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힘을 가진 미래 컴퓨터, 양자컴퓨터
<KISTI의 과학향기> 제3052호 2024년 04월 15일
아래 사진 속의 물체는 무엇일까요?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전선들이 보여요. 사진 속 물체의 정체는 미국의 컴퓨터 회사인 IBM에서 만든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성능을 갖춰 ‘꿈의 컴퓨터’라 부릅니다. 양자컴퓨터가 대체 무엇이기에 슈퍼컴퓨터보다도 빠른 걸까요?
그림 1. 미국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Q’의 모습. ⓒIBM
놀라운 양자컴퓨터 능력의 비밀은?
양자컴퓨터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양자역학’이라는 과학 원리 덕분입니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리 법칙과는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들의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입니다. 2023년 개봉한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보면 주인공인 ‘앤트맨’이 엄청나게 작은 크기로 줄어들어 미지의 양자 영역 세계 속으로 들어가죠. 이 세계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특별한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양자컴퓨터는 이 현상들을 이용해서 정보를 처리하고 계산하는 컴퓨터랍니다.
우선, 양자컴퓨터는 양자 세계의 ‘중첩’ 현상을 이용합니다. 중첩 현상이란, 한 가지 입자가 동시에 서로 다른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를 말해요. 우리가 지금 쓰는 컴퓨터는 ‘비트’라는 정보 처리 단위를 사용해 계산을 수행합니다. 비트는 0 또는 1의 값만 가질 수 있어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특별한 정보 단위를 사용합니다. 큐비트는 중첩 현상으로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한 번에 여러 가지 계산을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여러 갈래로 갈라진 미로를 탐험한다면, 기존 컴퓨터로는 모든 길을 하나씩 차례로 탐색해 맞는 길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해요. 반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다면 마치 분신술을 쓰는 도사처럼 동시에 여러 길을 탐험해 빠르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답니다.
그림 2.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만 가지는 ‘비트’를 단위로 쓰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큐비트’를 단위로 쓴다.
ⓒshutterstock
이뿐만이 아닙니다. 양자 세계에서는 ‘얽힘’이라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두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된 것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이를 이용하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양자컴퓨터들을 마치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시킬 수 있어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즉시 공유할 수 있고, 협력해서 계산을 해낼 수 있죠.
그림 3.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양자얽힘’ 현상을 이용한다.
두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된 것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양자얽힘이라고 한다. ⓒshutterstock
이런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기존의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약물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 더 강하고 가벼운 물질을 개발해 새로운 우주선이나 건물 등을 만들 수도 있죠.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답니다.
전 세계는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 중!
양자컴퓨터는 아직 개발 중이에요. 2019년, 구글이 가장 먼저 53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를 개발해 기존 컴퓨터로 1만 년이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200초 만에 풀었다고 주장했어요. 이후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IT 기업들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죠.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사용하려면 수백만 큐비트 단위까지 성능이 높아져야 하고,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해요. 매년 성능이 향상돼, 현재는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사용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어요. 지난 1월,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2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공개됐어요. 2031년까지 1000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죠. 양자컴퓨터가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해 봐요!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EZ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