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한 구(區)의 부녀연맹이 올해 초 지역 신혼부부를 조사했더니 200쌍이 '부모 부양 각서'를 썼다고 했다. 중국이 1978년 '한 집 한 자녀'정책을 시작한 뒤 집집마다 귀하게 자란 '샤오황디(小皇帝)'들이 결혼하면서 양가 부모를 모시고 살기로 약속하는 새로운 풍속도라고 한다. 중국 신문은 '전통 도덕이 살아나 사람들이 즐거워한다'고 썼다.
▶1994년 싱가포르 고촉통 총리는 부모를 모시지 않는 자녀를 처벌하는 부모부양법을 만들면서 대국민 연설에서 "자식들을 버릇 없이 가르쳐 가정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여러 주(州)도 자녀가 부모 부양을 책임지게 하는 법을 갖고 있다. 34개 주는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게 세금을 공제해주거나 '부양 수당'을 지급한다.
▶마을마다 있던 우리 향약(鄕約)은 1조1항부터 효를 내세웠다. '맛있고 진귀한 음식은 맨 먼저 부모에게 바치고 옳고 그름을 떠나 부모의 명을 따라야 한다.' 양반이 어기면 동구 밖이나 저자에 죄목을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서있게 했고 상민은 태 40대를 쳤다. 우리는 효도법을 만들자는 논의만 무성하더니 효도교육을 강화하는 '효행'을 '장려하는 법'을 제정한 걸로 그쳤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회조사'에서 '부모는 자녀 등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이 40.7%로 2년 전 63.4%보다 크게 떨어졌다.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2년 전 26.4%에서 43.6%로 크게 늘어났다. '모든 자녀가 공동 부양해야 한다'가 58.6%에 이르러 '장남 부양' 17.3%를 압도했다.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도 11.9%나 됐다.
▶요즘은 결혼한 자녀는 분가해 나가고 미혼의 막내가 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늘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도 61.8%나 된다. 65세 이상 노인이 500만 명을 넘어 인구의 10.3%나 되는데 노인 복지 예산은 2조619억원으로 예산의 1.2%밖에 안 된다. 미국 20%, 일본 14%보다 턱없이 적다. 이런 세태 속에서 부모의 설움은 깊어간다. 인구구조와 효(孝)의식 변화에 맞춰 노인에 대한 국가·사회의 정책 배려가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