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은혜다. 믿음은 하늘의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망의 하나님을 따라 내게 주신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다. 요즘 내 삶은 예전에 하나님을 믿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 중학교 때 교회를 나기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신앙을 삶의 여러 가지 질곡을 통해 하나님께서 조금씩 자라게 하셨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유명 탤런트가 된 '신애라'지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유명세인가를 최근에 깨달았다. 얼마 전 읽었던 <목적이 이끄는 삶>을 통해 하나님이 내게 주신 분명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나를 이 정도로 유명하게 하셨다면 거기에는 합당한 하나님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한 기독교단체와 연결이 됐다. 바로 ‘컴패션’이라는 기독교자선단체다. 대표되는 목사님이 나와 연결되게 해달라고 18개월을 기도하셨다고 했다. 내가 뭐 그리 특별한 사람이라고 그런 기도를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다. 나는 제3세계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사역을 하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결심을 한 것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 성격과 내 유명세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탤런트가 된 것은 대학교 다닐 때이다. 연극에 관심이 많아 연극영화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탤런트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런 내 삶에 대해 하나님의 세밀하신 손길을 지금에 와서야 피부로 느끼며 산다.
내 믿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계기가 있다면 그것은 컴패션의 서정인 목사님과 필리핀의 비전트립을 다녀왔을 때이다.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나는 태어나서 경험하지 못한 귀한 사람들을 만났다. 필리핀 마닐라의 도시빈민지역, 그리고 시골 전원지역의 나가시티와 레가스피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과 그들의 몸짓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필리핀의 비전트립을 통해 새로운 삶의 관점을 가지게 됐다고 고백하는 신애라 씨.
내가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는 우리나라의 달동네보다 더 낙후한 곳이었다. 겨울이지만 그곳은 여전히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또 궁상스러웠다. 더구나 포장되지 않은 흙투성이의 길, 고인 물들은 이 지역이 낙후되고 의료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해 주었다. 나는 일행들을 따라 지저분하고 좁은 길을 걸었다.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래서 잘못 디디면 물웅덩이에 그대로 빠질 것 같은 곳, 그런 길을 지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 같지도 않은 집이었다. 집이 아니라 그저 한 평 남짓되는 칸막이 시설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 집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컴패션이 두 명의 아이를 지원하는 집에 다다랐을 때 거기에는 일곱 명의 식구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홀어머니를 포함해서 일곱 명의 사람이 한 평 정도되는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부엌도, 화장실도 물론 없다. 전기스토브도 없고 냄비 하나에 대야와 물을 담아오는 작은 물동이가 그 집의 가재도구의 전부였다. 방에는 조금 큰 사이즈의 메트리스 하나가 찬 바닥을 막아줄 뿐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일곱 식구가 살까?' 연민의 감정이 내 속에서 끓어올랐다. 너무 불쌍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너무 맑았다. 그저 신기한 듯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근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아이들 중에 컴패션은 두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재정이 넉넉하면 더 많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측은한 마음은 기도하는 시간에 여지없이 깨졌다. 그 집에서 나오기 전에 우리는 함께 기도를 했다. 그런데 기도하자며 고개를 숙일 때 그 아이들 모습 속에서 하나님이 숨겨 놓은 보석을 발견하고 말았다.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려고 고개를 숙인 아이들,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감사해서 하나님께 기도할까? 아이들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 있었다. 정말 불평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 모습 속에서 내가 가진 인간적인 동정은 너무나 값싼 것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리고 내 안에 영적으로 충만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단순히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히려 내게 큰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으로 나는 충분히 배우고 존경할 수 있음을 배웠다. 거기에 하나님이 계셨던 것이다.
▲ 컴패션에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신애라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마닐라를 떠나 나가시티와 레가스피를 방문하고자 했을 때 나는 그곳은 마닐라처럼 환경이 열악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곳도 마닐라보다 사는 환경이 낫지 않았다. 우리는 신경통으로 고생하다가 컴패션의 후원으로 치료를 받아 이제 학교에 나갈 수 있다는 아이의 집을 방문했었다. 컴패션에서는 이 아이가 후원자가 결연(영친)이 맺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영친부모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를 하기로 하면서 처음에는 다섯 명의 아이를 영친으로 맺을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중 한 명을 해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 집 아이의 후원자가 된다는 소식을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했더니 아이의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병색이 완연한 아이의 엄마는 내 손을 겨우 잡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입을 가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빨이 다 빠지고 두 개 정도만 남아 있었다. 내가 한 일이 별것도 아닌데 아이의 엄마는 '우리 아이 살았다'라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기도하는 시간 내내 내 손을 놓지 않고 있는 그녀의 손길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져 왔다.
내 작은 행동이 한 가족에게 큰 희망과 감사 거리가 될 수 있다는 데서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낳아 키운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도움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데서 내 행동이 정말 조심스럽고 또 소중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마닐라의 비전트립은 하나님이 오래 전에 나를 향해 계획하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하나님의 목적에 맞게 준비하시고 당신의 풍성한 사랑을 나누게 하시기 위해 준비하신 일이 바로 컴패션 홍보대사의 일이다. 비록 짤막한 일정으로 다녀온 필리핀이었지만 그 만남 속에서 내 인생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님께서는 발견하게 하셨다.
무엇보다 필리핀의 경험은 내 삶을 하나님 중심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세상에서의 내 위치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순위가 주어지니까 모든 것이 간단해지고 쉬워졌다. 그 동안 살았던 삶의 패턴의 복잡한 잔가지들이 정리되고 굵은 나무가 되는 느낌이었다. 세상을 하나님 중심으로 보는 관점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나는 세인의 관심 속에 1995년에 결혼했고 지금 일곱 살짜리 아들 정민이가 있다. 아이를 낳고 나는 살림과 아이 돌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6년 정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업주부로, 남편 외조로 바쁘게 살았다. 가정에 파묻혀 산 것은 아들 정민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금방 자란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때 돌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훌륭한 엄마는 못되더라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방송출연도 자제하고 6년을 꾹 참았다. 그러나 6년 만에 외출을 했다. <불량주부>에 출연한 것이다.
일단 드라마 출연은 성공적이었지만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야 했다. 드라마 출연을 하는 동안 정민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이 돌봄을 등한히 했다. 집중해서 돌보아야 하는데 그만 시기를 놓쳤다. 곧바로 티가 났다. 그래서 다시 방송출연을 접고 가정으로 복귀했다. 가정이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학교 교육만으로 아이들이 인성교육을 완성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교육은 집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고 바람직하다. 나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의 손길을 느껴야만 정서적 안정을 가지고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남편 차인표 씨와 신앙으로 각별한 가족사랑을 가꿔나가는 신애라 씨.
지난 12월 14일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태어난 지 한살된 예은이를 입양했다. 1년 전부터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아기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아동보호시설에서 자원봉사할 때 임신한 것처럼 10개월 간 아이를 돌보았다. 거기서 예은이를 만났다. 잊혀지지 않는 눈망울과 생글생글 웃는 모습은 내 마음을 애틋하게 했다.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예쁘다. 하지만 집에 와서도 계속 떠오르는 아이는 예은이 하나였다. 예은이가 왜 그렇게 내 눈에 밟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민이와 비슷해서, 아니면 나와 비슷해서 그럴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복지회 선생님들과 의논하다보니 대개 부모와 생김새가 비슷한 이이들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컴패션 비전트립을 통해 나는 가정의 소중함이 가슴에 박혔다. 한 2주간 기도하면서 고민했다. 그래서 결혼할 때부터 입양할 생각을 하던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남편은 고맙게도 그렇게 하자고 허락해주었다. 아이의 이름은 '예수님의 은혜라'는 의미로 예은이라고 지었다. 정민이는 배가 아파 낳은 아들이고 예은이는 오래 기도했다가 가슴 아파서 낳은 딸이다. 하지만 내게는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다.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귀한 인간관계가 바로 입양이다. 정민이도 있지만 또 다른 아이를 원했다. 지금은 내 앞에 예은이가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정말 다양한 축복을 경험하는 은혜다.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사는 복됨이 그리스도인들의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내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하나님께 맡기고 살면 그 평안함을 맛본다. 최근 내게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나를 더 견고하게 하신 것 같다. 정말 감사할 뿐이다.
2005년 12월 16일 교회와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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