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펀드와 소형펀드 중 어떤 것이 좋은가
투자하기에 적당한 펀드규모는 얼마일까? 듬직한 대형펀드가 좋을까? 발 빠른 소형펀드가 좋을까? 펀드시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자산규모가 큰 대형펀드는 충분한 분산투자가 가능한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형펀드는 몇 개 종목의 성공적인 투자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시장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펀드의 크기와 수익률이 딱 부러지게 어떤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여러 차례 펀드 크기와 수익률의 관계를 조사했는데 각 연구자들마다 다양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펀드의 크기가 운용전략이나 스타일과 관련이 깊습니다. 특정 운용전략이나 스타일에 따라 대형펀드나 소형펀드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 펀드크기의 변화추이도 주의 깊게 살펴볼 점입니다. 만일 펀드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어떤 이유로든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빠져나간다는 걸 의미하므로 계속 투자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우선 펀드가 ‘크다’거나 혹은 ‘작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얼 가지고 할까? 펀드규모와 관련된 수치로는 설정액과 순자산가치(NAV) 등이 있습니다. 설정액과 순자산가치가 서로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의미는 다릅니다. 설정액은 엄밀하게 말하면 설정좌수를 뜻합니다. 주식을 ‘1주, 2주’하고 세듯이 펀드의 단위는 좌(座)라고 합니다.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 금액에 해당하는 펀드의 좌를 산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펀드의 설정액은 펀드의 총좌수를 말합니다.
처음 펀드가 만들어질 때는 1원에 1좌로 시작하며 1,000좌(증권시장에 상장된 펀드는 5,000좌) 단위로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 때 1,000좌의 가격이 곧 기준가격입니다. 펀드운용에 따라 기준가격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 펀드 자산규모와 설정액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펀드의 기준가격이 2,000원인 A펀드에 어느 날 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가정하면 실제 펀드에 들어온 돈은 10억원이지만 설정액은 10억원이 아니라 5억원(10억원/2,000원*1,000원)이 됩니다. 나머지 5억원은 수익조정금으로 처리돼 설정액 상으로 드러나지 않다가 1년마다 펀드결산 시 그동안 올린 펀드운용수익과 함께 재투자금 명목으로 한꺼번에 설정액으로 전환됩니다.
이에 반해 순자산가치는 펀드가 보유한 자산총액에서 각종 비용을 뺀 것으로서 펀드에 유출입된 자금흐름 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의 가치변동까지 포괄합니다. 실질적인 펀드규모는 설정액보다 순자산가치가 더 정확한 셈입니다. 그동안 설정액을 주로 사용해왔지만 결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점차 순자산가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외국의 경우 펀드의 규모를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펀드의 설정액이나 순자산가치는 금융투자협회나 펀드평가사 운용사 사이트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펀드규모와 수익률은 어떤 관계일까? 한 증권사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장기성과일수록 대형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대형 및 소형펀드의 수익률 편차가 확대됐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이 상승국면일 때 대형펀드가 KOSPI를 초과하는 높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보고서는 자금유입이 집중돼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펀드수익률의 초과성과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며 대형화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부천대 이미영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펀드의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펀드성과와 규모에 관한 연구 : 펀드의 최적규모는 존재하는가’라는 논문에서 2002년 1월부터 2007년 6월말까지 60개월 동안 총 517개 국내펀드를 대상으로 펀드수익률과 규모에 대해 분석한 결과 2차 함수와 같은 곡선이 도출됐습니다. 규모가 큰 펀드의 경우 대규모 주식의 매수∙매도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수익률이 지수 움직임과 비슷한 인덱스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대비 초과 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최적의 펀드규모가 772억원 정도로 넓게는 7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펀드수익률을 보면 대형펀드라고 해서 모두 성과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현재 1조원 이상의 대형펀드들이 장기성과순위에서 대거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운용규모가 크더라도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보다는 펀드규모를 투자스타일과 함께 분석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입니다. 몇몇 펀드는 펀드규모가 커져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하는 고민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소형주 펀드의 경우 초기 일정규모 이하일 때는 자신의 스타일이나 전략을 유지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주 펀드는 종목선정에 치중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이 중소형주 펀드가 성공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면 우수한 성과를 보고 새로운 투자자와 자금이 몰리게 됩니다.
이제 펀드매니저는 과거와 달리 추가로 주식을 사고 파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중소형주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규모가 큰 펀드에서 조금만 사고 팔아도 가격이 움직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일부 중소형주나 가치주펀드의 경우 펀드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운용스타일이나 전략이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바뀌고 설정 초기와 달리 펀드수익률이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인덱스펀드나 대형우량주펀드, 채권펀드 등은 펀드운용규모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모가 클수록 포트폴리오 운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데다가 ‘규모의 경제’로 비용대비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합니다.
끝으로 정기적으로 펀드규모의 추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펀드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면 펀드교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 나가고 있거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 판매회사 펀드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펀드규모 감소의 이류를 따져본 後 교체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