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는교회가 3월 21일부터 강남역 부근에 있는 파고다어학원 7층으로 예배 장소를 이전하는데, 그 사연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개척 2년째인 올해 들어 사회 선교에 관해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함께여는교회 정관에는 '재정 지출의 30% 이상을 이웃을 위해 써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부 교인은, 정관의 문구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 사역을 위해 준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의견은, 정관에 약속한 대로 사회 선교를 위해 우선 30%를 쓰면서 서서히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 긴장감이 감돌기까지 하였습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우리는 학교나 복지관 등 공공건물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교회 건물을 갖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에, 우리 교회가 지역사회와 호흡하기에는 복지관이나 학교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료를 줄여서 복지관을 돕거나 학교에 장학금을 주면, 그것이 곧 사회 선교를 위한 헌금이 되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 일꾼들과 백방으로 찾아보던 중에 어학원을 경영하시는 장로님이 생각났습니다. 학원은 일요일에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로님을 만나 우리 교회의 정신과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장소 사용을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장소는 무료로 사용하되, 그분이 발행인으로 있는 신앙 월간지인 <가이드포스트>를 구입하여 문서 사역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곳은 종로에 있는 학원이었으나 종로에는 큰 강의실이 없고 강남 학원에 넓은 공간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 같은 교회가 강남 사역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권(?)하셨습니다. 정 불편하면 2년 후에 청계천 부근에 건물을 지을 때 그곳으로 이전해도 좋다고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저를 얼마나 아시는가' 물었더니 <뉴스앤조이>도 잘 알고 있었고, 저에 대해서는 '이상주의(理想主義) 목사'라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교인들과 학원을 방문한 다음 간담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치면서 교인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부분 찬성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강남에서 비전을 펼쳐 보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반면 교인들 대부분이 가난한데 그렇게 화려한 지역에서 사역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나눴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비전'이었습니다. 교인 총회를 거쳐서 드디어 장소 이전이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교회의 비전을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합니다.
예배 처소 이전을 목전에 두고, 하나님나라의 일꾼들을 잘 키워서 성도들이 사는 지역에 맞게 사역을 펼쳐 보자는 다짐을 해 봅니다. 우선 재정을 투명하고 건강하게 사용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성도들이 스스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워 가도록 훈련하려고 합니다. 정관의 중요 약속들, "재정 지출의 30% 이상을 구제 및 사회 선교 사업 용도로 편성한다", "예배당 전용의 재산을 소유하지 않으며, 교회의 모든 재산은 최대한 사회적 용도에 개방한다", "성인 등록 교인수가 300명에 도달한 때부터 교회의 분립을 시행한다" 등을 성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저는 설교자로서, 맘몬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와 교회를 깨우기 위해 희년 선포에 더욱 힘을 쓸 것입니다. 강남에서 예배드리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환경 파괴 문제 등을 위해 몸으로 싸울 것입니다. 용산 참사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달려갈 것입니다. 그동안 제가 걸어 왔던 교회 개혁과 사회 변혁을 위해 더욱 힘쓸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을 교회 내의 일꾼보다는 사회 선교사로 키워서 정치․경제․문화․교육․통일에 헌신하도록 힘쓸 것입니다.
강남에서 이런 식으로 목회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강남에서 쫓겨나도 좋습니다. 화려하게 성공하기 위해 강남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하나님의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갈 것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최근에 젊은 목회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강남 지역에서도 작지만 건강하게 목회하는 이들이 많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들과 힘을 모아서 지역을 섬긴다면 더욱 보람이 있고, 대안적인 교회 연합의 모델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불안은 사라지고 흥분이 됩니다. 아마 하나님이 주신 감동과 감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
첫댓글 함께 여는 교회가 강남에 든든한 교두보를 구축하기를 기도합니다
홀애비 사정은 홀애비가 잘 안다고 했던가?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자세한 교회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강남이라고 부담갖지말고 교회다움을 지켜나간다면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강남 사람들도 문을 열것입니다. *랑의 교회 분들 좀 많이 와야 하는데...