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18구간(까치고개-홍동산-육괴정-덕숭산-덕숭산유황오리삼원가든)
1.일시: 2013년 1월 26일 토요일
2.참가인원: 달랑 딱선생, 그윽한미소, 그리고 나. '바람'은 요즈음 신경을 많이 쓴다는 풍문이 있던데,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는지 안 일어났는 지는 알 수가 없다. '구름'님과 '하늘'님은 컨디션 난조로 불참함.
3.오늘의 날씨: 몇년 동안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조망이 탁 트인 날씨를 본 적이 없다. 눈이 부실 정도로 파아란 하늘이, 톡 치면 쨍하고 깨질듯이 명랑하고 청랑하다.
4.소요시간및 거리:6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거리는 약 8km?
출발
출발 전날까지도 봄날처럼 따뜻하고 비까지 내리더니만 당일 날씨가 급작스럽게 영하 10도로 급강하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미국에서는 독감으로 몇십명이 생명을 잃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불현듯 '딱선생'의 "이런 날씨에는 집에 있어 줘야하는데" 하는 궁시렁 궁시렁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갑자기 확 추워지니 몸도 움추러들고 사지가 다 마비되는 것 같다. 추위를 잘타지 않는 나도 그러할진데 '그윽한 미소'와 '딱선생'은 오죽하겠는가?
날도 추워 몸도 마음도 움추러든데다가 '바람'의 최종 불참을 확인한 '그윽한'미소'의 입에서 xxx소리가 나온다. 전날 언질을 주던지 해야지, 바리 바리 싸온 먹거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덕분에 우리의 입이 두배 호강은 했지만...
'바람'의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겠지만 몸이 안따라 주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십분 이해한다. 세상에서 자기 손밑에 가시든것이 제일 아프다고 하질 않던가! 신경 쓸일이 생기면 만사가 다 귀찮은 것이다. 심증적으로 이해 또 이해한다!
그런데 정말로 정맥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이 식은 건 아니겠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평상시 강남터미널의 풍경치고는 을씨년스럽고 사람의 왕래도 뜸하다. 계절의 변동이 사람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 확실히 몸과 마음이 不二 이듯이 자연과 인간도 不二임에는 틀림 없다.
보통의 토요일 홍성행 고속버스는 거의 꽉차서 출발했는데, 오늘은 반도 채우지 못하고 출발했다.
버스는 출발하여 꿈결인지 비몽 사몽간에 어렴풋이 '그윽한 미소'와 '딱선생'의 이빨까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듯 하더니, 갑자기 쏴쏴하며 비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비올 날씨는 아닌데...
눈을 떠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내 뒷뒷 좌석에서 차멀미로 먹은 것을 확인 중이었다.
순간 버스 기사와 나의 눈이 백밀러로 마주쳤다.
나는 아니라는 눈짓을 하고 있는데, 기사가 갓길에 버스를 세우더니 내 뒷뒷 좌석의 불안하고 창피해하는 얼굴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마구 퍼붓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하늘같은 고객이지 않은가?
퍼붓던 말이 심했다 싶었는지 가던 버스를 다시 갓길에 세우고 휴지와 봉지를 같다 주며 깨끗이 치우라고 한다.
버스가 홍성에 도착해서는 불쌍한 그 얼굴의 사나이가 뒷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차마 확인을 할 수 없었다 측은지심의 발로로...
'바람'의 부재로 오늘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막걸리도 부재라 이걸 사야 했는데, 터미널에는 이지역 막걸리인 내포 막걸리가 없다.
이리 저리 사러 다녀봐도 도무지 가게를 찾을 수 없었는데, 기어이 '그윽한 미소'가 사오는 것이 아닌가?
아!'그윽한 미소'의 맛에 대한 열정에 나는 오늘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는데 까치고개는 모르고 오히려 고개 쉼터 개고기집은 잘 알고 있었다 전에 영업을 하던 집이 더 맛있게 잘했다나 뭐라나 하면서...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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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영혼이 떠도는 까치고개, 아니 고개 쉼터 개고기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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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입은 옷이 더워져 한꺼풀 벗으면서 그짬에 그윽한 미소표 곳감을 먹었다. '바람'의 부재로 곳감이 두개가 남았다.
한사람은 못먹는데 누가 못먹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요즈음은 부쩍 단어나 아니면 기억들이 두서없이 뇌세포에서 사라져 버린다. 잠간 옷을 벗었더니 금방 또 땀이 식어 추워진다.
날이 춥긴 추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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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온 능선길.
홍동산 바로 밑에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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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뒤에 산이 가야산이고 그다음 산이 덕숭산이다. 가야산은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안치된 곳으로 이 가야산의 묫자리가이대에 걸쳐 왕이 나오는 길지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오서산 만대 발복지지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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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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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선생'! 이 추위에 잠이 오냐? 홍동산 도착 10시 30분 해발 30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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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라! 저아래 개미가 기어가는 것까지 다 보인다.
오늘은 시간이 널널하여 먹구 놀구 탱자 탱자하며 가기로 했다. 과메기가 요즈음 급 땡겼는데, 이심 전심인지 마침 '그윽한 미소'가 포항의 비급중 비급인 이 과메기를 가져 온 것이다. 잘 익었다는 표현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비린내가 전혀나지 않고 그야말로 찰지고 옹골지고 감칠 맛나게 잘 익었다. 본시 이과메기는 너무 말라도 안되고 또 너무 덜 익어도 안된다. 덜 익으면 찰진 맛이 떨어지고 너무 익으면 딱딱해서 못쓴다. 이 과메기는 마춤 익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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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괴정앞에서...이나무가 무려 300년이 된 나무란다. 여기가 수덕고개라고도 하는데, 여기부터는 도립공원 구역이라 도로를 따라철조망으로 에둘러쳐져 있다. 아마도 수덕사에서 쳐논 철조망이 아닐까? 입장료 수입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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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철조망을 넘으면서 일백 오십 만원을 벌었다. 무단 출입시 벌금이 두당 오십만원씩이니 말이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가도 되는데 왜 똥꼬가 옴찔하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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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우리가 밟고 가는 능선길이 원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난 또 다른 능선 길이다. 원정맥길에서는 볼 수 없는 바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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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뭐같이 생겼다! 하늘에다가 주먹질해대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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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장강에 흐르는 물처럼 청렴하고, 마음은 뜬 구름처럼 시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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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 온 능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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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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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산 정상 도착 오후 1시 30분 해발 4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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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전경
덕숭산 동영상. 덕숭산 바로 밑에서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복분자 술을 빨고있다.
오늘밤에 요강들을 엎을라고 작정들을 했나 보다.
덕숭산 바로 밑에서 밥을 먹었는데 잘먹고 나서 엄한 곳으로 빠져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나본들 고개로 가질 못하고 다른 능선길을잡아 내려 왔다 더 험하고 힘든 코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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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눈썰매장 능선길을 타고 내려왔다. 원 정맥길인 나본들고개는 '딱선생'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좀더 올라가야 한다.
오후 3시 45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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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산과 산이 만나는 능선길이 나본들 고개다.
여기서 수덕사까지 택시를 불렀는데, 이택시 미터기를 도착하자 확인해 보니 이미 시작부터 만원이 넘어가 있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우리가 타고 간 거리는 4,000원 정도 밖에는 안되는데 만오천원이 나온 것이다.
칼만 안들었지 날 강도들이다 하나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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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부처님을 호위하는 신장들.
다리도 아프고 택시 기사에게 초장에 사기를 당해서 그런지 그다지 수덕사에 대한 감흥이 나질 않고, 부석사의 무량수전에 비해서는 보물이나 다른 볼거리도 적었다. 관광지화 되버린 느낌이다 천년 고찰이...
수덕사 주차장에 마침 시내버스가 정차되어 있어 그걸 타고 삽교역까지 와서 새마을로 용산까지 올 수 있었다.
용산에 도착하니 8시경이라 '바람'을 불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합류하여 뒷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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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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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본 생우럭구이인데 살이 쫀득 쫀득한 것이 회와는 또 다른 특별한 맛이다. 회를 놔두고 이렇게 구이를 먹어 본 것도 처음이고 아무튼 새로운 맛이다.
이렇게 질펀하게 먹고는 마지막 입가심으로 '바람'이 노래방을 쏜다고 해서 거기서 또 한시간을 때리니 어느덧 나의 집에 갈 차가
끊어질랑 말랑하는 것이 아닌가?
헐레벌떡 '그윽한 미소'와 택시로 동승하여 합정역에 도착하니 마침 버스가 있었다. 오전 한시 경에 탔는데 아직 막차가 있다고 하니 여기서 적어도 1시 20분경까지는 광역 버스가 있는 모양이다.
오늘 모두 다 고생했다 먹구 노느라구!
나의집 도착 2시 20분.
너무 즐겁게 먹구 노느라 똥꼬가 벌렁거려 내가 애지중지하는 모자를 횟집에 흘리고 온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에 확인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고이 모셔놓고 있었다. 완벽 회수!
첫댓글 덕숭산에서 수덕사로 내려오며 암자 들을 봐야 하는데..좀 아쉬웠다...왕우럭구이는 지금도 입맛이 다셔진다..다음엔 참돔구이가 어떨까?..2013년 첫 금북..행복했습니다..청학 고생했다..그리고 다같이 산행 못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다음번엔 꼭 이 행복을 같이 했으면 합니다...
위에서 부터 찬찬히 내려오면서 봤으면 좋았을 걸...이번에는 꼭 경허선사의 진영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못봤네! 언젠가 인연이 되어 한번 다시오겠지, 아쉽지만 말이야! 택시 기사의 강도짓만 아니면 충격 덜받았을텐데, 동서남북좌우할 것 없이 돈독들이 잔뜩들어 가지고 서리!
ㅋㅋ 이번엔 8km를 6시간도 넘어 주파하는 기록을 세우셨네요.
우리는 그날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를 봤답니다.
웃기는 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줄줄 울어대느라 손수건 좀 적셨지요.ㅋㅋ
요즘 바람님이 바람이 나셨나 두번이나 불참하시고...ㅠㅠ
추운날 고생 많으셨어요...
저도 싫컷 울어 봤으면 좋겠읍니다. 남자들은 그런 것에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어릴때부터 "남자는 우는 모습보이는 것 아니야!" 하는 교육들을 받고 자라서 하나같이 시원하게 울지 못합니다. 다들 바보들이죠! 교육탓이기도 하구요!
희노애락애오욕을 잘 구사할 줄 알아야 진정한 인생인데 말이죠! 다음에 뵙쬬!
추운날 고생은 하셨어도 즐거운 산행이었네요,
서해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따라 나서야하는데.....
청학님 산행기는 재미있어 기다리는데 왜 이리 늦게 올리셨는지....
황송하옵니다! 공사가 다 망해서 그리 되었읍니다. 농담이구요! 게으름이 골수에 박혀서 빠지질 않네요!
아무튼 서해바다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읍니다. 이제 바다 냄새 맡으러 나오시지요? 다음 산행 때 뵙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