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王問太公曰, “王者帥師, 必有股肱羽翼, 以成威神, 爲之奈何?” 太公曰, “凡擧帥師, 以將爲命. 在其通達, 不在一術也. 因能授職, 各取所長, 隨時變化, 以爲紀綱. 故將有股肱羽翼七十二人, 以應天道. 備數如法, 審知命理. 殊能異技, 萬事畢矣.” 武王曰, “請問其目?” 太公曰, “腹心一人. 主潛謀應猝, 揆天消變, 總攬計謀, 保全民命. 謀士五人. 主圖安危, 慮未萌, 論行能, 明賞罰, 授官位, 決嫌疑, 定可否. 天文三人. 主司星曆, 候風氣, 推時日, 考符驗, 校災異, 知人心去就之機. 地利三人. 主三軍行止形勢, 利害消息, 遠近險易, 水涸山阻, 不失地利. 兵法九人. 主講論異同, 行事成敗, 簡練兵器, 刺擧非法. 通糧四人. 主度飮食, 備蓄積, 通糧道, 致五穀, 令三軍不困乏. 奮威四人. 主擇材力, 論兵革, 風馳電掣, 不知所由. 伏旗鼓三人. 主伏旗鼓, 明耳目, 詭符印, 謬號令, 闇忽往來, 出入若神. 股肱四人. 主任重持難, 修溝塹, 治壁壘, 以備守禦. 通材三人. 主拾遺補過, 應偶賓客, 議論談語, 消患解結. 權士三人. 主行奇譎, 設殊異, 非人所識, 行無窮之變. 耳目七人. 主往來, 聽言視變, 覽四方之士, 軍中之情. 爪牙五人. 主揚威武, 激勵三軍, 使冒難攻銳, 無所疑慮. 羽翼四人. 主揚名譽, 震遠方, 搖動四境, 以弱敵心. 游士八人. 主伺姦候變, 開闔人情, 觀敵之意, 以爲間諜. 術士二人. 主爲譎詐, 依託鬼神, 以惑衆心. 方士二人. 主百藥, 以治金瘡, 以痊萬病. 法算二人. 主計會三軍營壘, 糧食, 財用出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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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이 물었다.
“군주가 군사를 이끌 때 반드시 팔다리 및 새의 날개 같은 보좌진의 도움이 있어야 혁혁한 위엄을 드러내게 되오. 어찌해야 좋소?”
여상이 대답했다.
“무릇 군사를 일으켜 용병하려면 장수가 전군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게 하면 됩니다. 군대를 부리려면 반드시 임기응변에 능해야 합니다. 하나의 전법만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인재의 활용이 관건으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관직을 내려 장점을 발휘하게 하고, 정황에 따라 수시로 조정하는 것을 규율로 삼습니다. 장수에게 팔다리와 새의 날개 같은 보좌진 72명을 두어 천도에 응합니다. 규칙을 좇아 병력 수를 갖추고, 천명과 사리를 좇아 자상히 살핍니다. 장수의 보좌진은 각기 상이한 능력과 기능을 지닌 자들을 모두 포괄해야 합니다. 그러면 군내의 모든 일이 순리를 좇아 완비하는 셈이 됩니다.”
무왕이 청했다.
“청컨대 보좌진 72명의 직위와 직책에 관해 듣고자 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복심(腹心) 1명을 둡니다. 은밀히 돌발적인 일에 대비하고, 하늘의 뜻을 헤아리며 재변(災變)을 없애고, 여러 계책의 입안을 주도하고, 병사의 목숨을 보전하게 합니다. 모사(謀士) 5명을 둡니다. 부대의 안위를 도모하고, 미연에 형세변화를 고려하고, 병사의 품행과 능력을 분석하고, 상벌을 명확히 하고, 재능을 좇아 관직을 내리고, 의혹이 있는 사안을 결단하고, 가부를 정하는 일을 주관하게 합니다. 천문(天文) 3명을 둡니다.
천상(天象)과 역법을 관장하고, 바람과 기후를 관측하고, 일진을 헤아리고, 천의(天意)와 인사(人事)가 부합하는지 살피고, 재이(災異)의 배경을 분석하고, 군심의 향배와 원인 등을 알아내도록 합니다. 지리(地利) 3명을 둡니다. 군대의 행군과 숙영하는 곳의 지형과 지세를 살피고, 전장의 지형이 미치는 영향 및 양측의 강약 변화 등을 분석하고, 전장까지의 거리와 지세의 험이(險易)를 살피고, 물이 마르며 산이 막힌 것을 살피고, 아군이 지리적인 이점을 놓치지 않게 면밀히 대비하도록 합니다.
병법(兵法) 9명을 둡니다. 각종 병서에 나오는 병법의 차이를 토론하고, 역대 전사(戰史)에서 승패의 교훈을 찾아내고, 각종 병기를 선택해 훈련을 시키고, 군율을 위반하는 자를 검거하도록 합니다. 통량(通糧) 4명을 둡니다. 군량을 포함한 군수물자의 수급상황을 헤아리고, 군수물자를 넉넉히 비축하고, 양도를 확보하고, 군량을 영내로 조달하고, 전군이 곤핍하지 않도록 군수물자 수급에 만전을 기하게 합니다. 분위(奮威) 4명을 둡니다.
무예가 뛰어난 자를 선발하고, 뛰어난 장비의 선택과 배급 등을 논의하고, 바람처럼 내달리며 벽력같이 움직이는 까닭에 어디서 출현하는지조차 모르게 하는 일 등을 도맡게 합니다. 복기고(伏旗鼓) 3명을 둡니다. 군기와 전고(戰鼓)를 관장하고, 군령이 병사의 귀와 눈에 정확히 전달하도록 하고, 적을 속이기 위해 가짜 부절과 인장을 만들고, 가짜 호령을 발하고, 은밀히 오가는 등 신출귀몰한 행보를 보이도록 합니다.
고굉(股肱) 4명을 둡니다. 무거운 책무를 도맡아 위기국면 타개를 주도하고, 보루와 해자 등을 수축(修築)해 방어에 만전을 기하도록 합니다. 통재(通材) 3명을 둡니다. 장수의 지휘에 소홀한 것이 있거나 과실이 있을 때 이를 보완하고, 사자를 접대하고, 교섭과 담판을 주도하고, 재앙을 없애고 맺힌 것을 푸는 등의 일을 주관하게 합니다. 권사(權士) 3명을 둡니다. 임기응변의 기책(奇策)과 휼계(譎計)를 주도하고, 특이한 작전으로 적이 전혀 짐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무궁한 전법을 구사하게 합니다. 이목(耳目) 7명을 둡니다. 사방으로 분주히 나다니면서 여러 소식을 탐문하거나 수집하고, 형세의 변화를 분석하고, 사방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포함해 군중에서 빚어지는 사건 등 각종 사안의 배경과 정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합니다.
조아(爪牙) 5명을 둡니다. 무위를 사방에서 떨치고, 3군을 격려하고, 어떤 어려움도 무릅쓰고, 강적과 맞서 싸우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도록 합니다. 우익(羽翼) 4명을 둡니다. 아군을 적극 선양하며 그 위명을 널리 떨치게 하고, 사방을 뒤흔들어 적의 투지를 약화시키도록 합니다. 유사(游士) 8명을 둡니다. 적의 첩자를 찾아내고, 적정의 변화를 예측하고, 군심의 동향을 살피고, 적의 속셈을 알아내는 등의 간첩활동을 주관하게 합니다. 술사(術士) 2명을 둡니다. 괴이한 일을 꾸며 이를 귀신의 소행으로 가장하면서 적의 군심을 뒤흔들도록 합니다. 방사(方士) 2명을 둡니다. 치료약을 개발해 병사의 각종 상처를 치료하고, 각종 질병을 고치는 일을 주관하게 합니다. 법산(法算) 2명을 둡니다. 전군이 필요로 하는 영채와 보루 및 군량 등과 관련한 재정현황을 면밀히 계산해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합니다.”
[해설]
고굉우익(股肱羽翼)의 ‘고’는 넓적다리, ‘굉’은 팔뚝을 말한다. 여기의 ‘고굉’은 군주의 핵심참모를 뜻한다. 우익(羽翼)은 새의 날개로 고굉을 비유한 말이다. 규천소변(揆天消變)의 ‘규’는 헤아리고 살핀다는 뜻으로 췌탁(揣度)과 같다. 흔히 재상의 뜻으로 사용된다. 내각 총리를 규각(揆閣), 재상의 자리를 규석(揆席)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렇다. 고부험(考符驗)은 상서로운 조짐이나 천재지변 등의 재이가 인사에 맞아떨어지는 징험(徵驗)을 살핀다는 뜻이다. 오행설 등의 미신적인 이론을 믿는 ‘음양파’ 병법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육도》는 역대 병서 가운데 오행설이 가장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자거비법(刺擧非法)은 군율을 위반하는 자를 검거한다는 의미로 ‘자’는 정탐을 뜻하는 자탐(刺探)과 같은 말이다. 풍치전철(風馳電掣)은 바람처럼 내달리며 벽력처럼 잡아당긴다는 뜻이다. ‘철’은 당길 만(挽)의 의미일 때는 ‘철’로 읽으나 질질 끌 예(曳)와 막힐 격(隔)의 뜻일 때는 ‘체’로 읽는다. 궤부인(詭符印)의 ‘부’는 부절(符節)을 말한다. 조정에서 명을 전달하거나 군대를 출동시키거나 할 때 사용하는 신표(信標)다. 금속이나 옥석, 죽간, 나무 등을 사용해 만들었다. 인(印)은 관직을 표시한 도장인 인신(印信)을 말한다. 지휘관이 군중에서 명령을 전하거나 발포할 때는 장수의 인장을 찍은 문서를 사용해야 했다. 응우빈객(應偶賓客)의 ‘응우’는 응대(應對) 내지 응수(應酬)의 뜻이다.
사방지사(四方之士)의 ‘사(士)’는 사(事)의 뜻으로 사용된 것이다. 개합인정(開闔人情)의 ‘개합’은 열고 닫는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통제를 뜻한다. 이치금창(以治金瘡)의 ‘금창’은 칼과 창 등의 병기로 인한 상처를 말한다. 계쾌(計會)는 합계한다는 뜻이다. 여기의 ‘쾌’는 합계 내지 통계한다는 의미로 중간상인을 뜻하는 쾌(儈)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