라 하자 활짝 웃던 노루가 귀 먹먹한 머루가 되었다 27)망상해수욕장해변호텔에 숙박할 방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방이 없어요 했다 옆에 있는 모텔은 방이 하나 남아있어요 했다 방의 크기는요? 방은 바다를 보고 있나요? 6평 원룸이구요 경관은 없습니다 냉정하게 분필 부러지는 목소리를 냈다 16만원이에요 그렇군요 망상해수욕장으로 가는 왕복기차표를 취소했다 흰 푸들 강아지 상큼이는 밤새 아팠고 갈색 푸들 강아지 구름이는 곁눈질을 하며 조용히 차가운 타일 위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휴가가 가고 있었다 망상눈병이 나돌았고 수박의 차가운 숙박을 위해 냉장고 스위치를 고(高)로 높였다 뇌속에서 레디고! 가 울려 퍼졌다 28)타고 남은 재들이 쌀 위에 너부러져 있었지만 29)찹쌀 주먹밥 만들 때는 죽염이 좋더라 30)핫케이크를 굽는 로후는 핫케이크를 굽지 않는 로라의 책상달력을 바라본다 물개수영복이 줄을 서 있는 오후 한 시 삼십이 분 31)자주빛 감자는 어둠 속에서 간신히 눈이 보이자 부엌칼을 들고 나와 자줏빛 양파의 푸른 머리카락을 몽땅 잘라버렸다 멀리서 앰뷸런스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32)프린트기는 초록운동화를 게워내는 공장 33)어제는 달의 손톱이 흔들거렸고 내일은 별의 칫솔이 택배로 왔다 34)멀리 낯선 아파트 창가에는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고 주택지 빈 방에는 옅은 복숭아 물빛 숨소리를 내며 가느다란 팔다리를 쭉쭉 뻗는 아기요정들이 옹알거리지 35)다람쥐는 보를 내고 하마는 가위를 내고 36) 용은 용가리과자를 무서워 해 37) 방충망은 주사바늘이다 38) 흐르는 물들은 자주 단추를 풀고 39) 타다만 양초 한 자루 은빛쿠킹호일에 싸여 오븐에 들어서고 40) 생수 속에 거북이가 헤엄치고 있어 41) 귀여운 아기야, 파란 물고기 먹이 주고 싶니? 42) 노르웨이 초록섬 메리샐러드바에는 단호박샐러드가 없다는데…… 43)콩국수를 좋아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44) 팔려가는 소의 젖은 속눈썹을 본 적이 있다 46) 풍경소리는 좋아라 어린 너의 뒤를 따라나서고 47)문구점에는 앵무새가 산다 48)왜 휴가철에 컴퓨터는 휴식을못하는가 49)옥수수 스프로 만든 부드러운 러브로봇이 아이들 사이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 직접 쓰는 시간입니다
•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이름이나 사물에 대한 느낌을 단어나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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