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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늘을 이고 / 시들의 합창
1. 어떤 삶의 향기 /정정숙
산다는 것
‘이것이 무슨 짓거리인가’
진실로 마음 깊이
가슴 싸하게 후려치는 아픔을
경험해 본적이 있는지요
하늘을 우러러 허공을 보다가
어둠이 가루처럼 막막한 순간
뚝! 떨어지는 굵은 원액 방울
마냥 앞을 가로막는 장대비 속을
혼자 헤매 본적이 있는가요
아마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없기를 바래요
언제나 없으면 좋겠어요.
존재 하는 것
살아 낸다는 것
그건 너무나 처절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홀로서야 하는 어떤 삶의 향기 //
메모: 인생 여정, 무서리 내리고 풀잎들의 잔재 위에서 우리는 무상함을 느낀다.
언제나 모든 것이 부족하고 서툴면서도 '고운향기'로 살고 싶은 소망. 설왕설래는
'삶의 향기' 시는 문학의 꽃이라고. 서리 맞은 꽃일망정 다시 피우고 싶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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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 여정 / 정정숙
산모롱이 언덕배기
골을 이룬 능선마다
비바람이 차고
골짜기엔
흰 눈꽃
서릿발이 뿌옇다
사금파리 조각 같은
흙비 내리던 모진 세월
캄캄한 미로를 지나
방향 감각을 잊은 채
한 세월 잠행하다
쫓기고 떠밀려
두리번거릴 겨를도 없이
마침내 다다른 곳
사통팔방
대체 어디로 향할 것인가,
돌아보기에 차마 늦은 시간
가야할 길을 찾아
한 올 한 올 풀어헤치면
석양 아래 옷깃을 여미는 손끝만 떨린다.
은혜의 날개아래서... //
[시작메모]
제아무리 모진 고통도 지나고 보면 은혜의 삶이란 걸 깨닫게 된다. 그분의 십자가 아래서
고통도 은혜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관조해 간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이다.
너는 누구냐" 는 물음에 우리는 인생 전체로 대답 한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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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고독, 나를 넘어서 / 정정숙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때 벼랑 끝에서 철저히 버림받은 참담함을 경험했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각오하는 순간 오히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이로운 체험을 한 것이다
낭떠러지로 내몰린 사람만이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을까,
‘날개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장의 유착으로 부픈 몸뚱어리, 말문이 막힌 벙어리, 무릎관절염 절름발이
커튼이 드리워진 어두침침한 방안에 갇혀서 내장에 핫 팩과 침
쑥뜸으로 반점 꽃 문신을 새기며 더 이상 절망할 수만은 없었다.
이천년 초겨울,
혈육을 오려내고 가족을 도려내고 가정을 잘라내고
투병으로 하여 세상 밖에서 지쳐가던 나는 결국 고국을 떠났다
‘태평양에 내 던져진 육체는 가라안지 않으면 떠오를 것이다.’
하나님 보호하사 위기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꿈과 소망으로.
모든 병의 근원이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면
또한 마음으로 풀어야 했기에, 스스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까무러치지 않으면 살기로 ㅡ 죽음을 작정한 냉정한 여자로 변했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생명이란 마지막 승부는
결국 자기와의 싸움에서 결정된다
투병도 신앙도 생존도 승리의 영광도 내가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것 ㅡ 극복의 단계를 힘겹게 헤쳐 왔다
그래서 빙점이 된 절대고독을 친구삼아 나는 나를 넘어섰다.
마침내
벼랑 끝에서 구절초 한 송이 기어이 피워냈다. //
[시작메모]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지만, 아직도 군중속으로
들어 가지 못하고 <뉴스타트 구절초향기>샘터(카페) 일주년을 맞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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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 / 정정숙
비 스친 들녘마다 촉촉한 가을 냄새
산들바람에 사각거리는 옥수수 대
마디마다 크고 누런 열매를 잉태한 호박 넝쿨
밤낮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줄기와 잎새,
마지막 남은 싱그러움조차 빼앗고 사라져 갈 것이다
해마다 계절이 교차하는 환절기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느낌이 새로운 건
나이가 들어가는 아쉬움과 허전함 때문일까,
올해도 내게 주어진 삶의 향기들이
또 한 겹나이테를 두르듯 쌓인 여름 길목에서
가을의 한가운데 서면
허허로운 회한은 짙어만 가고
막연한 설레임으로 새로운 계절을 갈망한다
오늘 마음속에 담았던 기억들이
그 언제인양 이미 어제가 되어
또 다른 추억으로 일렁인다
지나온 세월만큼 새겨질 그림자 고운 꿈과 향기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는 뜻을 이해하게 되리라 //
[메모] 나이만큼 가을이 온다’ 문제는 나이보다도 더 성숙된 그리움을 어떻게
숙성시키고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황혼과 인연은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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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날을 살아도/ 정정숙
정해진 시간에 음식을 먹고 넓은 하늘을 보며 걸어도 같은 날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은 햇빛에 눈이 부시고, 비바람 눈보라에 앞이 흐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았던 나날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 한그루 나무조차도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환절기 몸살 앓으며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나비를 불러들여 웃음을 흘리더니
어느 날 고운 단풍이 낙엽 되어 떠난 빈 가지는 같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살아낸다는 것, 오색 꿈을 폭설에 저당하고 투병으로 순응을 연마하며
문명을 등진 세상의 뒤안길에서 바라본 문밖의 세상무대도 그리 했습니다
돌아보니 슬프고 아픈 날 뒤에는 비개인 하늘을 보며 웃는 날도 있었고
행복한 순간 사이사이에 한바탕 비켜갈 수 없는 시련의 아픔도 있었습니다.
가정을 보살펴야 하는 맏딸로서 남들보다 빠르게 철이 들었기에 미래 지향적인
삶을 위해 치열한 날갯짓을 하면서 긴 세월 겉돌며 먼 길을 방황하지 않았는지,
느려지면 서둘러야 했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절박했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만큼 삶의 형태가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고
아직도 군중 속으로 내딛는 발길이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支流 (사탄)가 도사리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고독한 삶이 그분의 동행 없이는 위험한 길이 었습니다
더려는 문밖의 세상에서 유혹을 받습니다.
왜 그리 외골수로 어리석게 살고 있냐고, 좀 더 쉬운 길을 즐기며 갈 수 있다고,
높고 깊은 신앙의 연단! 질긴 앙금처럼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잘못된 길을 견뎌왔다고 후회한 적 없어 그 은혜가 첫사랑 예수 앞에 충만합니다.
이젠 이루지 못한 소박한 꿈들을 내려놓습니다.
한 가지를 가지려다 보면 두 가지를 놓아야하는 것, 석양노을 보며
가지지 못한 것들과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하여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것은,
더 가져야 할 것보다 가꾸며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알고 있지요, 살아가는 길은 결국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
행복은, 사탄의 시험을 이기고 선택한 삶을 가꾸며 지켜가는 꿈꾸는 자의 몫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날을 살아도 결국 그 분의 등불로 살아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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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끝없이 이어진 길 / 정정숙
태초에는 아무 길도 없었다
짐승들이 다니던 풀밭위로 사람이 다니고
풀이 짓밟히고 돌맹이가 물러나 길이 되었다
보다 많은 사람과 손수레 달구지가 지나가고
시원한 아스팔트길 위로 자동차가 쌩쌩 달리다 보니
어느새 편리하고 복잡한 사통팔달이 되었다
내 고향 옛길도 그렇게 변했다
어릴 적 등하교 하던 오솔길은
이제 잡초만 무성하고
자동차가 검은 흙먼지 일으키던
자갈밭 비포장도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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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안개에 쌓인 길 위에서
아침에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비관했고 한 남자를 원망하며 울었다
정오에는 타향살이 외롭지만 그 말을 입밖에 낸 적 없이 슬픔을 삼켰다
오후에는 질긴 투병으로 홀로서기 연단에 오기를 부렸다
석양에는 신앙의 연단으로 영육이 찢겼지만 다만 살아 있음을 감사한다
끝없이 이어진 길
새싹이 돋아 꽃이 피고지고 단풍이 낙엽 되어 구르는 길 위에서
봄을 기다리며 아직도 무엇을 열망 하는가,
오늘 설레이던 만남이 내일 등 돌리며 헤어질지라도
가장 아름답다는 해질 무렵 겨울 산보 길에 서서
내장에 파생된 갈고 닦아야 할 진주덩이를
분신인양, 가시인양 다독이고 어루만지며
누군가 남겨 놓고 간 그 길을 따라 가고 있다
바위 틈을 뚫고나온 구절초향기 휘날리며 ... .//
[메모] 인생은 편도 차표만으로 떠나는 여행길, 가는길은 있지만 되돌아 오는 길은 없는 외 길.
얻기위해 허비하는 많은 시간의 굴렁쇠, 그러나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종착으로 가는 외로운 길.
인생길, 떠날때 꿈과 소망에 대한 것들을 실어서 '자신을 헐어내는 선택' 도전하는 여행을 했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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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사랑님'을 위해 채우렵니다. / 정정숙
살아온 발자욱마다 골 깊은 사연들
순간순간 추억 속을 헤집으며 오늘을 산다
부질없는 욕망에 가슴 태우던 자아와의 투쟁도
이제는 모두가 삶의 그림자 되어 멀어져 간다.
세월은 짙어질수록 아름다움으로 그리움으로
승화되는 요술쟁이 마음을 신은 선물로 준 걸까
마음의 내리막 오솔 길에서 문득 스치는 아쉬움
눈물 한자락 비치는 일 잦아지고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의 강 속에
첫사랑은 우주가 되어 나를 지켜줄까,
내 어머님은 내 나이쯤일 때 얼마나 쓸쓸하셨을까,
순응해야 하는 오늘이 마음 아리는 때가 많습니다
삶이란 ...
저지른 이의 가슴이라 했던가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눈부신 천연계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평온을 빌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들춰서 헐뜯고 불평하는 마음보다 감사하는 마음
환절기의 고통조차 고운 빛깔로 채색할
황혼의 저 노을 빛 여름이
저만치 이별을 고하는 작은 흔들림도 소중하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기에
향기로운 것들만 '첫사랑님'을 위해 채우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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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초심으로 / 정정숙
아침이슬 밝으며
걸음마 하던 유년의 숲길
정오엔 우람한 나무 되어
싱그러운 그늘 드리우더니
고운단풍으로 낙엽 되어 떠난
만추의 그 자리에
겨울이 허무를 다독이며 울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새벽별 헤이며 걸어온 길
소맷자락 잡는 칼바람
발목을 거는 여름넝쿨
상처를 헤집던 가을 가시도
돌아보면 모두가
사계절 환절기 참 삶의 여정이었습니다
시작과 끝이 없는 세월
내 생전, 멈출 수 없는 삶의 길
가장 아름다운 해질 무렵의
노을을 보며
사랑, 믿음, 소망이란
삼색댕기 엮으며
두 눈 비비고 다시 또 일어섭니다
연륜,
나이가 아닌 삶의 연륜을
가슴에 쌓고 또 쌓으며
신앙의 연단에서 생존하기 위한 투병으로
불도저가 밀어도 다시 일어서는
영원을 사모하는 믿음의 성을 쌓습니다
영원을 향한 초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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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향기와의 약속 / 정정숙
향기는
겨우내 먼 길을 떠나지 못했다
회색빛 콘크리트 매연 속을 맴돌며
나무와 꽃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걱이는 갈대밭과
설매 타는 강가에도 가보고
그러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질 무렵 황혼을 생각하며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기도 한다.
새 봄이 오면
꽃 나뭇가지마다 싹을 틔우고
나비 때 불려 들여 춤도 추게 하고
새 두어 마리 불러 앉혀
노래도 함께 부르며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구절초처럼
아홉 마디마디 맺힌 슬픔도 함께 하기로 한 약속
향기는 오직 그것을 위해
오늘도 사나운 바람과 대적하며
봄을 기다리는 나목과 혹독한 겨울을 앓고 있다.
[메모] 자나 깨나 가장 아름다운 항혼의 노을을 생각하며 첫사링님을 향한,
내 삶의 멍애! 육신의 상처 투성이 만큼 고운 향기로 살고 픈 소망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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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목련이 피던 날 / 정정숙
목련꽃 피어나던 봄 날
무지개 사랑은 아롱거렸다
무서리 내리고
꽃샘바람 몰아치던 환절기
가슴의 피가 역류해도
하마 놓지 못하던 끈끈한 애욕
세상의 인연도 하늘의 필연이었을까,
꽃도 지기 전에
내 사랑은 도지고 진 물려
상처를 보호하려는 진주가 생기고
절대 고독을 씹고 또 씹어
곰삭은 생체기는
애잔하게 타는 노을에 젖는다
다시금 봄이 오고
내 마음 속 하얀 목련은 피어나
새 생명의 가시 돋는
창조의 허락과 약속
늦은 비 성령의 열매를 날마다 그리워한다.//
메모: 한참동안 '문학의 뿌리'인 고향도, 하늘 본향의 쉼터도 찾지 못했지만,
하얀 목련 피고 지는데 이렇게라도 아직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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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아, 야한 밤 / 정정숙
햇살이 놀다간 뜨락
손 벌리면 잡힐 듯한
눈썹달이 방글거린다
내장에 진주덩이가 파생하던
삶의 곡예는
시야를 가리던 먼지 탓
딸에게 엄마 노릇 못해 쌓인 앙금,
초생 달 맑은 웃음에
막둥이가 떠올라 먼지를 털어 내면
휘영청 중천을 밝히는
장남 모습 닮은 배불리기
둥근달이 살그머니 엄마를 잡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듯
약 콩 검은 깨로 선식 만들고
김치를 담궈 날랐다 쏟는
정성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마음
바람을 안고 뒹굴며
초승 달 만월이 되도록 연애를 한다
구절초향기 따라
거북님이 보내온 성탄 선물
예쁜 머플러를 딸에게 줄까,
살갗을 간지럽히는 소슬바람
빛나는 별님 벙글거리는 고마운 달님
생전에 이럴 때도 있나니
깊은 한 숨 잦아드는
텅 빈 엄마의 마음바다여,
평생의 소망이여. //
[시작메모]
못다한 엄마의 마음에 쌓여온 앙금들. 하나씩 풀러 나가고 있는 아아 야한 밤,
항상 무엇인가 해야할 소망이 있다는 것은 삭막한 가슴을 촉촉하게 젖게 하여 준다.
살면서 그리워하고 싶은 사람 맘껏 주면서 그리워하라. 가슴이 먹먹해 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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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또 한 해를 보내며 / 정정숙
꽃 샘 추위에 시린 심장
녹색 열정으로 태우고
고운 자태 뽐내던 단풍물결
한바탕 출렁이다 떠난 자리
희망을 턱거리 하던 춘삼월
푸른 잎 새 여름을 부르다가
단풍 되어 먼 길 떠난 자리
다시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찾아오면
못 미친 그리움만 눈꽃으로 피어난다
섣달의 가쁜 숨 몰아쉬며 걷는 길은
나신(裸身)으로 얼음 위를 걷는 느낌
투병의 터널을 헤쳐 나온
회한의 상념들이
오색풍선이 되어 하늘을 맴돈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내달리는 오늘 하루가
내일이면 어제로 돌아설지라도
산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질긴 생명
구절초처럼, 아직도
참 삶을 살고픈 가슴 앓는 12월.
[메모] 달이 가고 날이 오는 무거운 투병의 세월에 이끌러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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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겨울 구절초 향기 / 정정숙
바위를 뚫고나온 구절초
찬바람 에인 마디마다
피토하듯 검붉은 상처가 도지고
갈대 숲 길손에게 손짓하는 향기
가쁜 숨 몰아쉬며 너풀대는데
새하얀 눈썹달
만월로 기우는 동안
노 저어 가는 서녘 하늘엔
발갛게 익은 연시 몇 개 걸려있다
바다에서 해 뜨고 진다는
왜목 마을에도 하루같이
태양은 삼 백 예순 날을 돌아
오늘을 밀고가고
여인의 치맛자락 여미게 하는 겨울
그래도,
쓰다듬고 가는 구절초향기
이 순간만은 살아 있음을 감사한다. //
[메모] 항상 고뇌하는 가운데 꾸준한 창작으로 얻어진 결실이다.
더도 덜도 말고, 이만큼만 견딜 수 있는 건강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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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탁기의 변(辯) / 정정숙
물과 가루비누의 사랑이 시작 된다
청결을 약속하는 만남 일정한 마찰음의 기계소리가 부드럽다
돌아도 더 돌고 싶던 회전목마 어린 날의 추억이 귀속을 파고든다.
신바람을 내며 뒤섞여 돌아가는 빨래의 멜로디
일상의 만남에서 헤어짐의 묵은 얼룩을 씻어내고 있다
딱 소리를 내며 땟물을 쏟아낸다.
인간의 관계형성, 눈만 뜨면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치러야 하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버리고 지워야 할 찌꺼기를 시원스레 몰아낸다
편견과 이기심, 욕구와 욕망, 경쟁에 찌든 구역질나는 배설물들
해야 할 말, 하지 않아도 될 말 마음에도 없는 말이 돌고 또 돌아
헹굼의 맑은 물이 고여 온다.
뒤엉켜 비틀어진 옷가지들이 헹구어 낼 불순물을 찾는다.
불편한 감정과 오해, 불만과 노여움이 깨끗한 물로 풀려 나간다.
생각은 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감정이 앞서는 앙금들,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과의 마찰은 먼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사이에서
편견과 사랑하고 미워하는 두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는지,
순수한 애정만으로 고인 가슴에서 편협했던 생각들은 헹구어 버린다.
두 번째의 헹굼에서 더 몰아 내야할 묵은 상처는 무엇일까.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나쁜 버릇을 개성이라고 미화하려는 마음인가
서툰 사랑의 표현을 천성이 과묵한 탓이라고 핑계를 댄 적은 없는지,
애정결핍을 사랑받지 못한 탓이라고 변명으로 합리화 한 적은 없었는지
탈수를 알리는 빨간 불이 깜박인다.
유혹의 흡입기, 소유에 대한 충동이 바람을 일으킨다
값비싼 상품의 진열 현란한 몸차림, 색시미가 사방에서 유혹한다.
원심력에 끌려 빠져 나가야 할 것은 나태한 정신력 바람개비 과시욕이다.
세탁이 끝났다는 버저가 울린다.
빨래를 끝낸 옷가지나 양말들이 해체를 거부하며 덩굴처럼 뒤엉켜있다
세타 소맷자락이 속내의 허리를 휘감아 돈 채, 티셔츠가 바짓가랑이를 물고 엉켜든 채,
노조단합을 맹세하는 시위처럼 부둥켜안은 의복들의 묵언 ㅡ 우리도 빨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가족이 일터에서 제 몫을 다하는 모습처럼,
다시 또 내일의 얼룩이 묻겠지만 오늘 있었던 세탁기와의 대화를 떠 올리며 나는
즐겁게 버튼을 누를 것이다. 더러워진 오장육부도 이끼 낀 오감도 청결을 약속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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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세탁기를 돌리며 / 정정숙
세탁기를 돌리는 날
빨래의 원시적 축제가 시작 된다
춤추고 노래하는 추억이 돌고 돌아
새 생명과 새 희망의 부활을 유혹하는
저 처절한 몸부림,
시를 세탁하고
내장을 씻어낼 수 있다면
기억보다 선명한
추억보다 애틋한
욕망보다 강렬한
희망보다 더 설레는
아름다운 시를 치장할 수 있을 텐데,
내 사랑에 전원을 넣어
육체와 영혼,
기형이 된 내장까지 빨래하고 싶은 날
전자동이기에 빨 필요 없다고
믿는 자존심마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오늘은 햇볕이 웃는 날
옷고름 여미는 바람마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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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희망을 세탁한다 / 정 정 숙
빨래하는 날
더러운 욕망에
새하얀 꿈 가루를 풀어
얼룩진 추억을 돌린다
현재를 헹굼으로,
과거를 탈수로
미래는 세탁만이 희망이다
세탁으로
구겨진 순결을 다릴 필요는 없다
물과 가루비누의 사랑이 시작 된다
딱 소리를 내며
땟물을 쏟아낸다
헹군 물이 고여 온다
두 번째 헹굼에서
더 몰아낼 얼룩을 찾는다
탈수를 알리는 불이 깜박인다
이내 세탁이 끝났다는 버저가 울린다
삐이익 삑삑 삐이익
내 손을 떠난 세탁물이 다시 돌아온다
탈수증에 걸린 나의 인내에
햇볕을 부어 넣기 위해 조심스레 건조대로 옮겨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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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시 돋친 장미 / 정정숙
뻥 뚫린 가을 하늘
소나기 목 놓아 울던 날
억울한 오기
애끓는 화가 치밀어
마디마다 가시 곤두세우고
찔린 상처 참느라
번개 천둥 토해내며 혈서를 쓴다
이른 아침
눈물 머금은 노란 은행나무
한 뼘은 자랐고
아픔 삼킨 장미
빨갛게 분 치장하고 날카로운 가시 세운다
첫사랑님 그리움에
기나긴 동면(冬眠)을 털고
붉디붉은
5월의 여왕을 꿈꾸며. //
[메모] 아픈 만큼 성숙하듯이 창작에 대한 고뇌가 깊을수록 작품은 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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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구절초 꽃잎처럼 떠나야 했다/정정숙
이 가을에
눈 딱 감고 훌쩍 떠나야 했다
코스모스 하늘거림
날려갈까 두렵지도 않고
한 점 소슬바람에
새 울음이라도 좋아
앙가슴 터지도록
이 가을에 훨훨 날고 싶었다
멈춰 설 자리 그 길에
기다리는 무엇이 없다 해도
코끝에 스치는 가을의 밀어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으리,
구절초 꽃잎처럼
가을향기 휘날리며
그냥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글사랑 샘터
일주년 기념 정모 가을나들이
대전 송탄 미술관
구절초향기 그윽한 수련농장은
나보다 먼저 가을이 와 있었다.
2007.10.21 / 풍요로운 가을 한 바구니 가득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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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 사랑은 익어가고 / 정정숙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글 사랑 열매가
탱글탱글 영글기를 바라던
5월의 푸른 교실 스터디방
새가슴 들락이던
촌장 창작지도교실
스승과 제자의
따뜻한 정 흐르던 시원동산
태평양 건너서
주고 받던 애절한 언어
꿈과 소망을 먹고 자란
시와 수필이란 등단 길
아직도
그 열정을 품고 처음 그대로
광활한 우주를 날아
문학을 꿈꾸는 마음
지구가 한없이 좁기만 하다. // - 20009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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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참... / 정정숙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사랑하면 할수록
외로운 건
더 채울수 없어서인가요
그리워 하면 할수록
쓸쓸한 건
다 비워내지 못해서일까요
사랑이란 참
가눌수 없는 무게
어떤 무엇으로도
풀어낼 수 없는 감옥
그것을
詩香으로 가르쳐 주신
선생님 감사 합니다 - 2010년 5월15일
[메모] 비록 얼굴 없는 온라인 글이지만 아낌없는 격려와 용기를 주시던
시원의 스승 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의 글' 한 소절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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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팔꽃 / 정정숙
싱그러운 녹음(綠陰)
화려한 정오의 열정에
움츠러드는 꽃잎
철 지난 계절을 탓 한다
바람에 떠밀려
성가심을 뒤로한 채
담장을 힘겹게 줄타기 하는
초연한 나팔꽃
내 젊은 날의 술래 같은
연보라 진보랏빛 보가시 초상화(肖像畵) 되어
낯선 거리를 스치는 향기가 된다
어쩔 수 없는 체념
사무친 고독의 계류(繫留)된 시선
바람에 실려
이윽고 한 줄의 멜로디로 피어난다.
메모: 오그려 더는 나팔꽃을 보면서 건강으로 하여 위축되는 자화상을 보았습니다
주석 : 보가시란 진하고 연한 여러가지 섞여 어울어지는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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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별리의 진통 / 정정숙
잠긴 목이 돌아오려면
세상을 등져야 했다
말조차 잃어버린 당달봉사
밤을 통곡하던 가슴앓이
고독이란 검붉은 모래성은
강을 지나 바다에 쌓였다
침묵으로 일관한 20년 세월
홀로서는 벙어리 냉가슴
뼛속을 휘젓던 절규
건조증만 빙점 되어
강물 따라 바다로 흘러갔다
가족의 그림자를 밟을 때마다
귀소의식의 강박관념
절름발이의 사무친 그 서원은
회귀본능이 되어 이제 안식을 얻는가,
별리의 통증 속에
그렇게 살아야 했던 고해
바다여, 너는 알고 있겠지.
첫사랑 당신의 동행으로 살아 냈습니다.//
[시작메모] 벙어리, 잠긴 목이 돌아오려면 조용한 산사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1992년, 경기도 분당 개척지에 금단의 동지를 틀고, 투병의 세월을 보낸지 20 여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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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나, 등걸을 보며 / 정정숙
흘러간 연륜의 파편들
팔 다리가 잘려 나간 밑동
부끄럽고 흉하기보다
견고한 고집스러움으로 버티고 있는
풍화된 추억의 조각 네게서 ‘나’를 본다
그대와 더불어 뒹굴던 풍경
잎을 피우고 가지를 키우던
그 찬란하던 설레임
아득한 그리움은
바람에 부대끼며 비에 젖는가,
새싹이 움틀 때 두근거리던 가슴
작은 가지들이 모여
또 다른 풀뿌리 살리고
형체만 남은 그대 눈빛의 미소
내 기억 메마른 도시가 되어
세월에 마모되어 가는 내가 보인다
아직도
접지 못하는 꿈
뜨거운 무엇이 화들짝 치밀 때
비로소
너, 생명의 의자 나무 등걸에 나 걸터앉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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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삶의 곡예 / 정정숙
딛고 춤을 출
사다리가 시원치 않아
저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한바탕 격정이 술렁이고
존재가 조각나 흩날리는 꿈 풍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통 골격이 되신 주님
그대로 인해 일어서고
그대를 딛고 줄타기 합니다
그러면
오기부리지 않아도
만용을 부리지 않아도
더 이상 불안하지 않습니다
행여
내가 떨어져
다른 사람 누군가
상처 입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 자양분
새벽이슬
방울방울 매달린 풀잎
잠자는 영혼에 햇살 배시시 웃으면
투명하게 빤짝이는 방울
잔잔히 스미는 일용할 자양분
오늘의 풀밭이 싱그럽게
내일의 열매가 영글도록
미명에
푸른 하늘을 우러러 두 손 모은다. //
[시작메모] 인생살이는 곡예놀음 새벽 기도회에 가는 길이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글쟁이는 글을 쓸 때가 제일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어떤 한 가지 일에 꾸준히 매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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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꿈 날개/ 정정숙
아주 어릴 적
구름 위를 날고 싶었다
뒷동산 잔디에 누워
온종일 하늘을 우러러
어디인지 모를 파라다이스를 향해
나는 꿈을 꾸었다
포기와 체념으로
날고 있는 너를 접어야 했을 땐
세월저편
이슬에 젖은 고개 숙인 날개가 되어
세상 밖에서 문명과 사람을 외면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영생에 대한 꿈 멈출 수 없어
석양하늘 무지개를 그리워하나 보다
황혼을 물들이는 생명선
그 찬란한 빛이여,
꿈이여, 날개여. //
지난 300년 동안 유럽 인들은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들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오지는 못했지만 꿈을 가지고 왔다.
나라가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원은 그 나라 국민들의 꿈이라고 믿는다.
미래의 성공은 오늘 품고 있는 꿈으로부터 발전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꿈과 의지는 무엇보다 소중한 무형의 재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따라 마음 안에 있는 것, 그런 마음가짐으로 고운 향기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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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하늘이 안겨준 사랑 / 정정숙
생명, 육신의 성전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릴 때
질긴 질병으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일 때
당신은 내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셨지요
'내가 있잖아' 하시면서
타향살이 고학시절 밤길에도
길 잃은 어린양 어미 품에 파고들 듯
당신이 밝히는 등불로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소녀 가장으로
나를 잃어버리고
과거와 현재의 문턱을 넘나들며
원액방울로 얼굴을 묻을 때
뜬눈으로 밤을 새우지 않도록 그 외로움 지켜주셨습니다
님은, 하늘이 내게 안겨 준 사랑
살아 숨 쉬는 순간까지 못다 한 그 사랑을 위해
당신만의 유일한 여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 더 이상 고독하지 않은 것도
당신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나, 이제부터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
바위를 뚫고나온 구절초향기처럼. //
[메모]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하늘이 안겨준 사랑’으로 살아 간다면 세상에 무엇이 부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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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인생역전(驛前) / 정정숙
꽃잠이 밀려오는 새벽
희로애락을 실은 기차여행
파란 희망이 울렁거리고
억지에 반한 검붉은 오기가 넘친다
선과 악
동전의 양면성
담담한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로
용케도 맞이하고 떠나보냈다
잿빛 안개에 젖은 미명을 뚫고
지평선 저 멀리
한 나그네의 추적(追跡)이 낯설다
인고의 엇갈림에
레일 따라 눈은 휘날리는데
바위 뚫고나온 들꽃 한송이 홀로 피었다.
[메모] 끝간데없이 평행선을 긋는 기차 레일위에 눈은 내리고
꽃 잠 속에서 인고의 울음을 삼키며 진주의 아픔을 달래는 한 나그네의 추적이 낯설지만,
기차레일 위에 '영원을 사모하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가슴으로 피워내기를 소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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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엇갈리는 레일- / 정정숙
맞이하는 기쁨
별리(別離)의 슬픔
끈끈한 정 못 잊어
오가는 분주함에 흐르는 세월
급행열차의 희열
특급으로 다가오던 행운도,
완행열차로 흐느적이던 분노도
위기는 기회라고 절규하던 간이역전(驛前)
인생의 정거장엔 초고속으로 석양이 드리운다
엇갈리는 레일 위에 눈은 휘날리고
내장에 파생된 앙다문 입술
응고된 진주의 눈물에도
아직 소망은 있어
내일을 꿈꾸는
아름답고 순결한 황혼이여,
빛이여. //
[시작메모] 거자필반, 회자정리’ 어쩌면 인간사가 이와 같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회자정리’보다는 ‘거자필반’의 필연적 만남을 믿으며 꿈을 이루어나갑니다.
꿈! 장만하고 가꾸기에 따라 완숙한 황혼은 불타는 청춘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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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그대 있으매 / 정정숙
이 마음 머무는 곳마다
그대 숨결 미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아무 것도 없어
그 깊은 사랑을 어찌 잊는 날 있으리요
삶이란 절름발이
산허리 골짝마다
소나기 통곡으로 흩뿌릴 때
운무 속을 헤치고
보듬어 불 밝히며
등불 되어준 그대 사랑에
마음 풀고 은혜로 삽니다
세월 속에 찌들어
마모된 영육이 아우성을 칩니다
첫사랑 그대 있으매
고독에 한 서린 풍경
마디마디 아홉마디
채색하는 질곡의 삶도
바위틈을 뚫고나온 생명처럼
그 향기 차마 곱네요.//
[시작메모]
석양에 걸린 '육신의 가시'가 뒷모습을 우울하게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달래곤 한다
분명 혼자 사는 삶이란 절름발이 일 수밖에 없지만, 십자가의 사랑을 알고 배려의 삭을 틔우고,
'영원을 사모하는' 꿈을 키워가는 것은 신앙인이 스스로 해야 할 사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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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배꽃(梨花) / 정정숙
해질녘
은빛 물결 꽃 잔치
역광으로 비친 눈부신 이 길을,
백옥 같은 설레임 풀어헤치고
살짝 고개든
열 여섯 내 청춘의 옛 이야기
추억 속에 피어난 눈 꽃 되어
그 시절 체취 새김질 하면
순간과 영원 사이에
설핏 번지는 천사의 미소
이화(梨花),
네게
순백의 소망 걸어 놓고
연정을 남기고 떠난 친구야,
오늘 내 앞에서
한 송이 꽃이 되어
허한 세상살이 등불로 반짝인다. //
메모: 역광에 비친 아름다운 배 꽃 사진을 보노라니 젊음날 친구와 거닐던 배 꽃 길이 떠 올랐다.
시는 경험(간접 혹은 직접)과 체험의 소산으로 묘사 하지만, 가능한 한 직접체험에 의한 것일수록
독자에게 더 감흥을 줄 수 있을 것. 비록 짧은 소품이지만 산뜻하고 깔끔하게 표현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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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화석 / 정정숙
엄동설한
가슴에 담는 눈
쌓이고 쌓이면 화석이 된다
하얗고 투명한 마음
영원을 사모 하듯
깊은 가슴 속 은은히
흐르고 흐르다 보면
바위를 뚫고나온 구절초
그 향기에 취한다
만약 내가
널 사모한다면
오래도록 볼 수 있는 화석이 될 수 있을까. //
메모 : 글은 설명으로 전달하기 보다 이미지로 전달되기에 끊임없는 창작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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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겨울나무 너 / 정정숙
엄동설한(嚴冬雪寒)
푸른 밤별 하나 둘 차오르고
벙긋 웃는 둥근 달빛아래서
비로소 자유로운 너
봄에서 여름
잎새의 찬란한 축제
열정으로 합창을 돋우던 너도
이제 놓아버린 무소유
안식을 만끽하는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도
환한 달빛아래 당당한 네 모습
바람의 흔적도 비켜가는
겨울나목,
잠들고 싶지 않는 밤
자연을 사랑하는 너
나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환한 달빛과 애절한 사랑을 하고 있고나. //
[메모] 화자의 모습과 같은 겨울나무가 애처롭다.
하지만 단련된 슬픔 그 너머에는 새싹을 틔우는 소망이 미소 짓고 있다.
겨울나목과 같은 의지와 인내가 있다면 분명 이루고자 하는 꿈은 성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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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설에 핀 매화 / 정정숙
터널을 뚫는
겨울의 아픔보다
태동을 염원하는
시린 달빛이 참담하였다
삭풍에 흔적 없이 사라질까
눈 속에 냉장당할까,
혹독한 시련의
꽃샘추위를 등지고
푸른 설목(雪木) 가지 끝에 걸린 매화
얼음눈꽃 살짝 뜨고 날 부르는
그 슬픈 진주의 눈물방울
봄은 아직 멀었는데
빙점이된 가슴 언저리에
뭉실뭉실 구름 일더니
白梅花(백매화)
붉은 입술 앙다물고
파랑 꽃대에 흰 구름 꽃 한 송이
아스라이 매달려 방긋 웃고 있다.
[메모] 얼음덩이 속에서 녹아 내리는 설매화의 물방울은 자신의 눈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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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겨울 밤 설화(雪花)/정정숙
광란의
삭풍도 고요한 밤
별똥별 여운을 남기며
푸른 새벽바다로 사라질 때
낭떠러지 바위를 틈에 앉은 눈꽃
그래도 돌아올 새봄을 노래한다
시련과 질곡의 밤
해쓱한 달빛아래 떠날 줄 모르고
밤별 난무하는 성근 머리 위
애끓는 사연 가슴에 담아
강설에 피어날 설화
절벽, 설목(雪木)가지에 매달렸다
어차피 봄은 눈 속에서 피는 것
노루귀 화들짝 눈을 뜨면
생성과 소멸은 간만(干滿)의 차이,
움켜쥐면 겨울이고
비우면 봄인 것을,
그것이 꽃이고 사랑인 것을. //
[메모]
밤이 깊은 만큼 여명도 찬란하듯 온갖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삶은 분명 향기로울 것이다.
삶을 시처럼 시를 향기처럼 살아간다면 분명 내일은 행복의 물결이 출렁거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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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단풍잎 하나 / 정정숙
세찬 빗줄기
칼바람에 떨고 있는
나뭇잎
갈 곳 없는 설움에
눈물마저 고드름이 되었다
한 서린 찬바람에
흐느끼는 이파리
소리 없는 기성으로
영혼마저 담장의 화석이 되었다
하얗게 얼어붙은
가녀린 영육의 언저리로
하늘의 조각달 내려앉고
파랗게 질린 샛별들이
오돌 오돌 떨면서 불침번을 섰다
언제 봐도 애처로운
단풍잎 하나
흔들리며 비바람에 날아가지만
떠나는 그 몸짓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그리움의 연서다
동지섣달 지린 햇살
환절기를 온 몸으로 껴안고
세상에서 제일 고운 단풍으로
봄비 속에 다시 피어날
너를
누가 마지막 잎새라고 했더냐. //
[메모] 마지막 단풍잎을 떠나 보내고, 창작의 불을 지펴가며 뜨겁게 올 겨울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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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마지막 잎새 / 정정숙
정열의 잎새
영화로운 시절 바람에 날리며
너 보다 나의 삶
슬픔에도 화려했었노라고
절규를 토해내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
여름날 아홉 마디마디 몸살 앓던 생체기
상흔의 추억 가슴에 간직한 채
바위틈을 뚫고나온 구절초
다가 올 찬비로 겨울 껍질 깨고
엄동설한 봄눈 녹으면
분홍 꿈으로 다시 피어날 게야,
바람이 알고 구름이 보리라
떨어져 누운 낙엽 이파리 토닥이며
이제 겨울 찬비에
고개 떨구며 갈 길 재촉하는
마지막 잎새 하나
이 겨울 심해(深海)로 떠나는 것은
끝이 아닌,
환생(幻生)하는 시작이라고
잠시잠간 영생을 위한 이별이라고. //
‘마지막 잎새’ 끝이 아닌 시작으로 슬픔도 희망으로 환치시키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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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낙엽(落葉) 너 / 정정숙
여름날 찬란하던 너
하나 둘 우수수 흩날리는 아픔
서성이는 발길에 차이고 밟히며
모래성 쌓았던 날들 기억하라 이른다
가슴속 저 밑바닥
아직도 남아 있는 임의 말 한마디
'정결한 향기로 살아라'
눈물로 헹궈보는 꿈 하나 길 위에 뒹군다
길바닥에 누워있어도
엄동설한에 묻혀 있어도
스스로 빛나는 것은
꿈을 가진 찬란한 너의 이상
버려진 것 같고
밟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보시로 내어주고
또 다른 잎을 틔우기 위해
버리지 못하는 무지개 꿈 키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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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가을 연서(戀書) / 정정숙
나뒹구는 단풍잎 차마 서러워 또 하늘을 본다
화상이식 가슴앓이 통증
아려오는 그리움 그래, 그는 알까,
오솔길 발자취 알록달록한 사연
조락으로 사라질 때
코스모스 미소를 떠올리며
사랑 가득 품은 님 향기
낙엽에 차곡차곡 그려 본다
서랍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못다 피운 사랑
이끼 낀 엽서의 애달픔
첫사랑 그 님은 알고 있을까,
초심으로
당신을 사무치게 사랑한 것이
결코 헛됨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지나면 짙어질까
세월이 더 흐르면 익어 갈까
때로는
단비로 왔다 옷깃만 적시고
바람처럼 가버린 무정한 님아
손짓하는 창밖 햇살
부서지는 이름으로 그려보는
끝내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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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분당, 중앙공원의 아침 / 정정숙
새벽 여명을 뚫고
얼키고 설킨 안개 속
속살 드러낸 하얀 세상
먼 산 응시하는 동공 속
이슬에 젖은 산 그림자
아롱 아롱 숨바꼭질 한다
향 그윽한 단풍 내음
사박사박 내딛는 걸음걸음
님 그리는 낙엽 발등을 적시고
유혹하는 저 하늘본향
오색 단풍 잎 요염한 자태로 가을을 속살 댄다
어느사이
짙은 안개 산허리 휘돌고
그 속에서 실눈 뜨는 아침
미소 머금은 밝은 햇살
흥겨운 가을잔치가 한창이다.
[메모]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분기점에서 소담스런 가을 냄세를 접한 날,
비록 을씨년스럽고 기나긴 동면의 초입이지만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날들을 가꾸어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0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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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정정숙
타는 노을
빨간 단풍의 현기증
낙엽 속에 몸을 던진 가을하늘
서산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한 계절 다 살고 난
마지막 잎 새처럼
이렇게 구절초 향기가 된 까닭이다
바람꽃 속삭임
색동 옷 자락 나부끼며
겨울로 가는 나뭇잎
봄이 오면
연둣빛 새싹의 날 꿈꾸는 황혼이 있다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
생기 있을 때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그렇게
떠나는 낙엽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
[메모] 그렇다.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을 향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고 두려워하기보다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삶.
그립고, 보고 싶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한 청춘의 삶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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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바람꽃 / 정정숙
야간 방과후
때늦은 귀가 길
회오리가 몰아쳤다
황량한 밤거리에도
꿈을 그리던 아침 창문 너머에도
가녀린 가슴팍을 쥐어짜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 싸늘함 속에
아랫목 온기가 녹아내릴 때
흐느끼는 가슴앓이 생존의 파편들
그저 값 싼 감정도 없는 그림자였을 뿐이다
마음 없는 척, 느낌 없는 척,
하루살이 맴을 돌듯 침묵하던 벙어리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며
호올로 버둥거리다 스스로 일어서는 흔들림
그렇게 세월이란 물레질에 수액을 날려 보냈다
흘러가는 게 시간이고
머물지 않는 게 바람임을,
의식이 있는 순간까지
참삶을 향한 오색풍선 날개 짓
순수를 노래하는 초심으로
이제 들판(군중)과 더불어 살아야지
구절초향기 산들 한들
나비와 꽃잎의 감미로운 춤사위
꽃술과 입술의 정념을 불태우며
뉴스타트 사랑
그 심오한 의미에 반응하는 바람꽃. //
[메모] 뉴스타트로 인해 결실을 맺은 바람꽃, 그 진한 향기를 뽐내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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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뉴스타트 숲으로 / 정정숙
쪽빛하늘 소슬 바람
내 마음도 온유하다
염천(炎天) 연단으로 영근 열매
거룩한 찬양이라 축복의 단풍 축제
한 잎 두 잎 날리는 가랑잎
비록 이별의 아픔일지라도
첫사랑님을 향한 순정의 날개 짓
무지갯빛으로 반짝인다
사랑하는 사람아
세월을 이야기하며 홍안으로 걸어오너라
구절초 차 한 잔에 가을을 담아
어둠을 헤쳐온 질긴 투병사리
뉴스타트 꿈 향기로 축배를 들자
사랑한 어제의 시간보다
사랑할 내일의 시간이 아직 남았고
어두운 과거보다 희망찬 미래가 있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잖아
재생과 생명의 빛
쓴맛도 달게 만든 십자가 사랑으로 자축해야지
살아온 날들 외롭다 말고
살아갈 날들 더불어 나누며 감사해야지
구절초향기
인연으로 맺은 사람아,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인생을 노래하며 활짝 핀 미소로 다가오라
우리서로 가을하늘 같은 그런 사람이 되자. //
[시작메모] 세상의 뒤안길에서 눈감고 귀닫고 시련을 연마한 세월의 강을 건너 군중속으로
들어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아픔과 시련의 세월을 딛고 마침내 푸른 하늘을 우러를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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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숲(군중) 속의 축제 / 정정숙
새는 꿈을 꾸며 잠들고 숲은 꿈 밖에서 서성인다
나무는 아픈 울음을 그리움으로 새김질하며
뿌리에서 가지로, 잎으로 과립의 앙금을 실어 나른다
숲이 꿈속으로 잠들면 나무는 눈을 반짝인다
그 영롱한 보석들의 숨결로 다른 싹눈을 사방에 뿌리면
세상은 온통 푸른 바닷물로 출렁인다
넘실대는 푸른 숲은 찬란한 꿈들의 천국
숲은 숲의 색깔이 어우러져 아지랑이 속에 무지개를 피우면
숲 안엔 보물들이 춤사위로 축제의 문을 연다
삭풍은 시퍼런 칼날세워 휘파람만 휘휘 불어대고
여름 폭염은 눈을 부라리고 하릴없이 코만 곤다
바람의 간지러움을 참는 것도 눈발의 회초리를 맞는 것도
모두 빛과 그림자
싱그러움과 그늘을 알기 때문이다
숲엔 숲으로만 통하는 길
인간은 그 길을 가고 있다
자연과 인간,
생명은 사랑이라고 인생을 엮어가며
숲은 그렇게 찬란한 축제로 내일을 꿈꾸고 있다.
※ 뉴스타트 샘터 / ※ 정정숙
하늘의 뜻이 새로워지고
신의 소망조차 아름다운 하루
미래의 세상을 숨쉬는 꿈 밭입니다
밤하늘의 별과 먼동의 아침 해가 빛을 더하고
산과 바다가 동산 숲들의 보석을 찬미합니다.
그칠 줄 모르는 발걸음 그것은 대자연의 숨결
누구의 힘으로도 바뀔 수 없는 싱그러운 텃밭입니다
새 날의 찬란한 생명을 위하여 살아가는
그것은 다함이 없는 십자가 사랑
영생, 내일의 희망이 열리어 오늘이 익어가고
꿈이 여무는 고운 향기가 이 곳에 있어 좋습니다
가슴끼리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뉴스타트 샘터
재림을 품에 안고 시어를 노래하며 계절이 흐릅니다. //
[메모] 시인에게 있어서 시는 바로 자신의 삶이고 생명인 것이다.
사랑과 영생을 노래하는 시인의 삶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슴에서 생성되는
곱디고운 언어로 인생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첫사랑님께 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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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 풍요로운 가을에 / 정정숙
청명한 하늘
물기 말린 뽀송한 손 모아
새아씨의 눈썹 웃음 같은 청초함으로
단풍잎 형형색색
향연으로 피어나고
정오를 지난 중년의 낭만
지는 낙엽의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시련을 연단한 회한을 넘어
내일이면 다시 떠오를 석양아래
아름드리 고목의 중후함으로
섬지기 땀방울 열매
아련한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부풀고
오곡백과 만발한 황금빛 풍요로움으로
장마 뒤 마알 간 햇볕
씨 맺는 종실(從實)의 단맛
사랑의 화신 ‘마더 테레사’의 열정으로
아홉 마디마디 새겨진 꿈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구절초
뉴 스타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첫걸음마 내딛는 초심의 꿈
이 풍요로운 가을에
한 알의 밀알로 태어나야지. / - 청향
[시작메모] 투병이란 절망 끝에서 다시 일어선 재생의 삶,
이풍요로운 동면의 계절에 구절초향기 문학상을 실현 합니다.
용광로에 달구어지고 연단 될수록 쇠가 강해지는 이치이듯,
세상 군중이라는 숲속에서 연마된 진주이기를 소망하면서...
시련과 좌절을 딛고 끝내 가을 햇살처럼 풍요로운 삶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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