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승숙(가명·64) 씨는 지난해 어금니 하나가 빠졌다.
인공치아를 턱뼈에 심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 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풍치로 약해진 턱뼈를 보강하려면 ‘골이식수술’을 해야 하는데, 동물 뼈를 몸속에 집어넣는 게 꺼림칙했다. 턱뼈 보강재로 흔히 소뼈를 쓰기 때문이다. 최근 정 씨는 새로운 수술법을 소개받았다.
먼저 치과병원에서 사랑니를 뽑았다. 치과병원에선 사랑니를 특수 처리해 말랑말랑한 덩어리로 바꾸고, 30%는 가루로 만들었다. 열흘 후 수술 날이 되자 의사는 인공치아가 다소 흔들렸지만 일단 잇몸에 심었다.
그리고 잇몸 주변의 빈 공간을 사랑니로 만든 보강재를 잘라 메우고, 미세한 틈은 가루로 채웠다. 2∼3개월만 지나면 보강재는 잇몸 뼈와 합쳐지며 진짜 뼈로 변한다.
쓸모없는 치아로 간주되던 사랑니가 귀한 잇몸으로 거듭난 것이다. 부러지거나 충치 등으로 뽑은 치아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이러한 ‘자가치아뼈이식술’은 국내 치과의사 세 명이 세계 최초로 함께 개발했다.
김경욱 단국대 치과병원 구강외과 교수(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이사장), 김영균 분당서울대병원 구강외과 교수, 엄인웅 인치과의원 원장은 2008년부터 공동연구를 통해 이 수술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치아와 턱뼈 성분이 거의 같고, 섞어 놓으면 진짜 뼈처럼 굳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이 수술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올 들어 국제치과학술지인 ‘트리플오’ 3월호에 발표되기도 했다. 엄 원장은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며 “이가 빠지면 버리지 말고 식염수에 담가 병원으로 가지고 오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