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엊저녁에 눈이 내리던 일이 생각난다. 창문을 열어보니 ,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가로등의 밝은 불빛사이로 함박눈은 아니지만 제법 큰 눈송이가 빗선을 그으며 쉴새없이 떨어지고 있다. 약간 노란빛을 띄운 가로등 불빛과 하얀 눈송이가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오늘은 일요일이라며 교중미사에 참석한다고 안심하고 자고 있는 데레사를 흔들어 깨운다.
"우리 새벽미사에 갈까?"
깨끗한 눈길을 밟고 미사를 참석하러 가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대찬성이란다.그러면 그렇지 . 누가 개띠 아니라고 할까봐...
성당에 갈때에는 펄펄 내리는 눈을 피해 우산을 쓰고 갔었는데, 미사가 끝난후 성당 밖으로 나오니 눈이 그쳐있고, 떠오른 햇빛에 눈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아파트입구를 장식한 크리마스 츄리 와 꼬마전구가 아름답다. 집에 들어서서는 옷도 갈아입지않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 아파트 주위의 설경을 담았다. 아침을 들지도 않고 컴에 연결하여 다운을 받아보니 제법 그럴듯한지 옆에 앉아서 지켜보던 데레사는 탄성을 지른다.
"우리 오늘 산에 갈까?"
"어느 산에?"
"북한산"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올 겨울들어 비록 첫눈은 아니지만, 첫눈처럼 생각되는 눈 쌓인 날을 맞아 북한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구파발 전철역에 내려 북한산 유원지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하여 1번출구로 나가보니 11시 30분이 가까워진 늦은(?) 시간인데도 줄이 제법 길게 늘어서있다. 오늘이 주말이라 구파발 전철역 과 북한산 유원지만을 오가는 임시증편버스가 오래지 않아서 와, 우리를 금방 "삼천리골 입구"에 내려준다.
"어!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버스에서 내리니 정류장이 있는 3거리가 확장하여 새롭게 만들어져서 그런지, 넓은 교차로가 눈이 쌓인 들판처럼 느껴지는데다, 사람이 다니지않아 눈이 발목까지 빠진다.
겨우 횡단보도를 건너 기자촌쪽을 향하여 창릉천 지류를 왼쪽에 끼고 걸어간다.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가 눈이 녹아 생긴 흙탕물을 튀기지 않을까 신경을 쓰며 텅빈 눈 쌓인 인도를 둘이만이 걸어간다. 좌측으로 보이는 백운대, 만경대를 보니 정상부근에 검은 구름이 끼어있다. 모처럼 눈에 덮힌 설경 사진을 찍으려는 오늘, 예감이 과히좋지 않다.
(좌측 멀리 백운대, 만경대,노적봉이 구름에 덮혀있다. 우측으로는 의상봉,용출봉이 보인다)
기자촌으로 가는 자동차 도로를 벗어나 삼천사로 가는 길로 들어서니 길 좌우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이 눈무게가 버거운지 가지가 쳐져있다. 삼천사 매표소는 항상 한가로워 보이는 것이 여유가 있는듯하여 호감이 간다.
(삼천사 매표소.접근하는데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항상 이곳은 한가롭게 보인다.)
삼천사 매표를 지나 삼천사로 가기 위하여, 자동차 도로를 지나 식당이 있는 지름길을 질러 한참 오르니,삼천사 바로 못미친 도로 우측에 산행안내 표지판이 있다. 우측으로 가면 응봉능선을 통하여 사모바위와 직통 만나고, 그대로 직진하면 삼천사이다. 응봉능선은 바위 타는 재미도 있고 주위에 보이는 경관도 훌륭하지만 오늘처럼 눈이 쌓인 날에는 조심을 요하는 곳이다.오늘은 그대로 직진하여 삼천사 경내를 통과하자.
(삼천사 경내에 들어가기 직전, 우측에 있는 안내표지판. 부왕동 암문2.1Km.문수봉2.9Km,삼천사0.3Km.비봉,사모바위로 오르는 능선이 응봉능선이다.)
(삼천사 경내, 야외에 모셔진 지장보살. 사리에 쌓인 눈의 모습이 하얀 숄을 걸치고 흰 모자를 쓰고 계시는 모습이다.)
(돌계단에 눈이 쌓여 조심스러웠지만 ,주위의 설경은 아름답다.)
(삼천리골에 쌓인 눈이 하도 소담스러워 찍어 보았다.)
비봉능선으로 오르면 북서풍이 불어와 어깨 와 뺨이 한쪽만 시리고 차가운데, 이곳 삼천리골은 항상 아늑하다. 오늘 일요일은 몹시 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한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포근한 날씨에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등산을 해서 그런지 유난히 덥다. 땀 흘리는 모습을 보던 데레사는 더우면 겉옷을 벗으면 될 것을 그대로 입고 걷는다며 곰이라고 놀린다.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본래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이고, 그의 어머니가 곰이시니 우리 모두, 곰의 후손이 아니냐고요.
비봉 가는 길 과 부왕동 암문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3거리에 도착했다.
이곳 3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오늘 우리는 우측, 비봉쪽으로 간다.
(비봉 1.8Km, 문수봉 2.1Km, 부왕동 암문 1.1Km. 우리는 우측 비봉쪽으로.)
(골짜기를 오르다가 좌측을 보니, 이 봉우리만 구름사이로 햇빛을 받아 홀로 빛나고 있다.)
(삼천사 계곡으로부터 비봉능선에 올라 지금까지 올라왔던 통나무 계단길을 뒤돌아본다.)
(통나무 계단을 올라와 비봉능선 과 만나는 곳에 세워진 안내표지판. 비봉쪽으로 갑니다.
이 표지판의 정면에 있는 공터에서 점심을 해결하였음.)
(눈이 쌓인 사모바위. 구름이 덮혀서 주위가 모두 캄캄하다.)
(사모바위와 헬기장 사이에 있는 소나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식사하기에 그럴듯한 곳이다.)
(사모바위에서 비봉쪽으로 가다보면 "승가사"로 내려가는 등산로와 만나는 3거리 안내표지판.
등산객들이 향하는 방향이 승가사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승가사의 일주문. "삼각산 승가사"라고 현판이 씌어 있다.)
(승가사의 가람 배치도)
(승가사 전경)
(승가사 일주문앞의 승가샘옆에 세워진 안내표지판. 우리는 우측 비봉쪽에서 내려와 구기터널 쪽의
자동차 도로로 하산하였으나 제설작업으로 피곤하기만 한 재미없는 길이 되었음. 구기분소가 있는 계곡길로 갔더라면하고 뒤늦게 후회.)
(승가 매표소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
(구기터널쪽으로 오다보니 한 아파트의 베란다가 거울로 되어 있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는 유리
창 이겠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찰칵.)
(아파트(빌라)에서 보이는 앞산 전경이 좋아서 한장. 보현봉에서 구기동 쪽으로 뻗어내려온 사자능선)
오늘 산행의 구간별 소요시간을 정리해보면 다음 과 같습니다.
06.12.17(일) 11:17.서울 전철 3호선 구파발 역 도착
11:28.북한산 유원지 입구행 서울시내버스 승차
11:32.삼천리골 입구 버스정류장 하차
11:50.삼천사 매표소 통과
12:06. 삼천사 직전, 응봉능선 등산 안내표지판 통과
12:32.부왕동 암문 과 비봉 안내 표지판이 있는 3거리
12:50.넓은 공터가 있는 쉼터
13:25. 비봉능선 에 오름.(삼천리골과 비봉능선의 3거리)
~14:00 중식
14:06 비봉능선 과 승가사 갈림길.
14:24.승가샘 4거리(승가사 일주문 앞)
15:25.구기터널 버스 정류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