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 일어서는 참 좋은 나사렛대학교 사람들 이야기 19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복지네트워크를 꿈꾸는 사람
-에덴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
누군가를 만나고 와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저절로 글이 써지고는 했다. 원고지 20여 장의 글이 다듬는 시간까지 서너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그에 대하여 아주 많이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몇 차례나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쓸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생각이 아주 조금만 쌓여도 누군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금세 눈물이 차오르고는 했다. 글은 금세 써질 것 같았음에도 여러 날 쓰지 못하다가 오늘 또 이렇게 컴퓨터 앞에 눈물만 그렁그렁한 채 앉아 있다.
에덴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 그를 만나고 와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에게 만약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1년만 그에게 시간을 드리고 싶네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글을 쓰는 귀한 달란트를 주셨으니 그의 이야기를 아주 잘 써내고 싶어요.” 그러자 남편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소리 없이 웃었다.
그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옆에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과 찬양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도 잘 쓰고 찬양도 잘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갖추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보다는 그렇게 갖춘 사람이 전신마비 장애인 옆에서 시간과 마음을 나누려 하겠는가? 오히려 세상의 영광을 향해 달려가지 않을까? 그가 말했다.
“내가 몸이 멀쩡할 때는 남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장애를 가진 몸으로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건강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건강할 때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너무 아쉬워요.”
그는 건강한 사람들을 질투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건강할 때 남을 위해 일하세요.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요!’ 라고 소리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남을 위해 일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아니 보여주고 싶지 않아도 그의 모습이 너무 크고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알게 된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요. 이제 그만 쉬라고요. 그 동안 일을 너무 많이 했다고요. 그러나 나는 쉴 수가 없어요. 아니 쉬기에는 나는 아주 많이 건강하다오.”
세상에, 아주 많이 건강하다니....... 건강상태가 아주 좋다는 그의 말에 가슴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누가 건드리면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자꾸만 배어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지금은 150여 명의 장애인 직원들이 있지만, 곧 1만 명으로 확충될 거예요.”
정덕환 이사장이 말하는 장애인 직원들, 만약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국가 혹은 남들이 주는 도움만을 받으며 특별한 희망이나 꿈 없이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몸이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는 것만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장래를 꿈꾸며 작을지라도 계획을 세우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가족들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정덕환 이사장, 그는 지금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소변을 처리할 수도 없고, 변조차 눌 수 없어 매일 관장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침대에 눕혀 놓으면 그대로 꼼짝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특수휠체어에 앉아 어느 정상인도 감히 해 낼 수 없는 일들을 꿈꾸며,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직원들 1만 명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에덴타운을 건립하는 것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꿈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어도 정덕환, 그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덕환 이사장, 그의 꿈은 이제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꿈은 이미 세계무대의 수면에 떠올랐다. 지구촌 곳곳에서 그의 비전과 그의 열정을 배우기 위해 그를 부르고, 그를 찾아온다.
그런데 나는 왜 그를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2000년도에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를 졸업한 정덕환 이사장, 그에게 말했다.
“이사장님에 비하면 제 꿈은 너무 작고 소박한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나사렛대학교 장애 학생들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데요. 학생들을 만나다보니 몸이 아프고 장애가 힘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고통까지 겪고 있었어요. 저는 그들이 등록금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공부하는 일에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장애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글을 쓰지만 장애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모금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세상이 갈수록 악하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선한 사람들, 선한 기업들이 있음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잠시 내 작은 꿈 이야기를 하자 그는 선뜻 약속을 했다.
“그 일에 나도 동참하고 싶소. 나도 장학금을 내놓겠소.”
순간 또 가슴에 찌르르 통증이 왔다. ‘도움을 받으셔야 될 분이 또 돕는다고 하시는 구나’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도우미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 ‘에덴봉사상’을 주게 되었지요. 처음엔 그저 작은 내 마음의 표시였는데, 그 일은 우리 에덴복지원이 나사렛대학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직원 중에 나사렛대학교 출신이 아주 많지요. 나사렛대학교 출신들은 정말 실력 있고, 신실해요. 또 정직해요. 학교에서 교육을 아주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직원으로 많이 채용할 생각이지요.”
정덕환 이사장, 젊은 시절 그는 우리나라 최정상의 유도선수였다. 그는 착하고 아리따운 아내를 둔, 그리고 그 아내가 우주였던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학교에서 연습도중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다시는 영영 일어설 수 없는 1급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는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 주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올 수 있었던 위대한 힘이었다. 그는 국가대표 유도선수에서 구멍가게, 전자부품조립, 쓰레기봉투 납품을 거쳐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생산하는 복지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비장애인도 해내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가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 복지네트워크를 꿈꾸는 것 역시 아내의 눈물겨운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읽는 성경, 아내와 함께 드리는 기도, 그리고 주일마다 목회자인 아내에게서 듣는 설교, 이 모두가 그가 살아가는 힘이다.
많은 이들이 정덕환 이사장을 찾아와 쉬기도 하고, 또한 힘을 얻어 자립을 했다. 자립하여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말할 수 없이 고맙다. 자신을 그루터기 삼아 힘을 얻는 사람들로 인해 사실 더 큰 힘을 충전한다. 그리고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더 많이 찾아와 그에게서 위로와 힘을 얻고 간다.
사실 세상이 얼마나 고단한가? 의지가 확고하고 부단하게 애썼음에도 쓰러져 절망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에덴복지재단의 정덕환 이사장을 기억하라! 그를 한 번 찾아보라! 그러면 정덕환 이사장을 통해 하나님께서 새로운 힘, 더 큰 위로를 주실 것이다. 나 또한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어두운 길에서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힘을 얻었다.
(크리스챤신문, 2008,.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